'안희정-리호남' 베이징 접촉
"노 대통령 '진의 확인' 지시 따른 것"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밝혀..."정상회담거론할 상황 아니었다"

등록 2007.03.29 00:12수정 2007.03.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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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희정씨.

안희정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 20일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호남 참사를 만난 것은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특사' 요청에 대한 진의를 파악해보라고 안씨측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8일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안씨가 북한의 리호남 참사의 접촉 전후 과정에 대해 '보고'했다고 밝혔던 인물. 지난 27일까지 청와대는 "안희정씨가 (북한과의 접촉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본다"면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었다.

이 실장은 "지난해 북한 핵실험 직후 모 주간지 기자로부터 '북한이 특사를 원한다'는 보고서를 받았고, 그외 여러 루트에서 북한이 대화하고자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면서 "안희정씨도 그해 9월 북한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친분이 있던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을 베이징에 대신 보내 리호남 참사와 접촉하도록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에게 '보고서'를 건넨 모 주간지 기자는 안씨가 리호남 참사와의 접촉을 위해 보낸 청와대 전 행정관과 베이징에 동행했으며, 안씨에게 북측의 접촉 의사를 전달한 인물이다.

이 실장은 "즉시 노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이에 대해 보고했고, 그 채널에 신뢰성이 있는 건지, 북한의 진의가 뭔지 확인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 안씨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리호남 참사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씨의 리호남 참사 접촉이 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임을 확인한 것은 청와대에서 이 실장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실장이 (이병완) 비서실장에게도 보고했다는 것과는 달리, '안희정-리호남' 접촉을 주선한 권오홍씨가 <주간동아>를 통해 공개한 비망록을 보면 이병완 당시 비서실장에게는 보고가 안 된 것으로 적혀있다.

"권오홍씨, 팩트와 자신의 생각 혼재"

a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 연합뉴스

또 이 실장은 권씨가 지난해 10월 20일 베이징 회동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저는 권씨를 전혀 모른다. 만난 적도 없고 전화통화 한 번 안했다"면서 "주간지에 보도된 권씨 비망록을 봤는데, 팩트와 자신의 생각을 혼재시킨 것 같다"고 부인했다.


이 실장은 또 "안씨가 베이징에서 리 참사를 접촉한 때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을 때이기 때문에 그런 위기 국면에서 정상회담 문제가 나올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한반도 비핵화 논의 의사 여부가 제일 컸다. 권씨가 나중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10월 베이징 회동에서, 리 참사가 쌀과 비료문제만 거론해서 더 이상 진전이 안 됐고, 앞서 9월에 모 주간지 기자 등이 만난 것도 별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후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하면서 안씨는 빠졌는데, 이화영 의원은 조금 더 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개인적으로 (대북접촉을) 추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희정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핵실험 이후 무슨 중요한 얘기가 있는 건지 들어보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 뭔가 내용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면서 "(정상회담이나 특사에 대한) 적극적인 제안도 없었고 (상대방이) 그런 대화상대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화영 의원이 12월과 올해 1월에도 북한측과 계속 접촉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유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6자회담 복귀의 쟁점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는 북미 사이 문제였고, 북한측이 다른 소리만 해서 이화영 의원에게 정리하라고 했다"면서 "이후 진행된 것은 이 의원 개인적으로 추진된 부분인데 조금 더 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상황은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대북특사로 이해찬 거론했었다"

이 실장은 "북한이 특사를 원하고 있다는 정보를 놓고 내부적으로 특사 논의도 했느냐"는 질문에 "실무적으로 만일 특사가 간다면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누가 적절한지 나와 안씨, 이 의원이 얘기를 했다"면서 "몇몇 인사 중에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가 거론됐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특사 요청을) 할 경우에 대비한 실무 검토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런 (특사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2월에 방북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개별적으로 간 것"이라고 부인했다.

자신과 안희정씨, 이화영 의원이 대북 '비선라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이 실장은 "이 의원이 통외통위 간사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대북 전문가가 아니다"라면서 "제가 정보를 알기 전 이미 북한에서 안씨를 만나고 싶어했고, 상황을 안 뒤에는 제3의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데 보안차원에서 다른 사람은 곤란해 안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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