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프로젝트를 쓸 나이, 마흔

[서평] <두 번째 스무살>을 읽고

등록 2007.05.28 14:13수정 2007.05.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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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표지로 선정한 섬세함까지 갖추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표지로 선정한 섬세함까지 갖추었다. ⓒ 이프

이프 출판위원장 유숙렬은 프롤로그에서 나이 마흔을 여자에게 주어진 모든 의무사항을 다 치르고 비로소 스스로 제 2의 인생을 사는 나이,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여자 나이 마흔을 새롭게 탄생하는 부활의 나이로 해석한 점이 재미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흔 즈음의 여성들에게만 공감을 자아내는 것도 아니다.


녹록치 않은 결혼생활을 겪었던 마흔 즈음의 여성 일곱 명이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면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

삶의 무게를 너무 무겁지 않게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때론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필자들의 경험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쓰고 있기에 진정성이 느껴졌으며 그러한 경험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의식에 눈 떠가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널 먹여 살려줄게"라고 청혼하던 그 사람과 결혼 후 부부싸움 끝에 "이 집은 내 집이지 네 집이 아냐. 나가고 싶으면 니가 나가"라고 말하는 남편이 된다.

일에 쫓겨 살림살이에 소홀해져 있던 찰나 눈병까지 얻어 겨우 밥상을 차려놓고, "함께 저녁 차리면 좀 좋아"라며 투정부리던 아내에게 "뜨거운 밥 얻어 먹기가 도대체 언제인지도 몰라. 어쩌다 밥 한 끼 차려놓고 유세는"이라고 핀잔하는 남편(산을 하나 쌓을 만큼 많은 뜨거운 밥을 지어왔고 작은 호수를 만들 만큼 국을 끓여 왔었던 필자라 더욱 야속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천생연분, 철저한 가부장제 남편으로 돌변하다


"난 바로 내가 생각하던 그 사람과 온전히 우리의 자유 의지로 결혼하는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 났을 때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격하여 울었던가!"

성실, 듬직함의 덕목을 갖추고 기타를 치고 등산을 즐기는 낭만적인 모습을 한 운명의 인연을 만나 행복해 했던 또 다른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며 언제나 남편의 꿈에 동승하며 살아왔다.


"내 꿈은 언제나 그와의 꿈이 만나는 지점에서 의미 있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꿈인 거잖아"라며 남편이 호주로의 이민을 제안하자 순진하게 계획하던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호주로 이민가기로 결정했던 필자.

아들과 먼저 호주로 가서 정착할 동안 남편은 한국에서 바람을 피웠다. 그의 꿈이 곧 내 꿈이었지만 내 꿈은 그의 꿈이 아니었던 것을 자각했던 필자는 홀로서기를 감행한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 즈음, 자유로운 영혼으로 바꿀 수 있었던 필자들의 경험담은 한 가닥 희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리라.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 한 가지는 다음과 같은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자신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뚜렷하게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책에서 명쾌하게 풀어쓰고 있을 때 말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이 책의 군데 군데에서 그런 공감을 얻고 무언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결혼을 해서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은 이상한 괴물과도 같습니다.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한 것인 줄 알고 결혼했다가 느닷없이 노예임을 깨닫게 되는 이상한 현실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8쪽)

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시시때때로 모양과 형태를 바꾸며 우리 내면으로 들어와 많은 경우 나 자신의 일부로 탈바꿈한다. 물론 그것을 의식하며 깨부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도, 차라리 눈감아 버리는 이도 있다.

이 책을 통해 결혼에 대한 핑크빛 환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이 누구 한 사람의 희생에 의해서 유지 존속될 수밖에 없는가? 인생에서 결혼이란 과연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제 낙태를 말한다. 여자! 군대를 말한다. 결혼을 횡단하라 등 굵직하고 리얼한 제목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이프에서는 두 번째 스무살을 첫 출간으로 여성들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총서 시리즈를 잇따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희정 자람 소마 서래 항아 노을 미영/도서출판 문화미래 이프/2007년 5월/295쪽/10,000원

덧붙이는 글 이제 낙태를 말한다. 여자! 군대를 말한다. 결혼을 횡단하라 등 굵직하고 리얼한 제목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이프에서는 두 번째 스무살을 첫 출간으로 여성들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총서 시리즈를 잇따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희정 자람 소마 서래 항아 노을 미영/도서출판 문화미래 이프/2007년 5월/295쪽/10,000원

나의 두 번째 스무 살 - 나를 사랑하는 20대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4가지 시선

이가영 외 지음,
치읓, 2018


#결혼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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