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지금 정체성 다툼 중

터키 총선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

등록 2007.05.21 11:43수정 2007.05.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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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선거 방식을 통해 국회에서 선출하게 되어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야당인 AKP 측 후보에 대한 야당, 군부의 반발과 거리로 뛰어나온 수백만 시민의 반대 시위로 인해 선출이 무산되고 조기 총선 실시후 대통령 선출 이라는 급변한 정치 일정으로 터키는 선거 열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로 촉발된 터키의 정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반적인 정당간의 정권 헤게모니 다툼과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수백만 시민들이 거리에서 외쳐대는 반 정부 구호의 내용들과 이에대한 집권 여당의 당수 이자 수상인 해명과 반발 회견의 내용을 보면 잘 알수 있다.

a 5월 20일, 삼순 집회 모습

5월 20일, 삼순 집회 모습 ⓒ 밀리엣

그것은 한마디로 터키 공화국 의 정체성에 대한 다툼이다.

20일 터키 공화국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파샤가 독립운동의 기치를 들고 거병을 한 '삼순' 이란 곳에서 또 한차례의 대규모 시민 집회가 개최 되었다.

야당의 대표들과 개혁적 시민단체 들이 대거 참여하여 진행된 이날 집회는 일전에 수도 앙카라에서 시작하여 이스탄불, 이즈밀 등지에서 연쇄적으로 개최되어 수백만 인파가 운집하여 지지했던 초대형 반정부 시위의 마무리 성격을 띈 것으로, 이번 집회에서 외친 구호를 보면 집회의 내용은 물론 터키 정국의 현안 문제를 파악 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 미국도 유럽연합도 모두 아니다. 자주적인 터키를 원한다."
" 터키는 세속주의 국가이며 세속주의를 지켜갈 것이다."
" 대통령 자리는 종교근본주의자 들에게는 닫혀있다."
" 올해는 (선거일) 휴식은 없고 투표함이 있다."
" 오늘은 삼순에서, 내일은 투표소에서 "
" 대통령 궁은 깨끗하게 지켰으니 이제 다음 순서는 국회를 지킬 차례다."
" 352 개의 신선한 계란으로 대통령을 탄생 시켰는가? "( 7월 22일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좌, 우로 연합하는 모습을 보고 여당(AKP) 당수가 상한 계란은 아무리 모아봐도 병아리를 부화 할 수 없다. 라고 논평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여당의 352개 의석을 갖고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했음을 비꼬는 주장임)


이러한 주장들은, 터키의 '개혁주의와 보수주의, 민주주의 와 독제, 이슬람 과 세속주의 간의 다툼' 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밀' 에 이은 오늘 '삼순'에서 개최된 반정부 집회의 배후에 군부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이 있으며, 지난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군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한 내용은 "전자 쿠데타" 라는 평가까지 있을 만큼, 야당 및 시민단체의 반정부 시위를 부축였으며, 정국 및 시민들의 정치 동향 및 판단에 엄청난 영향을 제시 하였다.


다가오는 7월 22일 총선에서 현 집권당인 AKP 가 단독으로 재 집권을 할 경우, 군부의 쿠데타 발생이 예상 된다는 전망도 예견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 야당의 경우, 중도좌파 인 CHP (공화인민당) 과 DSP (민주좌익당) 의 연합이 확정 되었고, 중도우파인 ANAP(모국당) 과 DYP (정도당) 의 선거후 합당도 공식 발표된 상황이긴 하지만, 뚜렷한 리더쉽을 국민들 앞에 보여주는 야당의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며, 야당 중심의 집권을 예상하는 견해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터키 총선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

가장 가능성 높은 전망이, 현 집권당이 다수 의석 확보로 제 1당의 위치를 확보 하겠지만, 과반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하여 야당측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군부 쿠데타 또는 대규모 반정부, 공화정 지지 시위 등의 정치-사회적 혼란은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나, 행정부의 일관적인 정책 수행에는 다소 차질이 예상되어, 경제적 발전이나 정책 추진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한가지 긍정적인 상황은, 총선거를 바라보는 이같은 우려의 시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의 거시 경제 지표는 양호한 편이며, 증권시장도 꾸준한 상승을 계속 하고 있고,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자본들이나 터키내 투자가 들의 시각에서 터키의 정치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럽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월간조선 해외통신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월간조선 해외통신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터키 #선거 #AKP #대통령선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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