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오픈카 타고 호수 한바퀴

제남 시민들의 휴식처, 대명호 공원에 가다

등록 2007.05.28 10:53수정 2007.05.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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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명호 공원의 입구

대명호 공원의 입구 ⓒ 조영님

표돌천 공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대명호 공원에 도착하였다. 대명호는 도시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천연 호수로 제남의 유명한 관광 명소 중 하나이다. 대명호는 시내의 진주천, 탁영천, 왕부지 등의 여러 샘물들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와 형성된 것이며, 공원의 면적 86ha 중에 46ha가 호수의 면적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넓다.

30원에 표를 사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호숫가를 따라 늘어진 버드나무가 인상적이다. 제남은 집집마다 샘물과 버드나무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샘물과 버드나무가 많은 곳이다. 호숫가에는 오후 산책을 즐기는 제남 시민들이 제법 많았다. 시원한 호수 바람이 불어와 아주 상쾌했다.


대명호는 '뱀이 보이지 않고 개구리가 울지 않으며, 장마에도 물이 불어나지 않고, 오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특이한 곳이라고 한다. 물이 있는 곳에는 개구리와 뱀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옛날 건륭황제가 제남에 왔다가 이곳 호수에서 쉬고 있는데 뱀이 기어 다니고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기가 불편한 황제는, 뱀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개구리는 울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뱀, 개구리 같은 미물이 어찌 중국 황제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명호에는 뱀과 개구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a 달빛 띤 조각배 타고 대명호를 건너고 싶다.

달빛 띤 조각배 타고 대명호를 건너고 싶다. ⓒ 조영님

호수를 한 번 둘러보는데도 두어 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다. 다리가 아파서 10원을 주고 오픈카를 이용하였다. 빽빽한 나무숲과 기이한 수석이 푸른 호수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일렁이는 푸른 호수를 보고 있자니 정지용의 '호수'라는 시가 생각났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 밖에" 정지용이 그 당시 이처럼 큰 대명호를 보았어도 '호수' 같이 아름다운 시를 지었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든다.


호수 주위를 따라 볼 만한 곳이 꽤 있었다. 먼저 우리는 연못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는 월하정(月下亭)이라는 아담한 육각 정자를 보았다. 이곳은 달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호수와 달은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연못에 정결하게 피어 있는 하얀 연꽃이 흥취를 더하는 듯하였다.


a 월하정 아래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이 순결해 보인다.

월하정 아래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이 순결해 보인다. ⓒ 조영님

조금 더 걸어가니 북극각(北極閣)이 있었다. 이곳은 제남시의 최대의 도교 사원이라고 한다. 원나라 지원(至元) 17년인 1280년에 건립하였다가 그후 1420년에 중수한 바 있다. 이곳에는 상고시대 때 '사방신'의 하나였던 진무(眞武)를 제사지내고 있다.

진무는 현무(玄武)라고도 하는데 북쪽을 주관한다. 그래서 물신이 되기도 한다. 누각 안에는 검은 낯빛의 진무 조각상이 위엄 있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뒤편의 '계성전(啓聖殿)'에는 진무의 부모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 진무는 수련을 하고 신선이 된 이후에도 부모를 잊지 못해 이곳에 부모를 모시고 효성을 다하여 봉양하였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증공(曾鞏)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남풍사(南豊祠)'에 들렀다. 증공은 원래 강서 사람이다. 그는 송나라 때에 제주(齊州 지금의 제남) 지사가 되었는데 당시 백성을 위해서 많은 치적을 쌓았기 때문에 백성들이 증공을 위해 건립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증공의 조각상과 관련 글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가 탄 오픈카는 대명호의 서남문에서 동문으로만 운행하기 때문에 다른 곳을 볼 수가 없었다. 돌아 나오면서 연못에 연이 가득한 '우하청(雨荷廳)'에 잠시 들렀다. 연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못에 가득한 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아호가 '하우당(荷雨堂)'이란 분이 있는데 독실한 불교 신자이시다. 연잎에 빗방울이 방울방울 맺힌 것처럼 한없이 맑고 정갈하신 분이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또 명나라 때 산동의 병부상서였던 철현(鐵鉉 1366~1402)을 기념하기 위해 청나라 건륭 57년인 1792년에 건립한 철공사(鐵公祠)에도 잠시 들렀다. 그렇지만 사당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주위만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a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간의 버스를 타고 와서 답사하는 강행군에도 잘 따라다니는 아들이다. 그래도 피곤했는지 못 가겠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간의 버스를 타고 와서 답사하는 강행군에도 잘 따라다니는 아들이다. 그래도 피곤했는지 못 가겠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 조영님

이번 대명호를 관광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하정(歷下정)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역하정에 가려면 배를 이용하여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서 배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보는 이 정자에서 '바다 서쪽에 있는 역하정 고풍스러워, 제남의 명사들 많이 모였구나(海右此亭古 濟南名士多)'라는 시구를 남겼다고 하는데 확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간의 버스를 타고 제남에 들러 표돌천과 대명호를 관광하고 나니 몸은 천금처럼 무겁고 힘들었다. 아무래도 내일 천불산에 가려면 가까운 곳에 숙박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천불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대명호에서 대략 한 시간 정도는 간 것 같았다.

천불산 입구에 내려서 작은 빈관에 들어가 하룻밤 숙박하는데 얼마냐고 하니까 백 원이라고 했다. 지난번 청도에 가서 무려 45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하룻밤 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산 가격이었다. 물론 침대 하나와 텔레비전만이 달랑 있는 허름한 방이었다. 그래도 따뜻한 물이 나오니 다행이었다.
#대명호 #제남 #중국 #월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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