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수난 당하는 두릅나무

등록 2007.05.02 15:27수정 2007.05.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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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을까? 두릅나무를 가차없이 베 버렸다. 이유는 하나. 가지 끝에 자라는 두릅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누가 그랬을까? 두릅나무를 가차없이 베 버렸다. 이유는 하나. 가지 끝에 자라는 두릅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맛객
"두릅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야."


지인에게 어떤 사람들이 두릅나무를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고 말하자 했던 말이다. 동감이다. 그들은 두릅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나무 꼭대기에 있는 두릅 고작 한두 개 얻기 위해 팔목만큼 굵은 두릅나무를 베다니.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그들은 산에 올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두릅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두릅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맛객
지난 29일 일행 몇 사람과 함께 경기도 가평 명지산에 두릅을 따러 갔다. 목적지 산 아래에 봉고차가 서 있는 걸로 보아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나보다. 예상대로 두릅은 없고 따간 흔적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잘 살펴보면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두릅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넘게 걸려 여럿이 나눠 먹을 정도까지 땄다. 그러니 먼저 와 훑고 지나간 그들을 원망할 일도 없다. 허나 씁쓰름한 기분을 떨쳐지지 않는다. 두릅을 따기 위해 저지른 그들의 행위때문이다.

두릅은 나무 꼭대기에 나오는 새 순이 가장 굵고 맛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나무를 잡아당겨 휘어서 두릅을 딴다. 하지만 나무가 굵다면 아무리 좋은 두릅이 달렸더라도 포기해야 한다.

휘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힘으로 따려 하다간 부러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 건 이미 먹거리가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 거라고 보면 된다. 근데 그들은 욕심이 과했을까? 낫으로 두릅나무를 두 동강 내서 기어이 두릅을 손에 넣은 것이다.


두릅이 고급 나물로 알려지면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두릅이 고급 나물로 알려지면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맛객

무개념의 현장, 오로지 두릅만을 위해 나무를 베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얻는 건 고작 두릅 1~3개
무개념의 현장, 오로지 두릅만을 위해 나무를 베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얻는 건 고작 두릅 1~3개맛객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는 그들이 어찌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찾는단 말인가? 그들은 두릅을 얻는 게 아니고 빼앗은 거나 마찬가지다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는 그들이 어찌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찾는단 말인가? 그들은 두릅을 얻는 게 아니고 빼앗은 거나 마찬가지다맛객

인정사정 없이 베 버렸다
인정사정 없이 베 버렸다맛객

한 번 베어진 나무가 새 가지를 뻗고 자란다. 하지만 또 베어졌다
한 번 베어진 나무가 새 가지를 뻗고 자란다. 하지만 또 베어졌다맛객

공존? 이미 죽은 두릅나무와 이번에 잘린 게 같이 있다. 잘못된 공존이다
공존? 이미 죽은 두릅나무와 이번에 잘린 게 같이 있다. 잘못된 공존이다맛객

결국 죽어버렸다
결국 죽어버렸다맛객
그렇게 그들의 낮에 의해 두 동강 난 두릅나무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작년에 베어진 것으로 보이는 두릅나무는 벌써 죽어 썩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몹쓸 짓을 해서 딴 건 두릅이 아니라고 본다. 욕심이고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산에서 내려오니 봉고차 옆 나무 그늘에 7~8명의 남자들이 앉아있다. 가까이 가보니 두릅을 담은 배낭과 낫이 보인다. 두릅나무를 훼손한 사람들이 분명했다. 그들은 무전기까지 동원하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라고 하는 그들에게 묻는다.


"두릅 먹을 자격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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