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뉴욕 시민들.문종성
지난 7일 오전 9시. 한국 시간이면 이미 출근과 등교를 끝마쳐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는 인파로 북적댄다. 센트럴 파크 주변에는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개들을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모습은 더 이상 생경스럽지가 않다. 가끔 센트럴 파크를 지나쳐 미드타운 한복판까지 자신의 대담한 자유를 노출시키며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그로테스크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는 사람들만이 나의 눈길을 끌 수 있을 뿐이다.
뉴욕. 세상에서 제일 부자들만 사는 동네인 줄 알았던, 그리고 만화 속 영웅같은 캐릭터들이 실제로 야구의 역사를 창조해나가는 양키즈만이 뉴욕의 상징이라고 여겼던 코흘리개 시절 나에게 뉴욕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동경의 땅이었다.
그리고 1607년 버지니아 제임스 타운에 영국인이 첫 영구 이주민으로 유입된 이래 정확히 40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메리카의 심장부 뉴욕 땅을 당당히 밟고 서 있다.뉴요커들과 똑같은 하늘 아래서 똑같은 공기를 마시며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자, 재미있는 NBC 스튜디오를 구경하세요. 안에 들어가면 볼 것이 많아요."
"이봐요, 괜찮은 쇼가 있거든요. 싼 값에 드릴테니 티켓 한 장 구입해요."
"여기 관광 버스 티켓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뉴욕 시내를 단 한 번에 편안하게 구경하세요."
"홈리스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여기에 당신의 관심을 보여주세요."
맨해튼 한복판은 온통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는 함성들로 가득하다. 남대문의 '골라골라' 같은 감칠맛은 떨어지지만 좁은 인도를 따라 생존을 위한 치열한 입담들이 전개되다 보니 귀가 트일 만한 미끼성 홍보를 듣지 않고 한 블록 옮기기가 수월찮다.
청각을 자극하는 치열한 호객행위를 떨쳐 냈더라도 무심히 지나쳐야 할 산이 하나 더 버티고 있다. 바로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주변의 화려한 전광판 광고를 통한 도발적 세뇌이다. 세계의 교통로라고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광고판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 절약을 기저로 삼은 여행의 본질은 심각하게 훼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