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 밑의 용머리 장식과 제비집. 내소사에는 네 귀퉁이 모두 용머리 장식을 갖고 있어 대목수는 반야용선 대웅보전을 기구처럼 둥실 띄우려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이덕은
바깥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추녀 밑에도 용머리가 있다. 그것도 네귀퉁이에. 아마 대웅전을 짓는 도목수는 대웅전 앞쪽 전망이 좋지 못해 반야용선이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것보다는 기구(氣球)처럼 네 귀퉁이에서 들여 올려지길 바랐나 보다.
그 중 왼쪽 앞 용머리 장식은 목탁을 입에 물고 있어 이채롭다. 대웅보전 앞에 서서 보니 내소사 전각들은 합각벽(지붕 양옆 삼각부분)에 기와로 만든 소박한 장식을 갖고 있는데 제각각 모양이 달라 관람의 재미를 더 한다.
대웅보전이 내부 장엄에서 특색을 가지고 있다면, 대웅보전 바로 곁에 있는 설선당은 독특한 구조와 살림집 냄새를 가장 많이 풍기는 곳이다. 설선당은 두 개의 맞배지붕 집을 'ㅁ'로 연결한 구조인데 절마당과 접한 쪽은 차방으로 쓰이고, 뒷채는 선방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비좁아 부엌과 헛간 용도가 더 큰 게 아닌가 생각된다.
2층과 단층으로 이루어진 복잡하면서도 아늑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겉으로는 복잡한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다. 아래 문지방이 크게 굽어진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이 부엌인데 흙바닥(지붕 아래서 흙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에 마치 너와집 구조처럼 벽이 천장 쪽으로 뚫려 있어 부엌 환기창으로 빠져 나가지 못한 연기가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지형을 이용한 건물은 경북 양동마을 이언적의 향단 부엌구조가 떠오르는 구조로 매일 드나들어도 심심치 않을 구조를 가졌고, 까뀌로 툭툭 쳐내 붙여놓은 듯한 대문 널판에서 대목이 만든 투박한 찬장처럼 구수한 맛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