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시작한 손자

해외에 안 가도 영어 잘 할 수있어요

등록 2007.04.22 10:24수정 2007.04.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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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시험출제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7월 시험접수 대상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다고 12일 공지해놓고, 지난 13일 오전 한때 국내에서 시험신청을 기습적으로 받았다.


토플은 외국인이 영어권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영어구사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지난 1964년 처음 시행된 뒤 한국에서도 꾸준히 치러져 왔다.

그런데 ‘토플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토플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올해 들어서이다. 왜 유독 비영어권 국가 중에 한국에서만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21일, 한 일간지에 난 신문기사, 특히 이날 기사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기사는 중고생들의 응시가 전체의 70~80%라고 하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특목고나 대학입학을 목표로 초등학생부터 토플을 준비시킨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TV에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토플시험을 준비 한다는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소수이지만 초등학생들도 토플시험을 본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비틀비틀 손자가 쓴 알파벳
비틀비틀 손자가 쓴 알파벳정현순
그 기사를 보니 이번에 영어공부를 시작한 손자 생각이 났다. 지난주에 손자가 놀러 왔다.

"할머니 우진이 말고 영어로 내 이름 또 있다. 뭐 게?"
"음~ 톰? 존슨?"
"아니야, 내가 가르쳐 줄게. 내 이름은 프랭크야, 프랭크 한번 불러봐."


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손자가 가르쳐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하얀 종이에 영어알파벳을 쓰기 시작한다. 삐뚤 빼뚤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곤 제가 써놓은 알파벳 ABCD…를 노래로 이어서 줄줄 잘도 읽는다.

그러면서 나보고 따라서 해보라고 한다. 난 못이기는 척하고 따라 했다. 손자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런 손자에게 물었다.


"우진아! 영어공부 그렇게 재미있어?"
"응. 아주 많이 재미있어."

6살 된 손자가 이번에 새 유치원에 입학을 했다. 손자는 그동안 즐겨 하던 그림공부 대신에 영어공부를 선택했다. 손자가 영어공부로 바꾸게 된 이유는 얼마 전 만난 동갑내기 제 사촌 때문이다.

사촌은 한 달에 50~60만원을 주고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한다. 그 사촌은 손자 앞에서 간단한 말은 영어로 했단다. 영어를 모르는 손자가 집에 돌아오더니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엄마 나도 영어 배울래" 해서 학원을 바꾸게 된 것이다. 손자는 영어로 말하는 사촌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손자는 제 엄마 차를 타고 가면서도 영어테이프를 틀어 달라고 조른단다. 제 엄마도 원어민과 대화하는 공부를 하고 있으니 손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틀어준 영어회화를 손자가 외울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딸아이도 잘 알고 있겠지만 꾸준히 가르쳐 주라고 하면서 얼마 전 TV에서 본 프로그램을 이야기해주었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인데도 그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영어 테이프를 꾸준히 틀어 주었다고 한다. 안 틀어주는 것보다 훨씬 좋을 거란 생각에서라고. 엄마의 꾸준한 영어학습으로 지금은 초등학교 2~3학년인 원어민과의 대화도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그 아이는 해외연수는커녕 단 한 번도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열성과 열심히 배우는 아이의 합작품의 결과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내 아이의 수준에 맞게 지도를 했다고 한다. 그날 배운 단어와 숙어를 반복해서 완전히 알 때까지 했단다. 실제로 그 아이가 말하는 영어 실력은 꽤 익숙하게 들렸다. 아는 단어도 많았다. 전문가도 그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성실히 하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런 반면 내 주변에서도 영어연수를 몇 년씩 갔다 와도 영어로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영어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도 한다. 이와 같이 이젠 영어는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다가오는 2008년부터 초등학교에도 영어조기교육이 정식 수업으로 채택될 예정이라고 한다. 방학 때만 되면 세계 곳곳으로 언어연수를 떠나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웃에 사는 엄마도 이번 여름방학 때 미국으로 영어연수를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학비 걱정을 하고 있다. 영어학원 중에는 대학등록금보다 더 비싼 학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꼭 비싼 돈을 지불해야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부모의 사랑과 열정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영어교육의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가끔씩 떠나는 해외여행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여, 요즘에는 시간이 나면 알아들을 수도 없는 AFKN 방송을 틀어놓고 맥없이 듣고 있다. 그들이 하는 행동으로 대충 감을 들으면서. 그러다 가끔 아는 단어가 나오면 귀를 쫑긋하기도 하면서 반갑기도 하다. 그것이 작은 시작은 아닐는지?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3살 된 아기를 둔 엄마를 만났다. 그의 손에는 영어 책이 들려있었다. 난 그에게 "아기엄마가 영어공부 시작했나 보네?"라고 말했더니, "아니에요, 우리 아기 책이에요" 한다.

이어 내가 "아니 아기가 아직 어리잖아?" 했더니, "그래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요"라고 답한다. 세상에나! 신문 방송에서 듣던 얘기가 먼 곳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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