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타, 언제 또 입어보겠어"

3박4일의 일본 여행

등록 2007.04.08 14:22수정 2007.04.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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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이 방에 준비 되어있는 다과
다담이 방에 준비 되어있는 다과정현순
"와 정말 잘 왔다." 숙소에 들어서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이번 여행을 안 왔더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도 "언니 정말 좋다"고 했다. 그와 내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우린 그들의 유카타체험을 하기 위해 유카타 옷으로 갈아입었다. 체구가 작은 나에게는 맞는 옷이 없어 작은 사이즈로 따로 주문을 했다. 잠시 후 빨간 무늬가 있는 작은 유카타가 왔다.

룸메이트는 파란 무늬 난 빨간 무늬의 유카타를 입고 다담이 방에 앉았다. 그리곤 준비 되어있는 과자와 녹차를 한잔 마셨다. 따뜻하고 은은한 향기의 녹차가 온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몸이 따뜻해져 왔다. 일본 여행을 할 때 그곳도 꽃샘추위가 왔었다. 몸과 마음이 봄눈 녹듯이 녹은 우리 둘은 유카타를 입은 모습을 셀카에 담았다. 셀카에 담은 모습을 확인해 보고 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일장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호텔
일장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호텔정현순
우리일행은 벳부에 있는 산아이 고원 호텔에 도착했다. 산아이 고원 호텔의 노천온천장은 일본 온천 절경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라 한다. 온천장에서 아소의 웅대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텔 건물에는 일장기와 우리나라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그곳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버스에서 짐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기모노를 입은 그 호텔의 종업원이 나와 짐을 들어 호텔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여 종업원뿐 아니라 모든 종업원들의 몸에 친절이 베어있는 듯했다. 그곳은 관광수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가이드로부터 일본식 욕의인 유카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유카타를 입고 저녁식사를 한 뒤에 노천욕을 즐겨보세요. 간혹 유카타를 입기 싫다고 하는 분도 계시는데 일본까지 와서 유카타를 안 입어보시면 후회 하실 겁니다."

가이드의 말처럼 귀찮아서 싫다고 하는 소리도 가끔 들려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해볼 것은 다 해봐야지"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2인 1조가 되어 숙소로 향했다.

짐을 나르는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들
짐을 나르는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들정현순
숙소에 마련 되어 있는 다담이방
숙소에 마련 되어 있는 다담이방정현순
숙소로 들어갔다. 갑작스런 꽃샘추위에 얼었던 몸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처럼 훈훈했다. 2인 침대가 있었고 그 옆에는 다담이방으로 된 작고 아늑한 공간이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이번 여행을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본식 욕의인 유카타를 입는 법
1,욕의를 입은 다음 옷깃을 바로 잡는다.
2, 먼저 오른손으로 섶을 왼쪽겨드랑이에 맞추면서 조금 우로 올린다.
3, 다음은 왼손으로 오른쪽 겨드랑이에 맞추면서 등에 주름 가지 않게 입는다.
4, 안쪽섶의 밑자락이 올라가지 않도록한다.
5,등에 주름이 없고 앞에서 보면 섶이 분명하면 예쁜 모습이다.



우리의 한복문화와 비슷한 점이 있어 입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남의 나라 문화체험은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한다. 유카타를 입은 모습을 보면서 서로 잘 어울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말 모두 잘 어울렸다. 거기에 그 사람들이 즐겨 신는 게다나 조리 신발을 신고 걸으니깐 일본사람 걸음걸이와 똑같아졌다. 난 한 번은 게다를 신어보고 한번은 조리를 신어봤다. 그러나 습관이 되지 않아서인지 걸음 걷는 것이 어찌나 불편하던지. 우리에게는 우리 것이 편하고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카이세키요리가 준비 되어 있는 호텔식당
카이세키요리가 준비 되어 있는 호텔식당정현순
유카타를 입고 게다를 신고 저녁식사 하러 식당으로 갔다. 카이세키(정진)요리라는 것이 차려져 있었다. 화려한 그릇과 아기자기하게 차려진 식탁이 입맛을 당기게 했다. 각자 앞에는 작은 솥에 금세 지은 밥과 장아찌, 튀김, 생선회, 삼겹살 등이 준비 되어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카이세키 요리라고 했다.

1인분의 밥
1인분의 밥정현순
각자 앞에는 1인분의 밥솥이 있었다. 그곳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키바리'라는 쌀로 밥을 짓는다고 한다. 윤기가 흐르고 밥이 아주 찰졌다. 밥의 양은 너무 많았다. 그곳은 반찬의 인심보다 밥의 인심이 아주 좋은 곳이란 것을 알았다.

카이 세키요리
카이 세키요리정현순
각자 앞에 있는 삼겹살로 로스구이도 해먹고, 튀김도 골고루 맛을 본다. 한 사람이 먹을 만큼 조금씩 조금씩 놓여있었다.

조롱박 장아찌
조롱박 장아찌정현순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롱박 장아찌다. 먼저 맛 본 친구가 "이거 조롱박 같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조롱박으로 어떻게 장아찌를 해."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모두들 한입을 깨물고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조롱박 장아찌가 맞았다. "참 이 나라 사람들 버리는 것이 뭐가 있을까?" 속이 꽉 찬 새끼 조롱박 장아찌를 맛보고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뒷편의 풍경
숙소 뒷편의 풍경정현순
아래로 보이는 실내탕과 노천탕
아래로 보이는 실내탕과 노천탕정현순
숙소 뒤편에서 본 풍경이다. 아래 두개의 굴뚝이 실내탕이고 그 아래에는 노천탕이 있다. 그날 저녁 카이세키 요리를 먹은 뒤 우리일행은 노천욕을 했다. 사방이 캄캄한 밤하늘에 금세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을 보면서 노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

별이 많다는 것은 그곳이 그만큼 공기가 좋다는 얘기 일 것이다. 그곳의 온천은 정말 좋았다. 노천욕을 하고 나니 온몸이 매끈해지고 피로도 말끔히 없어졌으며 몸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노천욕을 한 친구들 모두는 한방에 모여 '쌩얼'의 모습을 셀카로 찍었다. "우리들 모두 쌩얼 맞지. 노천욕을 해서 그런가. 쌩얼인데도 다 예쁘네"하면서.

그런 경험을 한 친구들 중에는 다음날 새벽에도 노천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실내욕을 즐긴 사람들이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2~3명의 친구들은 조금 귀찮다는 생각에 둘 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엔 후회를 하고 말았다.

유카타를 입은 꼬마숙녀들
유카타를 입은 꼬마숙녀들정현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와 함께 온 꼬마 아가씨들의 유카타를 입은 예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이 여행을 오면 한복을 입고 문화체험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그런 체험이 지금보다 더욱 더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일본에서 여러 가지 해봤던 경험 중에 가장 오랫동안 남을 것 같기에.

우리 일행은 일박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 많이 아쉬웠다. 모두들 그곳에서 하루만 더 있다 왔으면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여행을 갔다 온 후, 여행 뒤풀이를 할 때도 "우리가 유카타를 언제 또 입어 보겠어"하면서 그곳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 했다. 만약 다음에 일본을 가게 된다면 그런 곳을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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