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가 장식된 하앙. 뒷편의 용꼬리와 더불어 법당이 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상징한다 한다이덕은
화암사를 찾게 된 동기는 마지막 남은 백제 하앙식 건축 양식을 보러 간 것이었는데 그런 목적은 계단을 올라 위 아래로 휘어진 다감한 월방(月枋)을 가진 작은 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담박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대문에 적어 놓은 어눌하지만 꼼꼼하게 작은 글씨의 <화암사 대문 시주기>, 건물 흙벽으로 자연스레 이루어진 골목통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결이 들어 난 기둥과 문틀, 할아버지의 기품이 풍겨 나오는듯한 낡았지만 힘찬 글씨의 편액, 단청이라고는 구경해본 적도 없는 듯한 꾸미지 않은 우화루의 목어, 우화루 마루 한켠에 단정히 정리되어 쌓여 있는 가재도구…. 그런 편안함 때문인지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은 적묵당 툇마루에 먹을 것을 풀어 놓고 펑퍼짐하게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