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이작품을 흐뭇하게 생각한다.송상호
하여튼 설명이 조금 길어졌지만, 그들 부부 때문에 아내와 나는 횡재한 셈이다. '수창'을 통해서 미술 실력이 크게 나아진 것은 없지만, 적어도 미술의 참맛을 보고 미술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수다를 떨다보면 자연스러운 상담이 이루어진다. 미술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담이라고 해서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지도교사 부부와 우리 부부가 자연스레 수다를 떠는 게 다다. '집안 이야기, 아내와 남편 흠담, 자녀 이야기, 어릴 적 추억이야기' 등등. 주제도 정해져 있지 않다. 더군다나 수다를 떨다보면 상담자와 내담자가 따로 없다. 지도교사 부부가 내담자가 되기도 하고 우리 부부가 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상호 교통과 교제 속에서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에 한 게 두어 달이나 됐는데도 전혀 시간이 흘러간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이리라. 사람이란 영물이라서 조금이라도 싫고 부담되는 자리는 잘 가지 않게 된다는 걸 감안하면 이 모임이 얼마나 우리 부부에게 좋았는지를 증명해준다 하겠다. 어떤 날은 창작은 하지도 않고 수다만 떨다 마치는 날도 있으니 좋아할 밖에.
하여튼 생애 최초의 나의 수작은 나의 콤플렉스와 친해지게 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미술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 할 것이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아내는 조금이라도 부담되면 그 모임에 안 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인데도 그 동안 더 적극적으로 이 모임에 나온 것은 아내에게도 적잖은 치유와 기쁨을 준 게 틀림없다 하겠다.
누구에게나 있는 다양한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부닥쳐서 해결하는 일이란 우리 생애 있어서 거의 드문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냥 그 콤플렉스에 눌리거나 싸우거나 하면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참 좋은 모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 생애 최초의 수작인 '자화상'은 미술 콤플렉스와 악수하게 해 준 좋은 열매라고 할 수 있을 게다. 솔직히 작품이 근사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