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연 지 1년 만에 '집단휴학'
'반문화'적인 문화대학원 사태

[문화대학원 사태①] 대학원생 집단 단식농성... 미온적 대학 태도가 사태 키웠다

등록 2007.05.15 14:12수정 2007.05.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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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성희롱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지난 3월부터 잇따라 성희롱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성희롱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지난 3월부터 잇따라 성희롱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관련 문화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전남대학교(총장 강정채) 문화전문대학원이 개원 1년 여만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지난 2일에는 1기 대학원생 20명 중 1명을 제외한 19명이 대학원 정상화와 문제 교수 사퇴 등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집단휴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최근 성희롱·성차별 발언이 나오고, 학교 운영과 관련 교수간 내홍이 불거지는 등 '반문화적'인 행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학교 측의 교육환경 미비와 교원 충원 부족, 비정상적 운영 등이 파행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남대는 개원 첫 해부터 "400만원 등록금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사태가 장기화됐다는 것이 대학 안팎의 평가다.

회식하던 중 "나랑 잘래?"... 피해자 "정신적 강간이었다"

이번 집단 휴학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3월 29일 한 대학원생이 폭로한 교수의 성희롱과 공금횡령 의혹.

지난 3월 말 1기 대학원생 A(여)씨는 B교수가 지난 2005년부터 수 차례에 걸쳐 성희롱적 발언은 물론 과도한 스킨십 등을 통해 성희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B교수는 문화전문대학원 설립을 주도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A씨는 "지난해 3월에는 한 술집에서 프로젝트 팀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B교수가 '카페로 2차를 가자'고 했으나 학생들이 거절하자 나에게 귓속말로 '너만 나랑 갈래? 우리 잘래? 카페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격을 받아 곧바로 집으로 갔다, 이는 정신적 강간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아시아문화심포지움 사업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K교수가 보조연구원 임금을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공금을 편취해 왔으며, 프로젝트 예산을 개인적인 일에 유용해 횡령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외에 그는 K교수가 ▲수업에 대타 강의를 하고 ▲대학원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자 자신이 비대위 위원장을 맡도록 해 정치적 배후 조정 등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와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전남대는 조사위 구성했지만, 학생들 "못 믿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남대학교는 지난달 초 안동준 법과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4명의 교수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위원회는 A씨와 B교수, 문화대학원 교수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는 조사위 결과를 토대로 B교수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내외에서는 "조사위가 편파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의심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A씨에 따르면, 한 조사위원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가장으로서 한 가정이 불행해질 것이다'라며 B교수를 보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B교수와) 서로 간에 교감된 부분이 있지 않았는가'라면서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발언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B교수와의 대질을 신청하자, 'B교수는 다른 의도로 만남을 원한다, 용서를 구하고 싶어한다'는 말 등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A씨는 최근 K교수에 대한 형사고발을 위해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진상조사위 활동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성희롱 발언 다음 날 대학원 원장 등을 비롯한 교수들과 상담을 했다"면서 "그러나 교수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만 하고 해결책은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측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1기 한 학생도 "학교 측이 제때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조사위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논문을 써야하는 학생들이 오죽하면 집단 휴학까지 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사자 B교수 "부당한 주장에 법적 대응하겠다"

a 대학원생들은 가해 교수의 사퇴 등을 촉구하며 지난 4월 중순 5일 동안 단식농성 등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 본부측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지난 2일 집단 휴학했다. 대학원 입구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적혀있는 선전물이 서 있다.

대학원생들은 가해 교수의 사퇴 등을 촉구하며 지난 4월 중순 5일 동안 단식농성 등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 본부측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지난 2일 집단 휴학했다. 대학원 입구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적혀있는 선전물이 서 있다. ⓒ 광주드림 임문철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는 성희롱 의혹 등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B교수는 지난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생(A씨) 입장을 생각해서 발언을 자제해왔는데 반론권도 없이 모든 시민단체들이 나를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 인권존중은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조사위에서 절차를 밟아서 하는 것이지 여론몰이식으로 조사 진행에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잇따른 성명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고 학생이 부당하게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했다. "A씨가 약속을 지켜서 나를 고발했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편파·축소의혹에 대해 안동준 진상조사위원장은 10일 "조사 중이어서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8개 단체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조사 전 과정을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8일에는 서울지역 문화연대 등 18개 시민사회단체도 성명을 내고 "학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여전히 아무런 제재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가해자를 즉각 해임하라"고 목소리를높였다.

시민사회단체 잇따라 성명... "가해 교수 즉각 해임하라"

한편 문화계 한 인사는 "광주문화수도에 대해 그렇게 목소리를 내왔던 각종 단체들이 아직 침묵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대학원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성명서 한 장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이후 현재까지 1기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교수·학생공동위원회, 성희롱의혹 진상조사위원회, 대학측의 운영정상화대책위가 각각 구성됐다. 그러나 4개의 각종 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학교측은 발빠른 대책 마련 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내외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전남대학교 본부측과 문화대학원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집단 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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