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까칠 빛나라, <시사저널> 기자들

[取중眞담] <시사저널> 전담 기자의 뒷담화

등록 2007.04.21 11:25수정 2007.07.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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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파업 100일째를 맞는 시사저널 노조 조합원들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독자들과 함께 거리문화제를 열고 있다.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파업 100일째를 맞는 시사저널 노조 조합원들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독자들과 함께 거리문화제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거리 문화제에 참석한 시사모 회원들과 독자들이 노조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거리 문화제에 참석한 시사모 회원들과 독자들이 노조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6년 6월 16일 <시사저널> 870호 인쇄 중 이학수 삼성 그룹 부회장 관련 기사 삭제. 2007년 1월 11일 노동조합 소속 기자 23명 전면 파업 돌입, 그리고 4월 20일 파업 100일.

지난해 10월 12일 '<시사저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2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되면서 시사저널 사태 취재에 뛰어들었다. 기자는 20일 저녁 파업 100일을 기념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도 취재차 참석했다.

파업 이전부터 시작된 취재를 감안하면, 기자의 <시사저널> 취재는 200일째를 향하고 있다. 그동안 고재열 기자의 '퀴즈왕 등극' 기사 등을 포함,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총 15개의 기사를 썼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솔직히 말해, 이제는 살짝 <시사저널> 취재에 힘이 빠진다. 취재 초기, 사주의 편집권 침해에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고, '기자도 노동자'라며 사측을 향한 노조원들의 정당한 요구 사항들을 '▲'을 넣어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사저널> 취재 기자로서 고충

하지만 기자도 사람이다. 애인과의 100일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시사저널>과의 100일 기념일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그간 100일을 톺아보면 그렇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라'던 명제는 어느새 힘을 잃었고, 기사 하단에 적혀 있던 '이름 석자'를 깨고 나온 기자들은 "파업까지 하게될 줄이야"라는 탄식을 쏟아냈다.

담배를 안주로 막걸리를 들이키던 정희상 위원장, 삭제된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기사를 쓴 이철현 기사의 축 쳐진 어깨, 촛불문화제에서 딸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다 눈물을 보인 윤무영 기자 등 지면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기자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니다.


또한 <오마이뉴스>를 포함해 금창태 사장의 줄소송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취재기자로서의 고충이 있었고, 시사저널 본사(서대문) 앞 요상한 일러스트를 보고 저절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독자로서의 쓰라림도 있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보란듯이 단행본 <기자로 산다는 것>을 출판했고 '퀴즈 영웅'도 탄생시켰지만, 파업 투쟁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들렸다. '새 매체 창간' 소식도 전해졌지만, 시사저널로의 전원 복귀는 항상 희망사항 0순위다.

a 20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거리 문화제에서 정희상 신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과 함께 편집권 쟁취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거리 문화제에서 정희상 신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과 함께 편집권 쟁취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거리 문화제에 참석한 시사모 회원들과 독자들이 노조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거리 문화제에 참석한 시사모 회원들과 독자들이 노조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파업 100일째...고경태 <한겨레21>의 최후진술

새삼 <시사저널> 기자들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터널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다섯달 넘게 취재했지만, 그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은 '<시사저널> 사태 취재 100일 돌파 기념 말말말'로 선정될만한 명언을 해주셨다. 그는 20일 오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열린 명예훼손 혐의에 관한 재판에서 고소인인 금 사장을 향해 거침없이 발언했다고 한다.

"언론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조롱할 것을 조롱해야 합니다. 금 사장은 저의 칼럼으로 마음 아프고 불쾌하시겠지만, 금 사장께서는 한국 언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에 대해 편집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월급이 끊기고, 지면을 잠시 잃었으면 어떤가. 사무실 문이 굳게 잠기고, 전담 기자들 중 한명이 매너리즘에 빠져도 어떤가. 언론사 사주에 치고, 광고에 밀리던 언론의 명예를 그들이 지키고 있지 않나.

힘들고 답답해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조롱할 때는 마음껏 '까칠'하자. 시사저널 23명의 기자들을 포함,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와 국내에 기자라는 직함을 가진 모든 이들이여, 정당한 권리를 잊지 말라. 더욱 '까칠까칠' 빛나라, 시사저널 기자들아.

a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기념 문화제에 록밴드 허클베리핀이 참여해 거리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일 저녁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기념 문화제에 록밴드 허클베리핀이 참여해 거리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사저널> 노조 파업 100일 기념 문화제.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기온마저 뚝 떨어진 저녁 8시께 참가자 100여명을 들썩거리게 한 이들이 있었다.

이날 문화제의 주인공, 3인조 록그룹 허클베리핀(기타·리더 이기용, 보컬 이소영, 드럼 김윤태). 시사잡지와 록그룹. 어울리지 않는 매치지만, 허클베리핀은 지난 1월 19일 열린 거리문화제('짝퉁은 가라! 부활하라, 진품 시사저널')에도 참여했다.

리더인 이기용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문제는 '동아투위'와 같이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사건인데, 21세기에 일어나고 있어 분통이 터졌다"며 "이번 사태는 언론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본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이씨는 "금창태 사장이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 회원들을 고발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허클베리핀은 시사모 회원이기도 하다. 이씨가 화가 난 이유는 '진품' 시사저널 예약 운동을 벌이던 시사모 회원 6명이 금창태 사장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 당했기 때문.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잡지를 제작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문화제 참여는 언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고,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 멤버들과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대상격인 '올해의 앨범'상과 '최우수 모던록 앨범'상을 받을 정도로 10여년 관록의 프로들이지만, 이들은 이날 출연료를 받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이씨는 이날 문화제에 대해 "노조원들도, 이들을 지지하는 독자들도 힘든 상황이라 더욱 '쎈' 노래를 불렀다"며 "우리의 뜻을 표현하고 싶었고 몰입할 수 있었다, 소중한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허클베리핀과 <시사저널>의 인연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차형석 기자가 당시 3집을 발표한 허클베리핀을 인터뷰했고, <시사저널> 독자였던 이씨와 쉽게 가까워진 것.

직접 노래 가사를 쓴다는 이씨가 <시사저널>에 대한 노래를 쓴다면 어떤 가사를 넣고 싶을까.

"'당신들이 옳다면 이미 승리한 것이다, 여러분이 옳다면 여러분은 승리자다, 승리는 여러분의 것'이라는 구절을 쓰고 싶다. 자본의 힘으로 징계나 고소를 당했지만 이것은 현실의 법칙일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기자들을 지지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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