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 그림엔 어떤 코드가 있을까

[가톨릭 음모론 2] 캐슬린 맥고완 <선택받은 자>

등록 2007.04.30 10:54수정 2007.04.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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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선택받은 자>

<선택받은 자> ⓒ 문학수첩

보통 연도를 말할 때는 기원후와 기원전으로 구분한다. 이 구분의 기준이 되는 것은 예수의 탄생이다. 예수가 서기 1년에 태어났다고 보고, 그때를 기준으로 기원전후를 구분한다.

실제로 예수가 태어난 정확한 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로마 황제가 실시한 국세조사를 위해서 요셉과 마리아가 본적지로 돌아가는 도중에 예수가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을 끼워 맞추다 보면 모순이 생겨난다.


당시 로마의 황제는 아우구스투스였다. 아우구스투스는 통치기간동안 세 차례에 걸쳐서 로마제국 전역에서 국세조사를 했다. 기원전 28년, 기원전 8년, 서기 14년에 각각 국세조사를 실행했다.

이 사실을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기 1년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가까운 국세조사는 기원전 8년에 있었다. 약간의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8년의 차이는 너무 큰 것 아닐까.

당시 예수가 태어난 곳은 로마의 속국이었다. 기원전 4년에 친로마파였던 헤롯왕이 죽고, 두 파벌의 고질적인 싸움으로 불안정한 시기였다. 하나는 로마에서 독립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하나는 로마의 속국이 되어서 유대민족의 삶을 이어가자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혼란한 와중에 예수는 태어났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예수는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바리새인들과 마찰이 있었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존중했지만, 동시에 여자와 병자, 불구를 무시하고 죄인 취급했다. 바리새인들에게는 율법이 인간보다 우선이었다. 오죽하면 예수가 이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비난했을까. 예수가 살았을 당시 이스라엘 지역은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그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모두 유대지역 문제로 꽤나 머리 아팠을 것이다. 이 지역이 '화약고'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서 속의 인물들을 새롭게 묘사한 <선택받은 자>


캐슬린 맥고완은 역사 미스터리 소설 <선택받은 자>에서 2000년 전 유대지역을 복원하고 있다. 작품의 상당부분을 할애해서 예수와 마리아가 살았던 당시의 예루살렘과 갈릴리 지방의 모습을 그려낸다. 예수를 따르는 무리와 바리새인들의 갈등과 충돌, 로마황제와 세례 요한의 영향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헤롯왕, 헤롯왕의 압력과 양심의 문제로 딜레마에 빠져있는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물론 캐슬린 맥고완이 <선택받은 자>를 통해서 보여주는 모습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캐슬린 맥고완은 성전에서 상인의 좌판을 뒤엎는 예수의 모습, 막달라 마리아와 살로메의 우정, 예수의 지시 앞에서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가롯 유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성서 속의 인물들을 완전히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베드로의 배신과 유다의 고발까지도.


이중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본디오 빌라도의 모습이다. 빌라도는 예수의 문제로 고민한다. 빌라도가 보기에 예수가 스스로를 가리켜서 '선택받은 자'라거나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로마는 애초부터 다신교 사회였다. 수많은 신이 있는 로마에, 한 명의 '신의 아들'이 추가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예수를 가리켜서 '유대인의 왕'이라고 칭하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그때부터는 종교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에 대한 반역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빌라도는 집요하게 예수에게 묻는다. '너는 유대인의 왕이냐?'

<선택받은 자>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작가이자 언론인 '모린 파스칼'이다. 그녀는 예루살렘을 여행하던 도중에 우연히 한 가게에서 반지 하나를 얻게 된다. 작은 동전만한 반지다.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둥글게 아홉 개의 점이 있는 무늬를 가지고 있다. 이 반지를 얻게 되면서부터 모린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프랑스 남서쪽 랑그도크 지역에 살고 있는 '베랑제 싱클레어'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스스로를 카타리파의 후손으로 칭하는 그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고 야심이 있다. 조금 광신적인 면도 있고 동시에 돈도 많다. 그리고 머리도 좋다. 위험한 인물이 되기 위한 최적의 조합을 갖춘 셈이다. 모린은 베랑제의 초대를 받고 망설이지만, 결국 함께 프랑스로 향한다. 그리고 랑그도크에서 카타리파에 관한 슬픈 역사를 접하고, 숨겨진 복음서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보티첼리의 그림에는 어떤 코드가 숨겨져 있을까?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관통하고 있는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이다. 그리고 <선택받은 자>에서 계속 언급되는 그림들은 산드로 보티첼리, 니콜라스 푸생의 그림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림 속에 무언가를 남겨둔 것처럼, 보티첼리와 푸생도 자신의 그림 속에 어떤 메시지를 숨겨두었을까. 베랑제 싱클레어는 보티첼리와 푸생의 그림에 많은 찬사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굳어진다. 마치 레오나르도가 상종 못할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굳이 랑그도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프랑스라는 지역은 가톨릭의 역사에서 무척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곳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중세 마녀사냥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마녀로 몰린 잔다르크가 화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아비뇽 유수'의 현장이면서, 십자군을 화려하게 장식한 성당기사단이 만들어지고 궤멸된 장소이기도 하다.

한술 더 떠서 댄 브라운은 그의 작품에서 '살아남은 마리아와 예수의 자식들이 프랑스로 도피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역사적 사실이건 상상의 이야기이건, 이래저래 프랑스는 가톨릭의 역사에서 중요한 곳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카타리파 학살 사건이다. 교황 인노센트 3세는 카타리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정벌하기 위해서 십자군을 동원했다. 그리고 랑그도크 지역에 모여 있던 카타리파 사람들과 무고한 마을 주민들까지 수만 명을 학살했다. 카타리파는 왜 이단으로 몰려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까.

카타리파에 관한 기록들은 모두 이후에 승자의 손으로 씌여진 것들뿐이다. 역사는 있었던 일이 아니라 기록된 것 이라고 하던가? 8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카타리파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의문점이 많다. 이들의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카타리파의 비극은, 중세 가톨릭이 얼마나 이단사냥에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동시에 흥미로운 역사 미스터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훌륭한 소재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선택받은 자> 1, 2. 캐슬린 맥고완 지음 / 이옥용 옮김. 문학수첩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선택받은 자> 1, 2. 캐슬린 맥고완 지음 / 이옥용 옮김. 문학수첩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선택받은 자 1

캐슬린 맥고완 지음, 이옥용 옮김,
문학수첩,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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