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향기를 튀겼어요~"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바삭거리며 녹아드는 이 달콤함, 아까시꽃 튀김

등록 2007.05.17 11:23수정 2007.05.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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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같은 아까시 꽃
팝콘같은 아까시 꽃맛객
5월은 달콤하고 향기롭습니다. 아까시나무 꽃 덕분이죠. 한때 아카시아라고 불렸던 아까시나무 꽃향기는 계절이 5월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5월이 시작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애써 맡으려 호흡하지 않아도 코끝에 향기가 날아옵니다. 무리지어 자라는 나무에서 주루루 늘어뜨린 꽃송이들이 내 뿜는 향기는 향연 그 자체입니다.


토종 청매실과 아까시 꽃
토종 청매실과 아까시 꽃맛객
어제(15일) 시골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아까시나무 꽃을 받았습니다. 플라스틱 통 속에 하얀 아까시나무 꽃이 가득합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향기롭다 못해 달콤하다 느껴집니다. 마치 꿀 통을 받아든 기분입니다. 아시겠어요? 이 기분요. 그 향기에 취해 잠시 기억 저편에 있는 아련한 추억의 길로 접어듭니다.

아까시나무 잎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길을 걷기도 하고 점을 치기도 했던 그 시절. 그때 그 기억의 아까시나무 꽃은 왜 그리 순백한 모습이었는지요. 꽃 모양도 지금보다 훨씬 풍성한 느낌인데 받아든 아까시나무 꽃은 풍성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물론 그때의 꽃과 지금의 꽃이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변한 건 더러워진 세상의 공기와 꿈 많던 아이에서 삶이 생활이고 현실이 된 지금의 내 모습이겠지요.

이 꽃으로 튀김을 만들어 볼까요? 감히 5월의 향기를 튀겼다고 말해도 될까요? 그래서 튀김 이름도 '5월의 향기'라고 멋대로 정해 봅니다. 먼저 흐르는 물에 꽃을 씻어 물기를 빼둡니다. 튀김가루에 미리 냉동실에 넣어 둔 얼음물을 넣고 반죽을 만듭니다. 소금 소량 넣고요. 이때 반죽이 되면 안 되고 약간 묽게 만듭니다.

포도씨유 기름이 어느 정도 가열되면 반죽 한 방울을 떨어뜨려 봅니다. 즉각 위로 뜨면 튀겨도 되는 온도입니다. 꽃을 튀김가루에 살짝 묻혀 반죽으로 옷을 입히고 기름에 담그세요. 금세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한 눈 파는 건 금지입니다. 약 10여 초 만에 건져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5월의 향기' 튀김이라 이름 지었다
'5월의 향기' 튀김이라 이름 지었다맛객
사르르 녹으면서 달콤함이 감도는 맛
사르르 녹으면서 달콤함이 감도는 맛맛객
이렇게 해서 '5월의 향기' 튀김이 만들어졌답니다. 시식을 해 봅니다. 바삭 부서지면서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네요. 향기요? 향기가 기름을 만나 달콤함으로 변했나 봅니다. 사르르 녹을 때 음미를 하면 달콤함이 느껴집니다. 튀김 속에 아까시나무 꿀이 살짝 들은 듯 말입니다.


5월에 자연이 준 선물을 먹고 나서 그런 걸까요?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합니다. 그래서요 자연에 감사드리렵니다.

"자연님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카시나무 #튀김 #5월의 향기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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