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법원 내부 게시판 보기 겁난다"

정진경 판사, 법원 공무원노조 비판... 댓글 논쟁 벌어져

등록 2007.05.20 17:19수정 2007.05.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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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진경 부장판사(자료사진).

정진경 부장판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조경국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공무원노동조합의 일부 조합원에 대해 "극렬 과격분자들"이라고 비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진경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사진)는 18일 오후 4시께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전국의 법원 가족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들이 민주투사인양 행세하는 소수의 극렬 과격분자들과의 투쟁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일부 노조원을 겨냥했다.

정 부장판사는 "아침에 자유게시판을 열어보기가 겁나는 세상이 됐다"며 "오늘은 어떤 사건을 핑계로 누가 난도질당할까 걱정하는 법원이 됐다"고 내부 게시판을 통한 노조원들의 비인격적 언행을 문제 삼았다.

정 부장판사는 "노조원 전부가 그렇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소수의 극렬조합원이 게시판을 장악하고, 그들에 반대하는 어떤 목소리도 난도질을 해버리는, 그리하여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게시판을 들여다보기도 겁나게 만드는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조합원 의사와는 관계없이 노조가 과격해진 가장 이유는 행정처의 무원칙한 타협 때문"이라며 "조합비 일괄공제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편의제공"이라고 꼬집었다.

정 부장판사는 "이제 거대 세력이 된 노조와 맞서 싸워야 한다"며 "그 첫 단추는 조합비 일괄공제라는 편의제공의 중단"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 노조원의 의사가 지도부에 즉각적으로 전달되어 소수 과격파의 행동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격조합이라고?" vs. "노조 비판에 공감"

정 부장판사의 노조 비판글로 법원 내부게시판에선 찬반 댓글 논쟁이 벌어졌다.

K씨는 "코트넷이 소수 극렬조합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이 과격조합원들의 행동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업무 과중과 승진부담을 줄여달라는 처절한 근로개선 요구가 한낱 승진자리나 탐하는 '철밥통' 집단의 행동으로 보이냐"며 "오늘 정 부장판사의 칼날은 과격임원들을 넘어 조합 자체의 심장까지 뚫어버렸다, 정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Y씨는 "평소 노조에 호의적이었던 분이 이러한 공개 비판글을 쓰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일부 노조원들이 법원 가족인 판사님들과 직원들을 모두 적으로 만드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정 부장판사를 옹호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러한 내부 논란에 대해 "직협(직장협의회) 시절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노조의 필요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법원의 특성상 조직화된 노조는 약자일 수 없으며 그에 걸맞은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고 댓글로 반박했다.

정 부장판사는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논의는 얼마든지 필요하다"며 "행정처에 근무하는 판사나 직원들이 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 식구를 적으로 보고 비난하는 일을 삼가고 상생의 길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부장판사가 올린 글의 전문.

전국의 법원가족에게 고함

아침에 자유게시판을 열어보기가 겁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사건을 핑계로 누가 난도질당할까 걱정하는 법원이 되었습니다.

우리 법원이 언제부터 그러하였습니까? 과연 법원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제는 법원 전체를 대립과 투쟁, 그리고 분열로 몰아가며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자신들은 민주투사인양 행세하는 소수의 극렬과격분자들과의 투쟁을 시작하여야 할 때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자신들은 억눌리고 착취당하는 약자라고…. 하지만 현재 그들은 법원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습니다. 국과장이건, 원장이건, 행정처장이건 심지어 대법원장까지도 난도질을 해 버립니다. 의견이라도 말하려고 하면 폭언으로 막아버립니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 외에는 누구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는 누구도 무사할 수 없습니다. 노조원 전부가 그렇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극렬조합원이 법원 내 게시판을 장악하고 그들에 반대하는 어떠한 목소리도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난도질을 해버리는, 그리하여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게시판을 들여다보기도 겁나게 만드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하여서는 안 됩니다.

법원게시판은 법원 조직원 모두의 공기입니다. 개수작 운운의 상욕에 가까운 말을 하여도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 운운하며 같은 조직원이면 무조건 감싸고 자신들에게 반대되는 의견을 올리면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공격하는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용인하여서는 안 됩니다.

다수의 조합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노조가 과격해진 가장 큰 이유는 행정처의 무원칙한 타협 때문이었습니다. 조합비 일괄공제는 아무런 법적근거가 없는 편의제공입니다. 노조의 소수과격분자가 발호하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행정처에 의해 제공된 조합비 일괄공제라는 편의제공임을 알아야 합니다.

조합비를 노조원들이 매월 수령한 급여 중에서 직접 송금하게 하면 조합의 지도부가 다수의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는 결코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노조 집행부 시절 설립신고 찬반 투표안이 제기되었을 때에도 소수의 과격분자들은 지도자의 책임 운운하며 조합원의 찬반투표조차도 막았습니다.

노조는 어느 조직보다도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일반의 사회단체도 다수의 구성원이 원하면 구성원의 의사를 묻는 법입니다.

그런데 노조는 조합원의 생존권과 관련한 임금 등에 대하여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이 직률적 효력에 의하여 노조원 개개인에게도 직접 효력을 갖게 되므로 그 민주성에 대한 요구가 일반 단체에 비하여 훨씬 강력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책임 운운하는 것이 과연 어느 시대의 논리입니까? 입으로는 가장 민주적인 조직인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이보다 반민주적인 조직이 있을 수 있는가요?

그리고 입만 열면 사법의 민주화, 사법개혁을 외칩니다.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는 수구보수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립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철저한 직역이기주의일 뿐입니다.

과연 노조가 노조원에게 다소의 부담이라도 가는 일 중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보아 개선하려 한 일이 하나라도 있나요? 하나같이 승진자리 확보와 같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자신들의 부담과는 무관한 로스쿨도입 등의 추상적인 사법개혁 아니었나요?

공무원의 사용자는 국민이고 동시에 국민은 주권자이며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일 터인데 무사안일한 공무원을 걸러내자는 근무평정이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받게 하자는 성과급제 도입과 같은 것들에 대하여 반대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나요?

그리고 반다수주의 헌법체제하에서 소수자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법원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법원의 역할과 판사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여론에 영합하여 법원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노조를 과연 언제까지 용인하여야 합니까?

이제는 거대 세력이 되어버린 노조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첫 단추는 조합비 일괄공제라는 편의제공의 중단부터 시작하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일반 노조원의 의사가 지도부에 즉각적으로 전달되어 소수 과격파의 행동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꿋꿋하게 지켜온 법원을 반민주적인 소수 과격세력이 휘젓고 다니게 하여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법을 확인하고 선언하는 기관으로서 어느 조직보다도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언로는 열어 놓되 전횡과 방종에 대하여는 확실히 응징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국민의 공기입니다. 몇몇 노조 과격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법원을 지켜낼 의무가 있습니다. 법원이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다함께 노력합시다.

2007. 5. 18.
서울 북부법원 정진경 드림
#정진경 #부장판사 #법원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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