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비'와 '사랑', 학교 운영은 왜 반대인가

한국종교의 자기비판 결여가 답보, 퇴행 낳아

등록 2007.04.16 16:06수정 2007.04.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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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판 경험 없는 한국종교

지난 4월 2일자 <동국대의 '자비'는 "불교 동아리만 허가"?>라는 기사 이후 각계각층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기독교 누리꾼들은 기자에게 '중머리', '땡중'이라 칭했고, 불교도라고 밝힌 누리꾼들은 '개독교신자', '왜 기독교 학교는 비판하지 않느냐'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며칠 동안 악성 댓글과 진지하게 쓴 장문의 충고까지 받으면서 한 가지 또렷이 떠오른 생각은 한국종교는 외부의 비판을 받을 때, 그 호기를 도무지 자성의 기회로 삼을 줄 모르고 놓친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기자가 특정 종교에 편향됐을 것이라고 의심을 많이 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선 취재의 본디 의도를 상하지 않기 위해서 밝히자면, 기자는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신앙을 가져본 적이 없는 무교다.

또 한 가지 해명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왜 기독교 학교는 안까느냐'는 댓글인데 그간 기자는 다른 온오프 매체를 통해서 친미 반공주의와 결합된 한국의 보수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강의석 사건'으로 알려진 류상태씨가 펴낸 기독교 고발서 등의 서평을 써왔다. 불교 비판은 지난해 친일파였던 초대총장과 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건과 연동하여 비판했던 것이 고작이다.

지난 기사부터 시작하여 후속기사까지 특정 종교이념을 건드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의 모든 종교 재단 학교 안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아주 상식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기독교계 학교 숭실대의 불교동아리 불인정


후속 기사와 관련해 먼저 해명해야 할 대목이 있다. 지난 동국대 기사에서 기자는 숭실대 불교동아리(숭불회)가 학교 측으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숭실대 불교동아리 졸업생(79학번)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졸업생에 따르면 불교동아리가 여전히 비공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4월 9일 숭실대를 직접 취재했다.

먼저 숭실대 학생처에 문의한 결과, 불교동아리는 '비인가' 즉,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오보기사로 인하여 숭실대 불교학생회 졸업생과 재학생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그리고 후속기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신 점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이 밖에 지난 기사에 첨부한 표에 실린 각 학교 학생처에 재확인한 결과, 명지대, 성균관대, 원광대, 대진대, 서울여대, 연세대는 타종교 동아리를 인가하였다. 단 가톨릭대는 인가는 했지만 현재 참여하는 학생이 없어 불교학생회가 없는 상태며, 기독학생회는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학교 측의 동아리 공식 인정이라는 형식 자체가 없으며 중앙동아리 차원의 학생 자치를 강조하면서 타종교동아리 활동에 차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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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기독인 연합회 제공

동국대와 숭실대의 사소한 차이점

숭실대의 경우, 동국대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학생회관에서 불교동아리 방이 제공되고 있었다. 이는 지난 1988년 이후 동아리 연합회 합의를 통해서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지난 기사 참조) 현재 학생처 관계자는 1988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불교학생회 공간 제공은 학교 측이 불교동아리를 인정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학생처 관계자는 다른 비인가 동아리들도 학생회관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불교학생회 회장인 06학번 윤선영씨에 따르면 불교동아리 지원금은 학교의 공식적인 지원금이 아니고, 동아리연합회로 들어온 금액 중 일부를 배분받는 구조였다.

다음으로 동국대와 차이점을 살펴보면 숭실대는 카톨릭 학생회에 대해서는 인가를 하고 있었고, 개강미사까지도 인정하고 있었다. 숭실대 카톨릭 학생회인 '프란체스코'에서 활동한 06학번 박수빈씨는 "동아리 활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불교에 비해서 기독교와 천주교의 종교적 뿌리의 친화성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이에 대한 질문에 학교 관계자는 답변을 피했다.)

강의실 이용에 대해서는 숭실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빌려줄 수 있다고 강의실 대여 실무를 맡고 있는 관리과에선 밝혔다. 단 한경직 기념관처럼 학교의 정체성이 깃든 시설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동국대 시설관리팀 교직원은 "건학이념에 위배된다"를 반복하면서 관리과와는 입장차를 보였다.

학생처 관계자도 기자의 질문에 비인가 동아리라 하더라도 일반강의실 이용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불교동아리 학생들은 강의실을 빌렸을까? 현 불교학생회장에 따르면 현재 10명 정도 규모인 불교 동아리로서는 기독교 재단 학교와의 물리적 충돌 자체를 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현재 학교 인근 절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만약 인근에 절이 없었다면 강의실 이용이 필요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절에서 모임을 갖는 게 시설이나 심리적으로 편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또 다른 특이점으로 숭실대는 홈페이지 동아리 종교분과 소개란에서 불교동아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학교가 공식 인정한다고 느껴질 수 있는 태도였다. 반면 동국대는 불교동아리를 사회분과로 넣고 종교분과 자체를 구성하지 않아서 타종교 동아리가 들어가는 거 자체가 봉쇄되어 있다.

a 숭실대 학생회관에 있는 불교학생회 동아리방

숭실대 학생회관에 있는 불교학생회 동아리방 ⓒ 황진태

쌍생아와 같은 동국대와 숭실대의 공통점

숭실대가 동국대와 닮은 점은 교직원, 교수 채용에서 불교의 수계증처럼 기독교인을 증명하는 교인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유념해야할 것은 이 두 학교뿐만 아니라 본 기사에서 파악하지 못한 전국의 모든 종교사학재단이 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또한 졸업의 필수요건으로 재학생은 채플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지난 1998년 숭실대 재학 중인 한 법대생이 졸업요건으로서 채플수업 강요에 대해서 학교 측을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사립대학은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종교교육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판결하여 사실상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2월 16일, 숭실대 학생이 다시 채플수업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라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숭실대도 동국대와 마찬가지로 대체강좌가 없다. 채플 수업과 관련하여 기독교계 학교 중에서는 이화여대가 사회봉사 활동, 레포트 등을 대체하고 있는 게 유일하다.

과거 숭실대 불교학생회 창단멤버들의 투쟁의 성과일수도 있겠지만 학교 측의 절충적인 타협안이 현재의 구도(학교 측으로부터는 비인가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는 불교학생회를 소개하고, 동아리 연합회 차원에서는 인정)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리 인가/비인가 문제를 떠나서 교직원, 교수 채용의 타종교 차별, 대체강좌 없는 종교수업을 통한 학생의 종교적 양심침해는 불교든, 기독교든 쌍생아와 같다. 동국대, 숭실대 뿐만 아니라 유수한 종교재단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건학이념과 정체성에 걸맞은 뼈저린 각성 동반돼야

조선시대의 억불정책, 개화기의 기독교 탄압을 겪으면서 어느 종교보다 배타성에 대해서 두려워할 이들 종교가 똑같이 학습하고 탄압하는 것을 보면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사건에서 잡힌 인질들이 납치범에게 동화돼 호감을 나타내는 현상)이 생각난다.

하물며 이들 종교재단 학교 관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물어본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마저 봉쇄했다.

기자: 동국대서는 왜 기독교 동아리를 인정하지 않는가?
동국대: 기독교 학교도 불교동아리를 인정 안하지 않는가.

기자: 숭실대서는 왜 불교동아리를 인정하지 않는가?
숭실대: 동국대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참으로 그럴싸한 순환논법의 모순에 기댄 변명이다. 이들의 배타성이 유일하게 협력하는 이례적인 사실이 있다. 바로 사학법 투쟁이라는 밥그릇 싸움에서만 '자비'와 '사랑'은 하나로 똘똘 뭉친다. 종교계의 강고한 카르텔 하에서 중간에 끼인 학생들만 측은할 뿐이다. 본래 재단에서 중요시하는 '건학이념'과 '정체성'에 비춘 뼈저린 각성이 필요하다.

종교재단 취재, 시민기자의 한계 혹은 가능성?

마지막으로 시민기자와 독자들에게 부탁드리는 것은 한명의 시민기자로서 취재하면서 절감하건데 각 종교재단 학교의 문제점은 사실 너무나 잘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만 공론화가 안돼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 기자도 종교 관련 기사 때문에 받아야 하는 정신적 압박이 상상 외로 클 줄은 몰랐는데 아마도 이러한 심리적 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해당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숭실대 불교학생회 동문회장인 조덕연씨(81학번)는 "숭실대도 문제지만 다른 종교학교 사례도 확보하는 게 특정 종교를 옹호한다는 오해 소지를 줄일 것"이라며 후속기사를 부탁했지만, 일개 시민기자인 나로서는 전국의 모든 종교재단 학교를 조사하는 게 사실상 벅차다.

그래서 편집부와 협의하에 사전에 여러 자료를 검증하고서 쓴 지난기사에서도 숭실대 사례처럼 사실검증이 제대로 안되어 관련 당사자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일일이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 취재를 한 후에 쓰고 있는 이 기사의 진위여부도 학교 내부인이 아니기에 완전히 자신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즉 시민기자, 독자들 중에서 본인이 현재 재학 중이거나 혹은 졸업 후 모교에 대해서 비상식의 모순점에 대해 기사화해줄 것을 요청한다. 더불어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의 기동취재단도 가동되어 시민기자와 연동된 취재를 한다면 이번 논란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각 언론사 종교전문기자라는 직함을 단 기자들에게도 부탁하건데 그간 너무나 뻔히 잘 알면서도 기사화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이 기사를 핑계 삼아서 뒤늦게나마 메스를 댔으면 한다.

때마침 지난 동국대 기사 이후 한 공중파 방송국이 관련 취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편향된 종교관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되도록 많은 종교 재단을 취재하고 보다 많은 준비를 해서 한국종교를 총체적으로 비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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