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죽삐죽, 봄 새싹들이 올라와요

공원에서 만난 새싹들

등록 2007.04.03 08:33수정 2007.04.03 09: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일, 지난 주말에 그리도 심했던 황사가 걷히고 하늘이 맑다. 찌뿌드드한 몸도 조금은 가벼워져 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햇볕은 있지만 바람이 제법 불어온다. 남쪽에서는 벚꽃도 만개했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시흥시는 이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여리고 예쁜 새싹들을 보니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생긴다. 그저 산책만 하고 들어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저만치 갔다가 되돌아 가서 그것들을 다시 들여다 보고 카메라를 꺼내고 만다. 조리개에 비치는 초록의 새싹들이 정말 예쁘다. 마치 갓난아기처럼 깨끗하고 싱그럽다.

쥐똥나무
쥐똥나무정현순

섬기린초
섬기린초정현순

장미
장미정현순
내가 위로 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자, 산책하시던 할아버지가 "거긴 꽃도 안 피었는데 뭘 그렇게 찍는 거유?" 한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새싹이 너무 예뻐요" 할아버지도 한동안 서서 그 어린 것들을 쳐다본다. 할아버지도 새싹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셨을까?

목단
목단정현순

노루오줌
노루오줌정현순

배꽃
배꽃정현순

벚꽃
벚꽃정현순
그런가 하면 내가 사진을 찍고 있자, 지나던 중년의 여인이 저것은 쥐똥나무, 섬기린초, 노루오줌, 하면서 알려주는 사람도 만났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잘 알게 될는지.

찍을 때는 알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 하늘을 향해서 쭉쭉 올라온 배꽃 봉오리들이 파란 하늘과 아주 잘 어울린다. 마치 합창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벚꽃도 이제 요만큼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다른 곳은 다 피라지. 조금 늦게, 조금 천천히 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벌개미취
벌개미취정현순

옥잠화
옥잠화정현순

곧 필 목련
곧 필 목련정현순
하얀 목련이 곧 속살을 보여 줄 것 같다. 그런 하얀 목련이 피면 불을 밝힌 것처럼 공원이 환해지겠지.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피고, 섬기린초, 노루오줌 등 제 차례들을 소리없이 지키며 꽃을 피게 되겠지.


난 이래서 이 공원을 좋아하고 자주 오고 있다. 마음이 좋을 때 오면 더 좋고, 우울할 때와도 많은 위로를 받곤 한다. 앞으로도 난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이 공원을 자주 오게 될 것이다. 공원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