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말대로 하면 '호남한나라당'"

열린우리당, 3일 연속 박상천 집중공격... "나도 살생부에 넣어달라"

등록 2007.05.16 15:30수정 2007.05.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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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1일 오전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회동을 갖고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양당간 의사를 타진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1일 오전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회동을 갖고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양당간 의사를 타진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이 통합문제를 놓고 박상천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박 대표와 회동했던 정세균 당의장은 16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저는 대통합 당의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소통합 대표에게 밀려 고전하고 있다"면서 "분열적 소통합은 국민으로부터 엄중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또 민주당의 원칙없는 살생부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있다면 이들 중에 자존심을 버리고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상천 살생부', 나도 거기에 넣어달라"

장영달 원내대표도 "박상천 대표가 하는 말씀대로 당을 만들면 '호남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면서 "중도개혁신당을 6월에 만든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뺄 사람은 빼고 하자는 것은 중도신당도 안 되고 대통령선거 때 계속 가기도 어려운 '중도포기구태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박 대표가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본다"고 가세했다.

그는 "나는 박 대표의 살생부에 어떤 사람들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나도 그 살생부에 넣어줬으면 좋겠다"면서 "박 대표가 고르고 골라서 만들어 내고자 하는 중도개혁 신당에는 나는 안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임종석 의원 등 열린우리당 재선그룹과 '처음처럼'도 이날 모임을 가진 뒤 연 기자회견에서 박상천 대표에 대해 "편가르기식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분열을 고착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박 대표의 소통합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에 대한 열린우리당 통합파가 총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임 의원은, "지난 몇달 동안 해왔던 우리당 재선그룹과 민주당의 이낙연·김효석 의원의 모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어제 시민사회진영의 미래구상이 출범했고, 손학규 전 지사의 선진평화연대도 조만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게 보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천의 중도개혁신당 3대조건은?

a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은 `잡탕식 통합`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은 `잡탕식 통합`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박 대표에 대한 공격의 고리는 박 대표가 내건 중도개혁세력통합의 3대 조건이다.

박 대표는 <조선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하지 않는다. '도로 열린우리당'이기 때문이다. ▲중도개혁신당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좌편향 진보인사와는 함께할 수 없다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도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박상천 살생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좌편형 진보인사'인 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 현정권에서 총리와 장관을 지낸 이해찬·한명숙·정동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 그리고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와는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14일과 15일에도 지도부 전체가 나서서, '박상천이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장 원내대표는 "김근태·정동영·이해찬도 빼면 한나라당과 통합할 사람만 남는데, 마음에 덜 들더라도 함께 하자는 원칙에 따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도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곤 최고위원은 "마치 부도난 집의 딸을 싼 값에 데려가겠다면서 얼굴 예쁜 딸들만 데려가겠다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서혜석 대변인은 "박 대표는 통합이 아닌 분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탈당의원들이 결성한 중도개혁통합신당의 김한길 대표도, 16일 박 대표에 대해 "배제 대상이 되는 분들을 다 빼고나면 통합을 해봐야 대선 예비주자가 하나도 없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낙연 "통합에 상당한 장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흐름은 박 대표 책임론을 부각하는 동시에 김효석·이낙연 의원 등 민주당 내 통합파의 입지를 넓혀주려는 의도다.

정 의장은 16일 회의에서, 박 대표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저는 기대를 완전히 접고 싶지 않다"면서 "아직도 민주당에는 합리적이고 진정으로 통합을 원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박상천 대표께서 하신 말씀이 민주당의 최종 결론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역사와 대의를 생각한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당 내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위 회의에서 박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통합상대로 상정하고 있는 대상의 책임자들을 두루 만났다"면서 "박 대표가 밝힌 3가지 조건 중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 반대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좌편향 진보인사'와 '국정실패 책임인사' 배제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색깔론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민주당이 몇 년 전까지 민주당을 같이 했던 분들에게 색깔론으로 보이는 시각을 들이댔을 때 국민에게 어떻게 보이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이 의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실패 책임자 배제 주장은 이해는 하겠으나, 그들이 현실적으로 대선주자들이고 계파세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거부하면 통합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표가 꼽은 배제대상자들의) 사과와 반성 또는 백의종군 등의 '조건부 수용'이나, 창당 초기에는 어렵지만 나중에는 함께 할 수 있다는 등의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시한은 다가오는데...

박 대표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해 "(배제 대상자들이) 현실적으로 대선주자이거나 계파를 이끌고 있기 많은 의원들이 함께 하는데 결합하는 데 약점이 있다"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다만 "지금은 통합대상이 아니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후보연대, 후보단일화 등으로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반격하고 있다. 박 대표는 "눈도 깜짝하지 않겠다"는 태도고,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사실상 집권여당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유 대변인은 "'진보좌파 인사' 배제'는 박 대표뿐 아니라 이전에 저도 말했고, 국정실패자 배제도 민주당의 당론"이라면서 "이들이 다 들어와서 함께 당을 만들자는 것은 대선을 그냥 한나라당에 넘기자는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5·18(광주항쟁)부터 6·10(항쟁)안에 가시적인 통합 성과를 내자"는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통합추진의 시한으로 정했던 6월 14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양쪽의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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