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 선각대사 편광탑비와 삼층 석탑이현숙
강진 땅을 밟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무위사. 월출산 남쪽에 있으며 강진 땅에 자리한 선비풍의 신라 고찰. 신라 고찰이라면 꽤 찬란할 것 같은데 눈에 들어온 건 단아한 극락보전 하나.
쓸쓸해 보일 법도 한 경내는 단촐 해서 오히려 편안하다. 그래서 무위사인가. 요즘의 절집들은 앞 다퉈 새집을 지어 절 앞에도, 뒤에도 웅장한 기와집으로 채워져 있는데 무위사는 텅 비어 있어서 더 충만한 느낌이다
극락보전 벽화에는 독특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법당이 완공되고 스님들이 백일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남루한 차림의 노승이 찾아와 법당의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자청하였다. 차림보다 기품이 있어 보이던 노승은 주지에게 49일 동안 법당 안으로 사람을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였으나, 49일이 다 되어도 인기척조차 없자 주지는 창구멍을 뚫고 법당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노승은 보이지 않고 파랑새가 붓을 물고 있는 게 아닌가. 이 파랑새 마지막 남은 관음보살의 눈을 그리려다 인기척에 놀라 붓을 버리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관세음보살은 영 눈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