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늘어난 이유? 장수시대니까

고광애·유경의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

등록 2007.05.08 12:05수정 2007.05.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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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문집

요즘 부쩍 황혼이혼이 늘었답니다. 한동안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유행한다더니 우리나라도 일본의 뒤를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네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예전에는 여자들이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시대가 변해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를 보니 그 까닭이 나오네요.

"장수시대니까 이혼도 재혼도 자연히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병도 단명하던 시대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이를테면 골다공증 같은 것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옛날에야 골다공증이 올 무렵이면 대개 죽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예전엔 정 못 살겠다 싶을 즈음에는 서로 앞서거니뒤서거니 죽었으니까 이혼 문제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서양에서도 19세기 전에 이혼이 적었던 이유로, 부부 한쪽이 먼저 죽는 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로렌스 스톤은 이것을 한 마디로 정리합니다. '현대의 부부들은 이혼 법정에서 헤어지지만 옛날에는 장례식장에서 헤어졌다.'"


물론 오래 같이 산 부부들이 전부 다 이혼하는 건 아니지만 수명이 늘어난 만큼 혹은 그 이상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요. 때문에 노년의 나이인 60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90세 혹은 100세에 이르기까지 산다면 맞지 않는 배우자와 생애의 남은 기간을 참으면서 지겹게 살고 싶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요.

'일흔'과 '마흔', 두 노년전문가의 화음

'일흔'을 대표하는 고광애씨와 '마흔'을 대표하는 유경 기자가 함께 중년과 노년을 위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펴냈습니다.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두 사람은 이 시대의 노년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광애씨와 유경 기자는 이미 노년에 대한 책을 두 권씩이나 펴냈습니다. 고광애씨는 일흔의 나이임에도 현재 노년상담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인 유경 기자 또한 노인복지전문가로, 죽음준비 전문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만나 마흔과 일흔의 '화음'을 이뤄냈습니다. 아직 중년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중년의 이야기를, 노년의 길목에 들어서서 길 안쪽을 기웃거리는 중년들에게는 노년의 이야기를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조곤조곤 짚어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노년은 두려움의 외투를 입고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도 아주 기껍고 즐거운 마음으로 노년을 맞이하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라도 늙고 싶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세월의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고 세월의 더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마음속에 내려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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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애씨(오른쪽)와 유경 기자 ⓒ 서해문집

나이듦을 피하고 싶지만 정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현명하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내 삶을 돌아봤을 때 "그래,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미 노년의 나이에 이른 고광애씨의 노년 이야기는 가슴에 와 닿기에 충분합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오해는 "아,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 노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줍니다.

유경 기자는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노년이 남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우리에게 꼭 찾아오는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하면 노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자칫하면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는 노년 이야기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내 앞에 '노년'이라는 강이 도도하게 흐르면서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아서 노년을 맞이하는 것도 축복이라고 유경 기자는 말합니다. 물론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은 아닙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길어진 노년의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도록 노년 준비를 단단히 해서 인생 2모작 혹은 3모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 3모작,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이 책의 저자들은 노년과 더불어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죽음 준비'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거지 죽음을 '준비씩이나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죽음 준비는 삶을 위한 것이랍니다. 현재의 삶을 좀 더 충실하게 살기 위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이 1위라고 합니다. 그만큼 살기 팍팍하고 어려운 노인들이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이것에 대해 유경 기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죽음의 모습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어르신들이 평생 열심히 정성껏 살아오셨는데, 마지막에 너무 힘들고 괴롭고 아프다고 그냥 휙 가버리시면 남은 가족들은, 후손들은, 아니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겠습니까. 살아 보고 안 되면 그냥 죽어버리면 되지, 늙고 병들면 나는 지저분하게 살지 않고 죽어버릴 거야, 하는 말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유경 기자는 친구 아버님의 죽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분은 폐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누운 채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죽음을 맞이하셨답니다.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갈 수 있도록 가족들이 아버님의 죽음을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 대목을 읽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인생노트>를 읽으면서 내가 맞이한 중년에 대해 생각하고, 나이 듦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인생노트>를 읽는다고 단박에 나이 듦에 대해 초연해진다거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준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쉽게 다가가거나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최소한 나이 듦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나이 드신 분들의 지혜가 필요하고 그들의 경험을 배워야 하는가 봅니다.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 -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고광애.유경 지음,
서해문집, 2007


#인생노트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 #고광애 #유경 #노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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