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콤플렉스에서 이젠 벗어났습니다"

생애 최초로 수작 '자화상'을 그리게 한 미술대안학교 '쟁이마을'

등록 2007.04.05 11:28수정 2007.04.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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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초의 수작인 '자화상'
내 생애 최초의 수작인 '자화상' 송상호
보라, 생애 최초의 제대로 된 그림을. 내가 그려 놓고도 정말 잘 그렸다 싶다. 아니 잘 색칠했다 싶다. 그래서 보고 또 보고 하기를 수차례 거듭한 내 생애 최초의 수작이다. 그래도 양이 안 차 카메라로 찍어놓고는 급기야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제일 싫었던 과목 시간이 미술시간이었다. 준비물이 많으니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꼼꼼하게 색칠하고 그리는 게 나로선 여간 고역이 아닌 셈이었다. 그래서 소위 '미술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미술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수다와 창작'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된 것. 우리끼리는 간혹 생략해서 '수창'이라고 부른다. '수창'은 말 그대로 수다를 떨며 창작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무슨 딱딱한 미술 프로그램인가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혀 미술을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끝나고 보면 미술에 손을 대었다고 느낄 만큼 아주 자연스럽고 신나는 활동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쟁이마을 (경기 안성 미술대안학교)'의 주인장인 한정규·이은희 부부 교사다. 그들은 미술을 전공한 미술 교사이면서 안성에 내려온 후 '분석심리학'을 만나 그 둘의 조화를 이룬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중이다. 단순히 미술 치료도 아니고 미술 창작활동도 아닌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현재는 유치부로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학생과 청소년·성인을 상대로 나름의 미술세계를 구현해 가는 중이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쟁이마을' 학교이다. '쟁이'란 한 분야의 전문가란 뜻으로서 모두가 '쟁이'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쟁이'가 되어보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그런 '쟁이'들이 일구어내는 공간을 창출해내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아내도 이작품을 흐뭇하게 생각한다.
아내도 이작품을 흐뭇하게 생각한다.송상호
하여튼 설명이 조금 길어졌지만, 그들 부부 때문에 아내와 나는 횡재한 셈이다. '수창'을 통해서 미술 실력이 크게 나아진 것은 없지만, 적어도 미술의 참맛을 보고 미술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수다를 떨다보면 자연스러운 상담이 이루어진다. 미술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담이라고 해서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지도교사 부부와 우리 부부가 자연스레 수다를 떠는 게 다다. '집안 이야기, 아내와 남편 흠담, 자녀 이야기, 어릴 적 추억이야기' 등등. 주제도 정해져 있지 않다. 더군다나 수다를 떨다보면 상담자와 내담자가 따로 없다. 지도교사 부부가 내담자가 되기도 하고 우리 부부가 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상호 교통과 교제 속에서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에 한 게 두어 달이나 됐는데도 전혀 시간이 흘러간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이리라. 사람이란 영물이라서 조금이라도 싫고 부담되는 자리는 잘 가지 않게 된다는 걸 감안하면 이 모임이 얼마나 우리 부부에게 좋았는지를 증명해준다 하겠다. 어떤 날은 창작은 하지도 않고 수다만 떨다 마치는 날도 있으니 좋아할 밖에.


하여튼 생애 최초의 나의 수작은 나의 콤플렉스와 친해지게 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미술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 할 것이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아내는 조금이라도 부담되면 그 모임에 안 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인데도 그 동안 더 적극적으로 이 모임에 나온 것은 아내에게도 적잖은 치유와 기쁨을 준 게 틀림없다 하겠다.

누구에게나 있는 다양한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부닥쳐서 해결하는 일이란 우리 생애 있어서 거의 드문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냥 그 콤플렉스에 눌리거나 싸우거나 하면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참 좋은 모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 생애 최초의 수작인 '자화상'은 미술 콤플렉스와 악수하게 해 준 좋은 열매라고 할 수 있을 게다. 솔직히 작품이 근사하지 않는가.

지난 해 겨울 쟁이마을 아이들과 한정규 이은희 교사 부부가 신나게 폼을 잡았다.
지난 해 겨울 쟁이마을 아이들과 한정규 이은희 교사 부부가 신나게 폼을 잡았다.송상호

쟁이마을에서 한정규이은희 부부교사와 우리 부부가 '수다와 창작'수업하는 장면이다.
쟁이마을에서 한정규이은희 부부교사와 우리 부부가 '수다와 창작'수업하는 장면이다.송상호

덧붙이는 글 | * 미술대안학교 쟁이마을( http://cafe.daum.net/jeange)은 경기 안성 고삼면에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 아동반, 청소년반, 성인반 등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미술대안학교 쟁이마을( http://cafe.daum.net/jeange)은 경기 안성 고삼면에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 아동반, 청소년반, 성인반 등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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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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