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으로 만든 마을은 이렇게 생겼어요"

한정규·이은희 부부교사와 쟁이마을 아이들이 만든 마을 전시회를 앞두고

등록 2007.01.22 15:14수정 2007.01.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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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시회를 앞두고 아이들의 작품을 다듬으면서 신나게 웃고있는 한정규·이은희 부부는 4년 전에 뜻을 두고 서울에서 안성으로 내려와 쟁이마을을 꾸려나가고 있다.

전시회를 앞두고 아이들의 작품을 다듬으면서 신나게 웃고있는 한정규·이은희 부부는 4년 전에 뜻을 두고 서울에서 안성으로 내려와 쟁이마을을 꾸려나가고 있다. ⓒ 송상호

단순히 미술 작품 활동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교사들의 무의식이 마구 튀어나왔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가 대견스럽기도 했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가 때론 괴롭기도 했다. 물론 신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는 동안 '작은 인생'을 아이들과 살았던 게다. 그런 탓에 아이들은 놀면서 치유도 받고, 인생도 알아가는 참 오묘한 체험을 해왔다.

단순한 '미술 치료'가 아니다

@BRI@이쯤 되면 무슨 '미술 치료'의 일종인가 보다 싶겠지만, 정작 이것을 지도하는 한정규·이은희 부부 교사는 '미술 치료'라는 과목을 정식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다.

그들의 원래 전공은 미술이었고, 거기에다가 미술작품 활동 후에 전공하게 된 분석심리학과 연결해 새로운 장르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미술 치료'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도의 심리분석과 신나는 창작미술의 세계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다.

그런 형국이니 '쟁이마을'(안성시 양성면 미술공간)에 찾아간 아이들은 신나게 치유 받아 가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을 구상부터 완성까지 모두 아이들 손으로

"이번 학기엔 아이들 손으로 직접 마을을 만드는 것을 시도해 봤어요. 제비뽑기를 하여 조를 구성한 후 조별로 마을의 설계구상부터 시작해서 조성하고 완성하여 마을 대표를 뽑기까지 모두 아이들의 힘으로 한 것이죠."


이렇게 설명하는 한정규 교사의 얼굴은 벌써 지난 학기의 신났던 기억으로 상기되어있는 듯했다. 아이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신나게 설명을 해주는 게 마치 자신이 만든 작품을 자랑하는 아이와 같이 행복해 보였다.

그 옆에서 간헐적으로 양념 삼아 툭툭 던져주는 이은희 교사의 지원 사격성 말은 시원한 청량음료수가 따로 없었다.

a 아이들이 직접 구상하고 직접 제작한 마을 조형물.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마을 구성물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이 직접 구상하고 직접 제작한 마을 조형물.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마을 구성물들이 눈에 띈다. ⓒ 송상호

마을 이름도 재료도 다양하기만 하다

6세의 아이들부터 13세의 아이들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놀라울 만큼 잘 만든 마을 조형에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이런 식의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얼굴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젓가락, 종이상자, 나뭇가지, 솜, 신문지 죽, 돌, 색지, 하드 막대기 등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이들 손에 들려져 이렇게 훌륭한 마을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을 이름도 다양하다. 무지개 마을, 너구리 마을, 전기 마을, 은하수 마을, 사랑 마을, 새야 마을 등 아이들의 상상과 희망이 듬뿍 담겨 있는 꿈의 마을이 완성된 것이다.

재활용품을 재료로 쓰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굳이 재활용품을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절약하자는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자원들을 아이들의 손에 들려주어 재창조해나가는 변화의 기쁨을 맛보게 하자는 것이었죠.

주어진 매뉴얼에 충실하면 되는 컴퓨터 게임과 학교 공부·학원 공부 등을 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편견의 벽, 피동성의 벽, 의존성의 벽을 깨뜨리고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그거 있잖아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거. 호호호호"


이처럼 말하는 이은희 교사의 입 매무새가 야무지다. 재료 선택 하나에도 그런 오묘한 뜻이 담겨 있다니.

a 아이들이 만든 무지개 마을에 시원하게 뚫린 아스팔트가 눈에 띈다. 제작해가는 과정이나 완성한 작품들은 아이들의 개별적인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고 한정규·이은희 부부교사는 말한다.

아이들이 만든 무지개 마을에 시원하게 뚫린 아스팔트가 눈에 띈다. 제작해가는 과정이나 완성한 작품들은 아이들의 개별적인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고 한정규·이은희 부부교사는 말한다. ⓒ 송상호

마을에 웬만한 것은 다 있어도 학교는 없다

아이들의 힘으로 아스팔트도 만들고 집도 만들어 보는 즐거움의 깊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늘 집에서나 학교에서 어른들로부터 시킴을 당하던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거대한 마을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 즐거움 말이다. 자신이 사는 집을 만들고 난 후 마을 공동의 쉼터, 마을회관, 정원 등을 만들 땐 또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6개 마을 중에서 학교 건물은 하나도 없다는 것. 물론 학원은 두말할 것도 없다. 6개 마을 중 한 개쯤은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심지어 어느 마을의 한 아이가 학교라고 만들어 놓으니 같은 마을의 아이들이 당장 부숴버리는 것을 봤다며 한바탕 웃음을 웃는 한정규 교사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들려준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보다 우리가 훨씬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는 진중한 말이 '쟁이마을(http://cafe.daum.net/jeange)'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쟁이마을 '마을작품' 전시회 

일시 : 2007년 1월 27일(토) 오후 2시~6시, 28일(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장소 : 경기도 안성시민회관 2층 전시실
전시 내용 : 한 학기동안 아이들이 직접 만든 마을 전시
문의 : 한정규 교사 016-282-0821 

'쟁이마을'이란 한정규·이은희 부부 교사가 창작미술과 분석심리학을 절묘하게 융화시킨 심리 미술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켜나가는 대안 미술 공간입니다. 
 
* 안성평택벼룩시장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쟁이마을 '마을작품' 전시회 

일시 : 2007년 1월 27일(토) 오후 2시~6시, 28일(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장소 : 경기도 안성시민회관 2층 전시실
전시 내용 : 한 학기동안 아이들이 직접 만든 마을 전시
문의 : 한정규 교사 016-282-0821 

'쟁이마을'이란 한정규·이은희 부부 교사가 창작미술과 분석심리학을 절묘하게 융화시킨 심리 미술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켜나가는 대안 미술 공간입니다. 
 
* 안성평택벼룩시장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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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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