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법원 가셨지만, 한화는 조용했다

[한 장면, 두 표정] 평직원들 "폭행은 분명 잘못 됐지만..."

등록 2007.05.11 13:02수정 2007.05.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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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회장님이 하실 일이 많은데…."

11일 오전 8시 30분. 한화그룹 직원 A씨는 서울 중구 장교동 본사 건물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복 폭행'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2시간 전이었다.

플랜팅(공장건설)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그는 "뭘 해도 회장의 개인적인 일 아니냐, 오늘 아침 팀미팅에서도 관련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평소와 다름없는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건물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며 삼삼오오 모여 있던 직원들 사이에서도 김 회장의 이름 석자는 들리지 않았다. 김 회장의 법원 출석으로 떠들썩한 언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회사가 조폭처럼 비춰지고 있다"

A씨는 "직원들은 일상 업무를 할 뿐"이라며 "언론에서는 회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사내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사내 게시판도 조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폭행은 분명 잘못"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아들이 맞고 들어왔는데 아버지로서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김 회장을 옹호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신청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이틀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에 대해 "회장님이 도주라도 하실 분이냐, 구속은 무슨…"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언론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조직폭력배가 관련된 것 등 언론이 조그만 의혹만 갖고 크게 보도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담배 두 개비를 연거푸 피웠다.


30년 넘게 한화그룹에서 설계 업무를 했다는 그는 "아버지가 그렇게 나섰어야 했는지, (김 회장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등 도움을 받았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년층 직원들이 김 회장과 관련해 "폭행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과 달리 젊은층 직원들은 언론의 보도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화그룹 직원일지라도 한 명의 독자 이상의 관심은 없다는 것이다. 상당히 냉소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화그룹 직원 C씨(30대)는 "세간의 관심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며 "드라마같은 이야기에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듯, 직원들도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회장이 오늘 법원에 출석한 것도 알지 못했다"고 무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조직폭력배 동원 이야기가 나오면서 한화그룹이 마치 '조폭 집단'인 것처럼 비춰지는데, 실제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다소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 #김승연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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