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마술로 희망을 말하다

'쟁이마을' 아이들이 맺은 열매

등록 2006.08.23 14:35수정 2006.08.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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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꽃들에게 희망을>을 통해 받은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들의 꿈이 방금이라도 튀어나와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

책 <꽃들에게 희망을>을 통해 받은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들의 꿈이 방금이라도 튀어나와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 ⓒ 송상호

유치부와 초등학생 꼬마들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참 잘 만들었다. 아니 놀라울 정도다. 재미도 있다. 깊이도 있다. 무엇보다도 유쾌하다. 이런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가 안성 고삼에 있는 '희망나무 공동체(옛 방축분교)'에서 열렸다.

꽃들에게 희망을

고치 속에서 방금이라도 아이들의 꿈이 튀어나와 훨훨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간호사, 교사, 소방수, 축구선수 등의 꿈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심지어 왕자가 되고픈 꿈도 열려 있다. 그런 꿈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난 게다.

"한 애벌레의 일생을 담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난 후 아이들에게 느낌을 말하게 하죠. 그런 느낌을 서로 나누어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 후, 바로 미술 작품을 창조하게 만드는 거죠. 애벌레의 일생을 통해 자아발견과 자아성장을 그려내는 이 동화는 어른들이 읽어도 정말 좋은 동화입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12주에 걸쳐 아이들의 자아와 꿈을 조련해 왔던 한정규 교사의 차분하고도 진지한 설명이다.

'돈키호테'와 노는 아이들

'몽상가, 허풍쟁이, 현실감각 없는 사람, 무대포의 사나이…' 바로 돈키호테에게 붙여진 별명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돈키호테를 절반만 아는 것이다. 돈키호테의 진면모를 알고 나면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돈키호테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것. 이런 심리적 세계를 토대로 아이들과 작품이 만들어진다.

"돈키호테의 영웅적인 행각을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신나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서로 고함지르며 난리가 났었답니다. 그런 신나는 느낌을 살려서 방패와 칼과 투구를 만들었죠. 돈키호테가 기사 서품식을 하는 장면이 나올 땐 실제로 아이들이 만든 무기들을 분장시켜 기사 서품식을 하기도 했죠."


듣고만 있어도 괜히 신난다.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아이들의 낄낄대는 모습과 칼을 들고 설쳐대는 모습이 눈에 선해진다.

a 소설 <돈키호테>와 열심히 놀던 아이들이 만든 칼, 방패, 투구 등이다. 아이들은 14주동안 내내 돈키호테와 하나가 되었다.

소설 <돈키호테>와 열심히 놀던 아이들이 만든 칼, 방패, 투구 등이다. 아이들은 14주동안 내내 돈키호테와 하나가 되었다. ⓒ 송상호

'돈키호테의 최후'가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다

"이렇게 신나는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생겼습니다. 바로 '돈키호테의 최후'의 장면을 듣던 아이들은 모두 좌절감에 빠져버린 거죠. 아이들의 실망의 빛이 역력했답니다. 한동안 아이들이 우울해 했던 걸요. 아이들은 모두 돈키호테가 부활해서 다시 옛날의 영웅적인 돈키호테로 돌아가길 바랐던 거죠. 하지만 돈키호테는 자신의 고향과 현실 세계로 돌아가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거든요."

심지어 이은희 교사(한정규 교사의 아내이자 동역자)도 이 이야기를 들은 후 3일 간이나 우울증에 시달렸다니. 참으로 모든 문학 작품은 인간의 내면과 심리를 드러내주는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하는 현상들이라 하겠다.

"그런 현상은 돈키호테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심리에서 오는 현상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돈키호테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는 데서 오는 허탈감이라고나 할까요. 현실은 좋고 환상은 나쁘다는 흑백논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는 현상이죠. 사실 우리는 모두 환상의 세계를 통해 무한한 에너지를 얻어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환상과 현실의 조화가 우리들을 건강한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a 아이들이 직접 만든 돈키호테의 칼, 방패, 투구를 쓰고 한껏 폼을 잡고 있다. 그 옆에서 아이들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이가 한정규, 이은희 부부 교사이다. 그들은 안성에서 '쟁이 마을'을 만들어 가고자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돈키호테의 칼, 방패, 투구를 쓰고 한껏 폼을 잡고 있다. 그 옆에서 아이들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이가 한정규, 이은희 부부 교사이다. 그들은 안성에서 '쟁이 마을'을 만들어 가고자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 송상호

'쟁이마을'의 꿈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렇게 술술 풀어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원래 미술을 전공했던 한정규·이은희 부부는 심리학 관련학과에서 공부하면서 심리학과 사랑에 빠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세계가 미술과 만나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 깊이 있게 다가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술과 심리학의 절묘한 만남'이라고나 할까.

이런 그들이 호흡을 같이 해온 아이들(5~12세 아동 13명)과 함께 작은 열매를 맺은 자리가 바로 오늘이다. 미술을 통해 진정한 자기를 만나고 진정한 자기를 경험하고 발현해가는 어린이를 만드는 게 그들의 꿈이란다.

이런 꿈들을 모으고 모아 안성에서 '쟁이 마을'(cafe.daum.net/jeange)이라는 세계를 이루어 가는 야무진 꿈이 그들에게 있다. 오늘이 그 길을 가는 걸음 중의 하나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 작품 전시회는 8월 19일 토요일 희망나무 공동체에서 열렸으며, '쟁이 마을'의 작품공간인 그곳에서 한동안 작품전시는 계속 될 예정이다. 

* 안성지역 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작품 전시회는 8월 19일 토요일 희망나무 공동체에서 열렸으며, '쟁이 마을'의 작품공간인 그곳에서 한동안 작품전시는 계속 될 예정이다. 

* 안성지역 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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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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