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서 보이는 길, 오른쪽에는 방문자 센터와 야외 무대가 있고 왼쪽에는 숲속 놀이터, 뚝섬 가족마당, 수변공원 등이 있다이현숙
뚝섬 서울숲 공원은 우리 동네 바로 옆에 있다. 한강을 따라 걸어서 가면 40분, 버스를 타고 가면 20분 걸린다.
하지만 걸어서 가다 보면 항상 시간이 더 걸린다. 나의 오래된 버릇 딴청하기 때문이다. 구경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나는 서울숲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지쳐 있어, 성수대교에서 가까운 쪽만 겨우 보고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오늘(24일)은 생각을 바꿔 버스를 탔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뚝도정수장 앞에 섰다. 서울숲은 다음 정거장이지만 나는 여기서 내린다. 그래야 더 가깝고 편하다.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겹쳐 서 있다. 세 가지 색의 철쭉, 무리 지어 피어 있는 팬지는 도로에서도 보인다. 꽃 못지 않게 예쁜 연두빛이 바람에 간들거린다. 연두 빛은 누가 뭐라 해도 봄을 대표하는 색이다.
서울숲은 차도를 두군데나 끼고 있다. 그 중 한 곳은 차도를 둥들게 아치형 언덕으로 만들어 그 위를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한다. 병아리들이 떼를 지어 언덕을 내려온다. 앞에 어른 하나, 뒤에 어른 하나, 그리고 가운데는 손에 손을 잡은 유치원생들이다. 얼마나 놀았는지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고, 천방지축 신나서 걷던 아이들이 하나 둘 내리막 턱에서 넘어진다. 아이들은 찌푸리지도 않고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며 다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