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열리는 1300년 역사의 용신제

제 11회 가야진용신제 열려

등록 2007.04.25 10:12수정 2007.04.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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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야진용신제 '부정가시기'에서 솔가지로 물을 뿌리며 부정을 쫓는 도집례(예능보유자 김진규)

가야진용신제 '부정가시기'에서 솔가지로 물을 뿌리며 부정을 쫓는 도집례(예능보유자 김진규) ⓒ 김정수

지난 23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가야진사 일원에서 ‘제 11회 가야진용신제’가 열렸다. 민속놀이인 가야진용신제는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에 있는 ‘가야진사(도 민속자료 제7호)제례’를 바탕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가야진용신제는 신라 초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국가적 제례의식의 하나이다. 신라의 종묘는 제2대 남해왕에 즉위한 3월춘에 시조대왕 박혁거세의 묘당에 세워 친누이 아노로 하여금 치제케 한 것이 그 시조가 된다.


가야진사에 모시는 신은 전설에 따라 용신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제수로 사용한 희생(살아있는 돼지)을 용신이 있다고 믿는 용소에 통째로 던짐으로써 선박과 선원의 안전 및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가야진제는 시제 2월 정(丁)일과 8월 정일에 지내는 시제와 한발에 지내는 기우제가 있었는데, 요즘은 상기한 시제와 용신제를 합하여 3월 초정일(음력 3월7일)에 행한다. 10월에 열리는 양산삼량문화축전 때도 시연된다.

a 칙사맞이궂에서 길닦기를 하는 모습

칙사맞이궂에서 길닦기를 하는 모습 ⓒ 김정수

오랜 역사를 가진 가야진용신제는 일제강정기시대에 일제의 탄압으로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다. 가야진사가 헐리고, 용신제가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이장백옹 등이 몰래 천태산 비석골에 사당에 모시고 밤중에 제수를 운반해 제사를 지내며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광복 이후는 한동안 국가의식으로 치러내지 못했다. 1983년에 가야진사가 경남도 민속자료제 7호로 지정되면서 원동면 용당마을 주민과 원동면민이 가야진용신제보존회를 구성하여 발굴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1995년에는 제 27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연해 우수상을 받았으며, 1997년에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 19호 지정되기에 이른다.


고속도로에서 정체가 되는 데다 물금IC에서 물금 방면으로 가는 구간에 이정표가 헷갈리는 바람에 행사장에는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자 이미 용신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a 칙사(오근섭 양산시장)가 사인교를 타고 영접길에 오른다

칙사(오근섭 양산시장)가 사인교를 타고 영접길에 오른다 ⓒ 김정수

5장으로 구성된 가야진용신제는 부정가시기로 시작한다. 제를 올리기 전에 가야진사 주변과 출입구에 부정을 쫓아내는 의식을 치른다. 부정이 없도록 입구에 대나무를 세워 금줄을 친다. 입구의 바닥에는 황토를 뿌리고 솔가지로 물을 뿌린다.

부정아 가시라. 천상아래 넓은데 점지하신 이곳은 삼용신을 모신 터 부정아 가시라.(부정가시기 소리 일부)



도집례(예능보유자 김진규)가 바가지에 담은 정한수를 솔가지로 바닥에 뿌리며 부정가시기 소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가야진사 앞에 모두 엎드려 큰절을 올린다. 이어서 칙사맞이궂이 시작된다.

칙사맞이궂은 ‘길닦기소리’, ‘지신밟기 소리’, ‘칙사를 모시고 오면서 하는 소리’ 등 3가지 소리가 있다. ‘길닦기’는 괭이, 망깨 등 농기구를 들고 소리에 맞추어 땅을 고르고, 다지고 비질을 한다.

중간중간에 일꾼과 풍물꾼들이 어울려 병신춤을 추기도 하고, 막걸리를 마시거나 소리를 하면서 노동의 피로를 푼다. 가야진용신제에서 가장 흥겨운 마당으로 흥에 겨운 관광객이 함께 어깨춤을 추기도 한다.

칙사인 오근섭 양산시장이 가마와 비슷한 사인교에 타자 칙사맞이 풀이를 하면서 영접길에 오른다.

a 용신제례를 올리고 있다

용신제례를 올리고 있다 ⓒ 김정수

쉬! 물렀거라 칙사님 나가신다.
쉬! 나랏님 명을 받고 칙사님 나가신다.
쉿! 물렀거라 칙사님 행차시다.


모두들 길을 열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사인교를 타고 행차를 하다 가야진사 앞에서 내린다. 칙사가 제당에 당도하면 집례관이 칙사의 입실을 고하고 용신제례를 엄숙히 올린다.

제상에는 모두 익히지 않은 제물과 삼용신을 의미하는 3개의 잔을 놓는다. 제상 오른편에는 돼지 한 마리가 누워있다. 낙동강에 제물로 받치게 되는 돼지인데, 얼마 전까지는 살아있는 돼지를 사용해 오다 낙동강의 오염문제 등으로 죽은 돼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사받은 축문을 읽기 시작하자 모든 참제원들이 엎드려서 축문을 듣는다. 많은 취재진이 몰려 제상이 놓인 사당이 비좁아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다.

a 제물로 올릴 돼지를 들고 송막 주변을 한바퀴 돌고 있다

제물로 올릴 돼지를 들고 송막 주변을 한바퀴 돌고 있다 ⓒ 김정수

제례를 마친 후 축문을 불에 태우고는 낙동강변에 마련된 송막(불집)으로 향한다. 송막을 정월대보름에 태우는 달집과 비슷한데, 크기는 조금 작은 편이다. 제물로 바칠 돼지를 들것에 싣고 그 뒤를 칙사가 따른다.

마을 주민들도 새끼줄을 잡고 일렬로 따라나선다. 마치 어린시절 기차놀이를 하던 것과 흡사하다. 송막을 한바퀴 돈 후 불을 지른다. 송막에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자 새끼줄을 송막 위에 감아올린다. 송막이 불길에 타들어 가자 알자가 “자! 이제 용신님께 이 희생을 바치러 갑시다” 하고 외친다.

그리고 제물로 바칠 돼지와 칙사가 나루터로 향한다. 촬영을 하다 말고 나루터로 뛰어갔다. 나루터에는 두 척의 배가 놓여있다. 취재진이 탄 배가 먼저 출발하고, 돼지와 칙사가 탄 배가 뒤이어 출발했다. 낙동강을 가르며 나아가던 배가 용소 앞에서 멈추었다.

“잠시만요! 조금 있다 던지세요.”
“으싸!”
“풍덩!”

a 돼지를 용소 앞의 낙동강물에 던지고 있다

돼지를 용소 앞의 낙동강물에 던지고 있다 ⓒ 김정수


a 용소풀이를 끝내고 배가 나룻터로 돌아가고 있다

용소풀이를 끝내고 배가 나룻터로 돌아가고 있다 ⓒ 김정수

취재진이 탄 배가 미처 접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벽돌을 매단 돼지가 낙동강물에 던져졌다. 다행히 필자는 뱃머리 제일 앞에 타고 있어서 제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용소풀이가 그렇게 끝이 나서 조금 아쉬웠다. 나루터로 돌아와 배에서 내리니 송막은 이미 다 타고 잿더미가 되었다. 뒷풀이라 할 수 있는 사신풀이를 마지막으로 가야진용신제는 막을 내렸다.

뒤이어 가야진용신제전수관 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현판식과 테이프커팅식, 감사패 전달 등이 있었다.

a 가야진용신제 전수관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가야진용신제 전수관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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