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훈풍 솔솔... 'BDA 문제'도 풀리나?

미국 4위은행 '와코비아' 송금중계 검토

등록 2007.05.18 14:32수정 2007.05.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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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한 열차 시험운행의 성공에 이어 한반도에 또 하나의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2·13 합의'에 따른 비핵화 초기단계조치 이행의 장애물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구체적 해결전망이 마침내 제시된 것.

와코비아 은행 "국무부 제안 검토 중"

a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 wikipedia.org

<워싱턴포스트(WP)>지는 미국은행 '와코비아'가 BDA에 동결됐던 북한자금 2500만 달러의 송금을 중계해 달라는 미 국무부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북한 BDA자금의 송금 방법에 관해 무성한 관측과 이에 따른 보도들이 있었지만, 이날 WP 보도는 은행측 관계자가 실명으로 취재에 응해 국무부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와코비아 은행의 크리스티 필립스-브라운 대변인은 "국무부로부터 북한과의 교섭대상인 동결자금의 은행간 이체를 진행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이 왔다"면서 "우리는 이 요구를 검토하는데 동의, 여러 정부 관리들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BDA에 대해 미 금융시스템 접근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동하고 있기 때문에 와코비아 은행이 북한자금의 송금을 중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면책조치가 필요하다. 필립스-브라운 대변인은 "우리는 감독기관으로부터 적절한 승인이 없으면 어떤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면책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와코비아 은행이 북한자금의 송금을 중개하는 방안은 미 정부 내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따라서 국무부가 다른 관련 부처들을 설득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BDA 문제'는 결국 이 방식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의 협상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지난 14일 "BDA 문제는 이번 주 내에 북한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와코비아, 자산규모 미국 4위의 세계적 금융기관

와코비아 은행은 자산규모가 미국 동부에서 최대, 미국 전체를 통틀어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적 금융기관이다. 점포수로는 미국 내 2위, 고객자산 규모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포브스>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미 기업순위 조사에서는 2006년 57위를 차지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앨라배마, 코네티컷, 캘리포니아, 델라웨어, 플로리다 등 미국 내 21개 주에 3400여 개의 점포를 설치하고 있다. 전 세계 40여 도시에도 사무소를 두고 글로벌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1879년 설립된 와코비아 은행은 2001년 미국 금융기관 '퍼스트 유니언'과의 합병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당시 합병은 사실상 퍼스트 유니언에 의한 와코비아의 매수였으나, 회사명을 비롯해 모든 점포와 빌딩, 상품의 이름을 와코비아로 일원화 할만큼 '와코비아'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후 와코비아 은행은 각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주가도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004년에는 앨러배마주 버밍험에 본부를 둔 금융기관 '사우스 트러스트'를 합병해 동부 최대의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자회사인 와코비아 증권은 2003년 프루덴셜 증권을 매수해 미국 내 3위의 증권회사로 성장했다. 미국 전역은 물론, 남미 등지에서 주식중개 영업과 기업금융, 투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반응

미 국무부가 이같이 건실한 미국은행에 북한자금의 송금 중계를 의뢰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BDA 문제'가 금명간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미 정부가 자국 은행의 부담을 감수하고, 예외조치를 허용해 가면서까지 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융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이 걸렸던 만큼 문제의 완전한 해결 시기를 예측하는 데는 아직 신중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와코비아 측의 발표 이외에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모두 BDA 문제가 해결돼 북한이 6자회담에 북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지금까지 북한자금의 송금 방법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번번이 그 방법이 무산되곤 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 은행측이 실명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진전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만약 'BDA 문제'가 이번에 찾아낸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못하고 더욱 장기화되면 남북 열차 시험운행으로 달아오른 한반도의 협력 무드는 급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당장 5월 말로 약속한 대북 쌀 지원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하느냐 라는 현실적 고민에 빠지게 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인내의 한계선'이 사실상 5월 말까지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고비로 접어들고 있다.
#남북철도 #BDA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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