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한마음, 벼락부자 꿈 안고"

[해외리포트-르포 ②] 주식투자 광풍, 중국대륙을 달군다

등록 2007.05.21 15:30수정 2007.05.22 08:25
0
원고료로 응원
13억 중국인들이 주식투자 광풍에 휩싸여 있다. 작년 한해 130%가 상승한 상하이 A주 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초 2680P에서 5개월만에 4000P를 돌파했다. 주식투자를 위해 신규계좌를 열려는 중국인들이 날마다 30만명 이상 몰리고 있다. 뜨거운 일반인들의 주식투자 열기와 달리 전문가들은 거품 붕괴 가능성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중국 대륙을 달아오르고 있는 주식투자 광풍 현장을 충칭, 우한, 창샤, 시안, 정저우 등 내륙 도시에서의 르포를 통해 3차례로 나누어 보도한다. <편집자주>
a 거칠 것 없는 황소 '중국 증시'. 조정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자 증권사 객장에 몰린 '구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거칠 것 없는 황소 '중국 증시'. 조정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자 증권사 객장에 몰린 '구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 모종혁

"2007년 신비로움에 충만한 올 한 해,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고, 모든 가능성도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이 한 해.
생활에서, 꿈속에서, 현실에서, 주식시장에서
아마도 날마다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
아마도 매 장마다 주인공이 되는 꿈이 실현되는,
아마도 하나의 씨앗이 발아되어 개화되는 결과가,
새로운 함의와 계시를 받아 모두에게 생명력이 부여된다네.
난 이미 보았네, 5000선을! 우리 모두 환희의 노래를 부르세!"
- <중국증권보> 투자자 게시판에서


관련
기사
- [르포 ①] 거품 내며 끓어오르는 '대박'의 꿈

지난 16일 중국 증시는 조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상하이 A주 지수는 전날보다 2.23%P 오른 3986.04로 마감했고, 상하이 B주 지수는 6.4%P나 급등한 330.57로 장을 마쳤다.

전날 5월 들어 줄곧 이어진 중국정부 고위관리들의 경고와 외국계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의 조정 예측으로 급락한 주가는 거품 가능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다시 상승의 탄력을 다졌다.

같은 날 오후 충칭시 한 좌석버스 안에서 만난 장웨이(29)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3월 중순 민셩은행의 주식을 3만 위안(한화 약 360만원) 매입했다는 그는 "이달까지 27~28%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기뻐했다.

장은 "어제 14.7위안의 최고점에 도달했는데 교외에 출장을 나가는 바람에 매도를 하지 못했다"면서 "내일쯤 다시 최고점 가까이 이르면 팔아치우고 다른 주식으로 갈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투자를 선호한다는 그는 "수익분을 찾아 사고 싶었던 노트북을 구입하는데 보태고 원금은 다른 금융주를 매입해서 두세 달 묶어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a 거침없는 상승세, 지난 2년 간 상하이 A주 지수는 4배가 올랐다.

거침없는 상승세, 지난 2년 간 상하이 A주 지수는 4배가 올랐다. ⓒ 출처: 시나닷컴

a 외국인도 살 수 있는 B주 지수는 상승세는 더욱 거세다. 지난 2년 간 6배 이상이 오른 상하이 B주 지수.

외국인도 살 수 있는 B주 지수는 상승세는 더욱 거세다. 지난 2년 간 6배 이상이 오른 상하이 B주 지수. ⓒ 출처: 시나닷컴

조정을 하루만에 반등시킨 '구민'의 투자열기

날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국 주식시장 덕분에 일부 '구민(주식투자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식 투자로 돈방석에 앉았다는 전설같은 성공기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중국인들은 두 사람이 모이면 주식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자신의 주식 투자경험을 소개하면서 상대방이 지닌 투자기법과 알 듯 모를 듯한 내부정보를 캐내기 바쁘다.

허난성 정저우시 중위안증권 상청루 영업소에서 만난 량궈칭(62)은 "작년 10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주로 TV나 신문에서 추천하는 종목 주식을 주로 사고 되파는데 2배 가까이 수익을 냈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담 때문에 주변에 적지 않은 친구들이 주식에 손을 댔다며 "투자시 필요한 단말기 사용법을 배우고 투자관련 정보를 깨내기 위해 뒤늦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객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도 "요즘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알고 지내는 이웃끼리 만나면 온통 주식 이야기만 나눈다"면서 "주식으로 누구는 얼마를 벌고 누구는 여행을 다녀오고 가전제품을 샀다는 얘기에 나도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증권사에서 신설 계좌를 열고 다시 은행에서도 통장 개설을 연다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생소했다"면서 "지금도 매입한 주식 종목을 어떻게 팔고 다시 다른 종목으로 사야 하는지 스스로 처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시성 시안시 화홍증권 난따제 영업소에서 만난 위홍(56)도 날마다 객장으로 '출근'하면서 현장 정보를 캐내기 여념이 없다. 10년 전에 다니던 국영기업에서 정리해고 된 그는 "올 설날에 모인 친척들의 주식 투자기를 들은 뒤 주식 투자에 나섰다"며 "뒤늦게 뛰어든데다 객장에서 정보를 얻는 것 외에는 달리 투자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위는 "혼기를 앞둔 아들의 결혼자금으로 은행에 저축했던 6만 위안(약 720만원) 모두를 인출해 두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며 "주로 객장에서 얻는 구전 정보로 투자를 하기에 불안감도 있다"고 토로했다.

a "여긴 컴퓨터 강습학원이 아니랍니다." 시난증권 위베이루영업소의 목좋은 개인 컴퓨터룸을 차지하기 위해 개미 투자자들은 아침 일찍 영업소로 나선다.

"여긴 컴퓨터 강습학원이 아니랍니다." 시난증권 위베이루영업소의 목좋은 개인 컴퓨터룸을 차지하기 위해 개미 투자자들은 아침 일찍 영업소로 나선다. ⓒ 모종혁

a 대학생 투자자들의 투자금 출처. A: 개인 아르바이트 충당, B: 1년이상 저축예금, C: 부모님에게 타낸 돈, D: 친척, 친구에게 빌린 자금, E: 은행 대출, F: 기타.

대학생 투자자들의 투자금 출처. A: 개인 아르바이트 충당, B: 1년이상 저축예금, C: 부모님에게 타낸 돈, D: 친척, 친구에게 빌린 자금, E: 은행 대출, F: 기타. ⓒ 출처: 생활신보

대학생들도 불나방이 되어 주식시장으로!

지난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젊은 직장 여성들이 '주식 투자'라는 새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면서 주식 투자를 하고 24세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젊은 여성들이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묻지마 주식 매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우시준 상하이시틱증권 지점장은 "주식 투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서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4월 27일 <생활신보>가 윈난 재경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중 10% 이상이 현재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증시에 뛰어들 의사가 있는 학생도 무려 45%에 달했다.

주식시장에 뛰어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26%)나 저축(10%)으로 투자금을 마련하지만, 42%가 부모에게 투자금을 타내고 8%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2%는 대출까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순수한 투자 목적을 지닌 이는 소수이고 대부분 단기간 수익을 내기 원한다"면서 "대학생들의 투자성향이 높은 위험을 지닌 종목에 관심을 두고 단기 매매에 주력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1일 <청두상보>는 두 대학생 주식 투자자의 암울한 뉴스를 전했다. 난징대학 학생인 저우아무개는 "4월 부모가 새 집을 사기 위해 반생동안 모은 30만 위안을 몰래 은행에서 찾아 모두 주식 매입에 써버렸다"면서 "매입한 종목이 10% 이상 떨어져서 지금까지 부모에게 얘기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리아무개는 "3월 부모가 학비와 생활비로 보내준 8000위안 가운데 7000위안을 주식 매매에 썼다"면서 "지금까지 이번 학기 등록도 못한 채 매끼마다 죽과 만두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치차이 윈난재경대학 구역발전연구소 소장은 "주식시장의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일부 대학생들이 아무런 준비없이 주식시장에 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위험 부담이 큰데다 대학생들은 시장과 종목 분석력이 높지 않고 투자를 할만한 경제적 능력도 없다"면서 "준비와 대책 없는 투자는 학생들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케 한다"고 말했다.

a 부녀가 함께 증권사 영업소에 나와 종목 시세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부녀가 함께 증권사 영업소에 나와 종목 시세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 모종혁

중국 주식투자(위탁+펀드) 계좌수 <단위 : 만 개>

1월말

2월말

3월말

4월말

5월10일

계좌수

8196

8323

8725

9394

9548

증가분

342

127

402

669

154

일 평균 증가분

17

9

18

30

51

ⓒ 재정경제부
사망하고.. 쪽박차고.. 투자열풍 속의 그림자

주식 광풍 속에 피해를 입기는 일반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3월 6일 <동팡왕>은 "2월 27일 중국 증시가 대폭락하자 상하이 하이퉁증권 객장에서 올해 58세의 양아무개가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동팡왕은 또한 "우한에서는 송아무개가 하루만에 1만8000위안을 날린 뒤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급성응급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집을 전당포에 저당 잡히고 고리의 돈을 빌려 주식에 손대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중국 금융당국이 주식투자를 위한 은행대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궈진산 베이징전당포협회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 활황과 연관되어 부동산의 저당업무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양융 징청화샤 전당포점 사장은 "올 2월부터 거의 날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면서 "주택저당이 반년 전에 비해 70% 이상 늘고 고객의 30% 이상은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청두상보>는 "지난 1월 난징에 사는 70여세의 자오아무개는 자신의 부동산을 전당포에 저당잡아 6만 위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2월 27일 대폭락을 경험하면서 투자금 모두를 날리고 손절매해야만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자오는 그 뒤 다시 전당포를 찾아 자식들 부동산까지 저당 잡아 돈을 빌리려다가 거절당했다"면서 "언론에서 난무하는 일부 주식투자를 통한 성공신화가 일반인들의 도박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중국 주식시장의 투기성과 후진성을 경고해온 우징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전 국민이 주식 투기에 나서는 지금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투자 정보에 어둡고 판단력이 모자란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을 빌려서 하는 투자는 특히 금물"이라며 "지금의 주식 투자열풍은 극히 비정상적"이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오늘도 중국인들은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을 개사한 '주식의 노래'를 부르며 객장으로 나서고 있다. 돈이 종교인 중국인들에게 어떤 고언도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起來, 還沒開户的人們! (일어나라, 아직 주식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사람들이여!)
把你們的資金全部投入誘人的股市! (너희들의 자금을 전부 매혹스런 주식시장으로 던져 넣어라!)
中華民族到了最瘋狂的時刻, (중화민족에게 가장 광분스런 시간이 다가왔으니)
每个人都激情地發出買入的吼聲! (온 사람들이 주식을 사면서 외치는 격정의 울부짖음!)
快漲, 快漲, 快漲! (빨리 올라라, 빨리 올라라, 빨리 올라라!)
我們萬衆一心, 懷暴富的夢想, 錢進!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벼락부자의 꿈을 안고 돈을 향해 가자!)
錢進! 錢進! 進! 進! (돈을 향해 가자! 돈을 향해 가자! 가자! 가자!)
- 구거(股歌, 주식의 노래) 전문


a '불나방이 되어'. 오늘도 30만명의 중국인들이 증권사 영업소를 찾아 '구민' 행렬에 진입하고 있다.

'불나방이 되어'. 오늘도 30만명의 중국인들이 증권사 영업소를 찾아 '구민' 행렬에 진입하고 있다. ⓒ 모종혁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성, 송고되었음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성, 송고되었음을 밝힙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