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성차별'과 '성희롱' 의혹

[문화대학원 사태②] '아줌마 발언' 교수 사직 둘러싸고 교내 복마전

등록 2007.05.15 14:08수정 2007.05.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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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사람은 떠나고 떠날 사람은 남았다. (한 대학원생)"
"대학원 운영에 대한 보이지 않는 교수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전남대 한 인사)"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관련 단체들과의 인연도 여기에 얽혀있다. (문화계 한 인사)"


지난 3월부터 불거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일명 '아줌마 발언'·성희롱 의혹·집단 휴학 사태·지역 문화단체 등의 대응 등에 관한 학내외의 반응이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파행이 이어지게 한 직접적 사건은 두 가지. 일명 '아줌마 발언'과 '성희롱·연구비 횡령' 의혹이다.

이 두 사건 당사자 및 주변인물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각각의 사건을 제기한 학생과 이를 둘러싼 대응도 맞물려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이 두 사건을 '대학원 운영을 둘러싼 교수간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당 교수가 사직까지 하게 만들었던 일명 '아줌마 발언' 사건을 살펴보자.

"아줌마는 부담"... 공개사과했지만, 결국 사직

a 아줌마 발언 사태와 성희롱 의혹. 이 두 사건이 그 동안 잠복돼 있던 대학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두 사건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이 파행 해결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아줌마 발언 사태와 성희롱 의혹. 이 두 사건이 그 동안 잠복돼 있던 대학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두 사건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이 파행 해결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C교수는 지난 3월 7일 첫 강의에서 직장인이자 기혼자인 학생들에게 "아줌마는 부담된다"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수업을 들었던 D씨 등에 따르면, C교수는 강의 중 3명의 학생을 거론하며 "나이 많아 부담돼, 반말 할 수도 없고, 수업의 연장으로 술도 마시고 해야 되는데 아줌마라 그것도 안 되고"라고 인격을 모독했다. 또한 "다른 수업을 받아서 점수를 받아오면 자신의 과목 점수를 준다고 편법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D씨 등은 이후 대학원장을 만나 "C교수가 기혼 학생들의 인격을 모독했다"며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같은 달 21일 C교수는 대학원 전체 교수와 1기·2기 학생 전체회의에서 "신뢰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사과한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D씨 등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외부로 알렸다. 결국 C교수는 22일 사의를 표명하고 대학 본부측은 4월 12일 사표를 처리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사직서까지 제출해야 하는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발언이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과 C교수의 의도에 대해 달리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 "교수직 그만둘 상황은 아니다"

이 강의를 들었던 다른 학생들은 "D씨 등이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해서 가사일도 있으니 수업이 부담이 된다'며 편의 제공을 요청했는데 이를 C교수가 거절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편법 학점 제의'라는 주장도, 문제는 있지만 '정 힘들면 다른 교수의 강의를 들어도 된다'는 취지의 제안이었다"고 했다.

이런 탓에 C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1기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원 정상화 등과 함께 C교수 복직을 요구하는 수업거부 결의 등에 나섰다.

특히 문제의 발언 이후 성명서가 공개되기 전까지의 학교 상황이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성명서가 발표되기 1주일 전부터 이 대학원 E교수가 일주인 전 이미 이 성명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E교수는 지난 3월 14일 이 성명서를 2기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토론 강의를 했다.

학생 비대위 측에 따르면, '전남대 문화대학원'을 'LA STA문화전문대학원'으로, 또 'C 교수'를 '마이클 교수'로 쓴 것을 제외하면 D씨 등이 공개한 성명과 거의 같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 때문에 E교수가 성명서를 미리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진상 조사를 촉구해 왔고, E교수는 지난 4월 20일 전체회의에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해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한다"고 밝혔다.

규탄 성명서 사전 입수도 논란

'아줌마 발언' 논란으로 C교수와 박모 대학원장은 사의를 표명한 뒤 3월 29일 A씨가 B교수에 대한 성희롱 의혹 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B교수는 "A씨가 C교수에게 지도받는 학생인데, 교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성희롱)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교수와 E교수는 진중권 교수 영입 여부 등 교원 충원과 관련, C교수와 갈등을 빚어왔다.

B교수는 최근의 시민사회단체 성명 발표 등에 대해서도 "정치적 맥락에서 추동하고 있는 세력들도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며 대학원의 다른 교수들을 겨냥했다.

그러나 피해자 A씨는 "성희롱과 양심선언은 내 인생을 건 행동이고, 인생에서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며 "알게 된 지 채 1년도 밖에 되지 않은 사람(C교수)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일축했다.

그녀는 또 "'아줌마'라는 단어 하나로 (D씨 등이) 저토록 목소리내어 싸우는데 비해 나는 성희롱을 왜 이렇게 참고만 있었는지 회의감과 자괴감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원생은 "그렇지 않아도 교수 충원이 필요한데도 학교측은 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안도 세우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다"면서 "특히나 B교수가 진중권 교수 등 특채를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분노를 샀다"고 전했다.

"C교수 보호하려고 성희롱 의혹 제기"

'아줌마 발언' 당사자인 C교수는 떠나고,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는 "조사위 결과가 나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피해자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아줌마 발언은 적절치 못한 언사지만 성희롱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아줌마 발언을 한 사람은 사직했는데 성희롱 의혹이 있는 인사는 그대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전남대 인사들 일부에서는 "내부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자꾸 외부로 알려지게돼 너무 어수선하다"면서 "외부로 알리지는 않았어야 하는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1기 대학원생 20명 중 19명이 휴학을 한 가운데 '아줌마 발언'사태를 촉발시킨 D씨는 현재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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