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후퇴, 여당 잘못 계산하고 있다"

[인터뷰]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여당 원내대표실 '점거 아닌 점거'

등록 2007.04.23 21:11수정 2007.04.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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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23일 국회에서 만난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정 위원장은 걸려오는 전화마다 "사학법을 지켜주세요, 국민연금법을 미루고, 지지 부탁드립니다"고 당부했다.

여야간 '사학법-국민연금법-로스쿨법 일괄처리' 움직임이 일자 정 위원장의 발걸음을 빨라졌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사학법 재개정안이 애초 취지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고 보는 데다 '후퇴안'이 국민연금법·로스쿨법과의 동시 처리를 위해 4월 국회 중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발걸음 빨라진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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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 위원장은 지난 20일 사립학교개혁 국민운동본부(이하 사학개혁 범국본)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 원내대표의 지방 일정 탓에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23일 오전에야 양측의 면담이 이뤄졌다. 결국 정 위원장 일행은 장 원내대표를 기다리다 나흘간 원내대표실에서 '점거 아닌 점거'를 하게 된 셈.

정 위원장은 이 외에도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직접 방문해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를 저지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기자와 만났던 의원회관을 떠나지 않고 다른 의원들의 사무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장영달 원내대표와의 면담에 대해 "장 원내대표와 김진표 정책위의장이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영 잘못된 계산을 하고 계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도부가 사학법 재개정안 합의로 기울었고, 어느 수준으로 합의할 것인지만 남긴 것 같았다"며 "종교계의 반발, 위헌 소지(이사장의 친인척이 교장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과 함께 대학총장들이 로스쿨 추진을 압박하는 상황까지 생겨서 사학법을 양보하고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을 추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세 가지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시간을 갖고 검토하고, 관련자료를 내놓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며 "정부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서 사학법 재개정까지 처리하려는 것은 짧은 기간에 최악수를 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미FTA에 이어 사학법까지... 정부의 최악수"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실을 점거하게 된 배경은.
"'점거'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20일 11시 기자회견을 연 뒤,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는 장영달 원내대표와 김진표 정책위의장에게 달려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만나기 위해 들렀다. 하지만 지방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그날 오후나 밤이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3일을 기다렸다(웃음).

그날 양당 지도부가 만나 한나라당의 제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급한 마음에 약속을 잡지 않고 왔다. 한나라당이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을 연계시키려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조급한 마음에 양보를 해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한나라당이 전혀 상관없는 세 법안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의한 '딜'이다.

정부도 왜 로스쿨법 처리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연금법도 마찬가지다. 재정 파탄을 메울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없이 국민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검토하고, 관련 자료를 내놓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정부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서 사학법 재개정까지 짧은 기간에 처리하려는 것은 최악수를 두는 것이다."

-장영달 원내대표와 김진표 정책위의장을 '사립학교법 개악 이적(二賊)'으로 규정했는데.
"당장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 영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다."

-오전 장 원내대표와의 면담 결과는.
"지도부가 사학법 재개정안 합의로 기울었고, 어느 수준으로 합의할 것인지만 남긴 것 같았다. 장 원내대표는 종교계의 반발, 위헌 소지('이사장의 친인척이 교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등과 함께 대학총장들이 로스쿨 추진을 압박하는 상황까지 생겨서 사학법을 양보하고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을 추진하려고 했다."

"사학법 타협안, 중요조항 중 뭐가 남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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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재 논의되는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해.
"지난 2~3월 논의된 열린우리당의 재개정안보다 더 후퇴했다. 지난 12월 이은영 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재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제외했다. 예컨대 족벌사학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장의 친인척은 학교장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빼버렸다. 또한 대학총장의 경우, 중임 1회를 허용해 임기를 8년으로 제한한 것도 풀어줬다.

개방형 이사제 관련, 애초 사학법을 직권상정하는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회)가 2배수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게 하는 등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단서 조항을) 끼워넣고 있다. 결국 회계 장부 및 회의록 공개 외에 사학법이 다루는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가."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불가) 법제화도 주장하고 있다.
"3불정책이 고수된다고 해서 교육이 개혁됐다고 말할 수 없다. 겨우 지금의 공교육 체계를 유지하는 수준이고, 질 높은 공교육을 위해 더 개혁돼야 한다. 일부 대학들은 마치 규제가 너무 많아서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이미 수시모집 등을 통해 학생들을 다양하게 뽑고 있지 않나. 상류층 자녀들이 들어갈 길은 열려있다.

그나마 3불정책으로 최소한의 제한을 두고 있고, 특히 내신 성적이 중요하게 여겨져서 다행이다. 대학의 학생선발정책으로 중·고교 교육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대학별 본고사로 학생들을 뽑겠다고 하는데, 과연 대학교수들이 제대로 학생들을 뽑을 실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모든 대학이 3불정책 폐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교원평가제는 반대하고 있다.
"시범실시를 했는데, 아직까지 결과가 안 나왔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되도록 반발이 적은 학교를 선정해 실시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지고, 일반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난 13일 공청회를 했는데,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도 '이미 근무평정이 있는데, 교원평가제와 차별성이 없다'며 갑자기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3불정책 논란, 교육 정상화의 대안이 없다"
민언련, 입시정책 보도 관련 토론회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불가) 찬반 논란이 입시경쟁과 사교육 시장 팽창 등의 교육 현안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불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이 연말 대선 이슈로까지 부각된 가운데 정작 이 정책의 존폐 논란이 교육 현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주장은 김성원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과 언론> 편집위원이 23일 서울 배제정동빌딩에서 '입시정책 관련 신문보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김 편집위원은 '3불정책 프레임을 넘어 교육정상화로'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3불정책 존폐 논란을 중심으로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구분짓는 것은 논의의 지평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불정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지옥 같은 입시 경재와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면서 "마찬가지로 3불정책의 폐지가 대학의 연구 및 교육 역량의 급격한 향상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위원이 지난 3~4월 3불정책에 대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앙일보(40건), 동아일보(29건)이었다. 한겨레는 27건, 경향은 14건이었다.

그는 "3불정책을 비판하는 <조선> <중앙> <동아>의 논리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침해' '변별력 저하' '대학 경쟁력 약화' 등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이에 대해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증가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3불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것. 김 편집위원은 "두 신문은 3불정책 폐지 논리에 대해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보개혁 언론은 일부 수구보수 언론의 3불정책 폐지론에 사실 왜곡과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반박 보도로 대응했다"며 "이들은 3불정책 폐지론에 대한 반대를 넘어 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를 주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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