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대상자가 바라는 예술품은?

23-27일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축제, '사회 가족' 의미 되새겨

등록 2007.05.23 16:43수정 2007.05.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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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는 23-27일(25일 제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민예술가들의 그림콘서트'가 펼쳐진다.

오는 23-27일(25일 제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민예술가들의 그림콘서트'가 펼쳐진다. ⓒ 그림콘서트

"모든 시민은 예술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의 짝퉁(?). 아니다.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URART)가 지난 1999년 깃발을 내걸고 시작한 작업이다. 'URART'는 단체명이 바로 '당신은 예술가'라는 뜻을 품고 있다.


1999년 총 15회의 '당신도 예술가' 행사를 비롯, 문화시민네트웍 한강역사문화탐방 '자화상 그리기'(2002년), 미선이 효순이 만나기(2003년), 여의도 공원 '허수아비 만들기' 프로그램(2003년), 문화관광부 찾아가는 문화활동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2004년), 베트남 푸엔성 평화조형물 한-베 공동작업 '역사의 수레바퀴'(2006) 등 그들이 해온 일들은 '유알아트'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이들이 이번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민예술판을 벌인다. 국립현대미술관 5월 문화축제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시민예술가들의 그림콘서트'가 행사 제목이다. 역시 '시민예술가'라는 이름에 방점이 찍혀 있다. 5월 24일(목), 26일(토), 27일(일) 3일 동안 현대미술관 야외조각장과 야외무대에서 행사가 펼쳐진다.

이날 참가한 시민들은 주최측이 제공한 재료를 갖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미술관에 간 비누' '꿈꾸는 손수건' '상상을 떠먹는 숟가락' '자연에게 속삭이는 한지다이어리' 등 이름부터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만드는데서 그친다면 수많은 체험 행사와 다를 바가 없다. 중요한 점은 만들어진 작품의 쓰임새. 비누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꿈꾸는 손수건은 독거노인이나 청소년 가장들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상상을 떠먹는 숟가락은 무료급식 대상자들에게 기증된다.

a 가수 이한철. '괜찮아, 잘 될거야'란 CM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수 이한철. '괜찮아, 잘 될거야'란 CM송으로 잘 알려져 있다. ⓒ 그림콘서트

단순히 개인 창작 작업만 있는 게 아니다. 시민 참여자들이 만든 다양한 나무인형 작품을 모아 거대한 공동의 나무인형을 만드는 전시회가 '공동창작전'이란 이름으로 마련된다. 이 작품은 일정기간 전시 후, 작품을 보유하고자 하는 시설이나 기관으로 옮겨져 상설 전시된다.


사실상 모든 예술 작업이 '나눔' '공동 창작'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이 이번 작업을 통해 예술의 의미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5월 가정의 달에 열리는 만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넓은 의미의 가족을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독거노인, 청소년 가장, 무료급식 대상자도 바로 우리 가족이 아니냐고 묻고 싶었던 거죠."


이번 행사를 준비한 김지나 유알아트 사무국장의 말이다. 사회 공동체로서의 '가족'의 의미를 질문하는 행사란 뜻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란 장소를 겨냥한 것도 의도적이다. 예술은 고급스런 것, 특별한 것, 비실용적이란 일종의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소재도 숟가락, 손수건, 비누 등 아주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것들을 골랐다. '생활예술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시각에 대해선 "일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감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더 훌륭한 예술"이라고 반박한다.

각 작품들엔 작품명, 작가명, 작품해설이 실린 카드가 만들어지고, 이 카드는 홈페이지에 함께 올라간다.

유알아트는 '참여'와 '나눔'의 의미외에 또 한가지를 더 준비하고 있는데, 바로 음악과 미술의 경계 허물기를 통한 '통합예술'이다.

공연장에서 듣는 체험 예술 이야기

a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 그림콘서트

축제 기간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야외 조형무대에서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된다. 바로 '시민예술가들의 그림콘서트'.

그동안 미술관에서 마련하는 음악회, 공연장에서 마련하는 미술 전시회 등은 많았다. 지금도 곳곳에 열리고 있다. 그러나 주최측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미술과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생각한다.

배우 오지혜가 진행하는 이번 행사엔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CM송 '괜찮아, 잘 될 거야'로 알려진 이한철, 가수 안치환을 비롯, 더 콰이엇, 몽구스, 마이 앤트 메리, 윈디 시티, 이루펀드, 뉴웨스트, 럭스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힙합 앨범' '최우수 모던록 앨범' '최우수 팝 싱글' 등을 수상한 실력파 음악인들이다.

2-3곡씩 구색을 맞추고 내려가는 콘서트가 아니라, 모든 가수들이 6-7곡씩 부르기 때문에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림콘서트 진행을 맡은 서정민갑씨는 "음악평론가들에게 최고의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의 주인공은 행사명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다름 아닌 시민예술가. 사회자가 시민예술가들을 불러서 한 명씩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감상'에서 벗어나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는 주최측의 의도가 녹아 있다.

대화 형식도 '낭만적인 토크' '상큼한 토크' '톡톡 튀는 토크' 등으로 이름을 달았다. 이들 이름들은 곧바로 음악회 주제와 이어지며, 콘서트 주제인 '5월의 낭만' '봄의 환희' '내일의 전환'은 예술체험의 주제이기도 하다.

김지나 사무국장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과연 개인의 창작력만으로 나온 것이냐"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예술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행사 문의: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 02-745-1447/www.urart.org)

덧붙이는 글 행사 문의: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 02-745-1447/www.urart.org)
#유알아트 #공공예술 #시민참여예술 #그림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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