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에도 차분하게 봄비가 내린다

여름이 오기 전 안동 땅 하회마을에 가다 ①

등록 2007.05.07 09:33수정 2007.05.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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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과 꽃잔디가 어우러진 연못에 비친 하회의 풍경 ⓒ 이상기

봄기운이 가득한 5월, 우리 일행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의 측면에서 살펴보기 위해 하회마을로 떠났다.

하회마을은 도산서원, 봉정사와 함께 안동지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화유산이다. 안동시에서 발행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팸플릿을 보면 이들 세 가지 문화유산 중에서 하회마을이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다. 그것은 하회마을이 정신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회마을에는 현재 사람들이 논밭을 일구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삶과 문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통시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농사와 공연을 통해 하회의 현재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침 9시 30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하회 주차장이 10시가 되니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수학여행단을 태운 관광차가 들어오면서 한 떼의 학생들이 마을 입구로 들어온다.

우리와 함께 한 문화재 해설사가 우리 팀이 이들보다 조금씩 앞서서 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바람에 시간 여유를 갖고 한 곳 한 곳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조용히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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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일월(堯之日月) 순지건곤(舜之乾坤)’이라는 입춘첩이 붙은 초가집 ⓒ 이상기

우리는 먼저 가느다랗게 내리는 비를 뚫고 마을 입구 연못을 지난다. 못가에 핀 빨간 철쭉꽃과 꽃잔디가 차분한 봄비와 참 잘 어울린다. 만송정으로 이어지는 둑방길에 잎이 파랗게 돋은 벛나무와 마을에 심어진 미루나무가 연못에 비쳐 정말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그 앞으로 보이는 문필봉은 전체의 절반쯤이 구름에 덮여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우리는 몇 군데 한옥과 초가집을 지난다. 그 중에서도 대문에 ‘요지일월(堯之日月) 순지건곤(舜之乾坤)’이라는 입춘첩이 붙은 초가집이 마음에 든다. 요임금 시절의 해와 달, 순임금 시절의 하늘과 땅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그 이상의 굉장한 철학이 들어있는 듯하다.

태평성대의 상징인 요순시절처럼 해와 달 그리고 하늘과 땅이 우리 인간에게 평화와 풍요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집안 쪽마루에 앉아서 마늘을 까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말 평화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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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소원지 너머로 보이는 양반탈 모습의 대감 ⓒ 이상기

이곳을 지나 삼신당으로 향했다. 삼신당은 삼신할미를 모신 당으로 당집은 없고 느티나무 신목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오늘은 조금씩 비가 내려 그늘은 없지만 신목이 주는 신성한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엄숙하다.

신목 주변에는 새끼로 금줄이 쳐져 있고 그 새끼줄 사이사이에는 소원을 비는 하얀 한지들이 촘촘하게 꽂혀있다. 소원지 너머로는 양반탈의 얼굴을 한 대감이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는 듯이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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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대문 밖에서 바라본 입암고택 ⓒ 이상기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보물 제306호인 입암고택(立巖古宅)이다. 입암고택은 조선 선조(宣祖) 때 문신 서애 류성룡(柳成龍:1542∼1607)의 형인 겸암 류운룡(柳雲龍:1539∼1601)의 집으로 풍산 류씨 종택이다.

류운룡의 아버지 입암(立巖) 류중영(柳仲郢:1515∼1573)의 옛날 집이라는 의미에서 입암고택이라고 부른다. 이집은 또 ‘양진당(養眞堂)’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류운룡의 6대손 류영(柳泳:1687∼1761)의 아호(雅號)에서 유래한다.

입암고택은 하회 마을에서는 드물게 정남향(正南向)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53칸 집이다. 문간채와 행랑채가 길게 이어져 있고, 口자 형의 안채와 그 북쪽의 사랑채를 一자 형으로 배치하였다. 오른편 북쪽에는 2개의 사당(祠堂)이 있는데, 류중영 류운룡 선생의 불천위 사당이다.

그러나 안채로 들어가는 문이 닫혀있고 주인이 문을 닫고 밭에 나가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집을 나오며 대문 밖으로 펼쳐진 한 폭의 봄 풍경을 통해 과거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느꼈던 풍류를 추체험해본다. 과거나 현재나 자연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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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암고택 사랑채 대문 안에서 바라본 자연의 모습: 봄이 싱그럽다.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통해 안동의 문화와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된장마을, 한지전시관을 통해 안동의 맛과 멋을 보여주려고 한다.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덧붙이는 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통해 안동의 문화와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된장마을, 한지전시관을 통해 안동의 맛과 멋을 보여주려고 한다.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하회마을 #삼신당 #입암고택 #양진당 #류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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