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와 함께 다가오는 절

[26번도로 곁의 절을 찾아 1] 완주 송광사

등록 2007.04.02 11:33수정 2007.04.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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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라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 끝은 왜 보나?"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 달보다 손가락 끝이 더 흥미로운 곳이 있으니 그곳은 완주 송광사이다. 송광사를 찾게 된 연유는 지난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찾을 때 유일하게 남아있는 완주 화암사를 둘러 볼 기회를 놓쳐 이번에 더불어 코스에 집어 넣은 곳이다. 다음에 화암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우선 송광사를 둘러 본다.


완주 송광사 입구 벚꽃터널. 주말이면 화사한 꽃터널을 지날 수 있을 것 같다.
완주 송광사 입구 벚꽃터널. 주말이면 화사한 꽃터널을 지날 수 있을 것 같다.이덕은
전주에서 26번 도로를 따라 소양면에 이르러 741도로로 접어들면 예사롭지 않은 벚꽃나무터널을 만나게 된다. 아직 만개되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화사한 꽃터널을 보게 될 것 같다.

마을 한 곁에 들어선 송광사는 절을 찾는 이에게 걷는 수고로움도 끼치지 않지만 일주문 곁의 찻집(종무소)의 창틀만 보아도 헛걸음 한 생각은 들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금강문을 거쳐 천왕문에 들어선다. 사천왕이 악인이나 잡귀를 발로 밟고 있지 않아서 죄 지은 게 많은 나에게 안도감을 준다.

단청을 하지 않은 종무소 풍경
단청을 하지 않은 종무소 풍경이덕은
정면에 보이는 대웅전과 왼쪽의 십자루(종루). '亞'자의 네귀퉁이에 각각 목어, 운판, 법고, 종을 배치하고 가운데 범종을 올려 놓았다. 8개의 기둥 중 범종을 둘러싸고 있는 4개의 기둥에는 용을 그려 놓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공포(기둥 위의 지붕을 받는 복잡한 구조물)와 함께 네마리 용이 승천하며 구름을 피워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누마루 아래 기둥을 살피던 중 고개를 돌리니 건너편 식당 굴뚝이 '찾는 길은 거기에 있지 않다'는 듯 장난스레 웃으며 기둥 사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언가 건질 것 없나하고 루마루 아래를 사피고 있는 나에게 "길은 거기에 있지 않는니라" 하듯 장난스레 웃고 있는 굴뚝마루.
무언가 건질 것 없나하고 루마루 아래를 사피고 있는 나에게 "길은 거기에 있지 않는니라" 하듯 장난스레 웃고 있는 굴뚝마루.이덕은
지장전. 이런, 굴뚝머리 장식이 나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두 번째, 네 번째 화반(기둥과 기둥 사이 문위에 창방과 장여 사이의 구조물)이 나를 놀라게 한다. 보통 'ㅅ'자 형태의 화반이 여기는 단청도 안 한 도깨비 부조로 되어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세심정으로 돌려 마음을 가라 앉힌다.


지장전 두번째 네번째칸 화반 자리에 들어간 도깨비 부조상.
지장전 두번째 네번째칸 화반 자리에 들어간 도깨비 부조상.이덕은
수키와로 길섶을 장식한 길을 따라 가니 단아한 적목당과 기와로 쌓아놓은 담장을 지나 나한전이 나온다. 송광사 대웅전. 나한전의 부처님들은 나라의 변란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려 왔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화려하지 않고 서까래 끝머리와 부연에만 단청을 한 절제미가 돋보인다.

화려하지 않으나 오히려 우리에게 다가오는 나한전 단청
화려하지 않으나 오히려 우리에게 다가오는 나한전 단청이덕은
대웅전. 불전의 커다란 부처님 세 분이 나를 압도한다. 천장에는 주악비천상이 그려져 있다고 하는데 그림보다는 구름(우물반자) 사이로 튀어 나온 작은 용머리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는 입체적 비천목조각상들과 물고기 들이 눈에 띄인다. 마치 꽃비가 내리는 수미산을 날아 다니며 향기를 뿌리는 여인들 같다고나 할까?


꽃비가 내리는 수미산을 향기를 뿌리며 악기를 뜯으며 날고 있는 듯한 비천상
꽃비가 내리는 수미산을 향기를 뿌리며 악기를 뜯으며 날고 있는 듯한 비천상이덕은
불자는 아니지만 잠시 신비로움을 느끼며 돌계단으로 내려서니 돌계단 옆에 비죽 머리를 내민 돌막대 비슷한 돌 두 개와 석등받침으로 쓰였음직한 거북받침이 곁에 있다. 우선 거북의 얼굴이 엉뚱하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좀 우둔하고 촌스러운 티가 나는 거북 얼굴은 뭐가 불만족스러운지 입을 비죽 내밀어 움츠린 자세로 있다. 밋밋하게 보였던 돌막대는 각도를 달리보니 면이 만나는 모서리를 중심으로 얼굴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하나는 해태의 모양을 갖춘 듯하고 다른 하나는 거북 얼굴처럼 뚱한 얼굴을 하고 있다.

대웅전 돌계단 옆의 거북받침과 해태.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얼굴모양이 재미있다.
대웅전 돌계단 옆의 거북받침과 해태.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얼굴모양이 재미있다.이덕은
화암사를 둘러 보기 위해 코스에 덤으로 얹었던 완주 송광사. 여인(원숭이)상 만을 보려고 강화도 전등사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송광사를 둘러보며 돌출되는 엉뚱한 만남이 즐겁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송광사에서 보물찾기 놀이라고 부르고 싶다.

왜? 그만큼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절이니까.

덧붙이는 글 | 닥다리즈포토갤러리(http://yonseidc.com/songkwang_01.html)에도 실려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닥다리즈포토갤러리(http://yonseidc.com/songkwang_01.html)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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