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울을 닦아주는 꽃으로 피어나길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12] 큰괭이밥

등록 2007.04.12 21:39수정 2007.04.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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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큰괭이밥

큰괭이밥 ⓒ 김민수

괭이밥 이파리를 먹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어릴 적 햇살 따스한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할 때면 으레 신랑각시놀이를 하고, 신랑각시 놀이를 하다 보면 이런 저런 들풀로 차려진 밥상이 차려지기 마련입니다. 그 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것 중 하나가 괭이밥의 이파리였습니다.


"여보, 밥상 차려왔어요."
"음, 맛있구랴. 냠냠냠."

들풀로 차려진 밥상에는 진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메꽃뿌리, 띠(삐리 혹은 삘기라고 불렀습니다), 괭이밥이파리도 올라왔고 계절에 따라서는 산딸기, 오디도 올라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시큼털털한 맛을 간직한 심장 모양의 이파리는 반찬대용으로도 사용을 했습니다.

a 작아도 활짝 웃고 피어난다.

작아도 활짝 웃고 피어난다. ⓒ 김민수

괭이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연유는 괭이(고양이)들이 배탈이 나면 다스리기 위해 이 풀을 먹는 까닭이랍니다. 괭이밥은 잠꾸러기 입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꽃을 앙다물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꽃만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파리까지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곤충이 별로 날아다니지 않는 시간이니 애써 꽃을 피우지 않는 생존전략의 하니지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괭이밥이 황금풀이라고도 불려진다고 합니다. 그 연유는 쇠붙이를 이파리로 닦으면 반짝반짝 빛이 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만 소용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도 닦으면 깨끗해진다고 합니다.(이나가키 히데히로의 <풀들의 전략> 참고)

a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피어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피어난다. ⓒ 김민수

괭이밥에 관한 글을 쓴 이나가키 히데히로도 잠시 언급했는데 괭이밥에 관한 글을 읽다 마음의 거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마음의 거울은 무엇으로 닦아야 하는지, 내 마음의 거울이 일그러져서 현상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어떤 놀이공원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거울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울의 형태에 따라 뚱뚱하게도 보이고 날씬하게도 보입니다.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거울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의 거울도 깨끗하지 못하고, 왜곡되어 있으면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겠지요. 그래서 마음 닦는 일은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a 그들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그들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 김민수

마침 괭이밥의 이파리도 심장형이니 '마음의 거울을 닦아주는 꽃으로 피어나라' 덕담을 던져줍니다. 우리가 흔히 길가에서 만날 수 있는 괭이밥은 노랑색의 꽃을 피웁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괭이밥은 '큰'자가 들어갑니다. 물론 '큰'자 대신에 '애기'자가 들어가는 괭이밥도 있습니다만 성질은 다들 비슷하지요.

물론 괭이밥만 우리의 마음을 닦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씻어주지요.


a 숲 속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숲 속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 김민수

그래도 괭이밥의 꽃말이 '빛나는 마음'이라니 여느 꽃들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의 더러워진 마음을 씻어주느라 피어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큰괭이밥, 그들은 다른 봄꽃들에 비해 수수합니다. 꽃빛깔도 화사하지 않아서 다른 꽃들에게 눈길을 빼앗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른 낙엽들 사이에 피어 있는 한 송이 큰괭이밥을 보고 그것을 담기 위해 숲에 엎드렸습니다. 숲에 엎드리니 큰괭이밥들이 여기저기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서서는 보이지 않는 꽃, 앉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고 온 몸이 대지와 닿으니 지천으로 보이는 큰괭이밥, 노란 꽃을 화사하게 피우는 괭이밥과는 다른 꽃을 피우지만 그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찌든 마음을 씻어주는 꽃으로 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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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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