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닥복닥 철퍼덕거리면서 고추장이 끓어오릅니다. 그러면 불을 줄여줍니다.이승숙
자취생인 딸,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주말이라 딸애가 집에 왔다.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쓸 나이인지라 딸애는 뭘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집에 오갈 때면 딸애 손에는 늘 종이가방이 들려 있다. 집에 올 때는 빈 가방이지만 갈 때는 종이가방은 찢어질 듯 볼록하다. 요거 저거 챙긴 밑반찬들 때문에 종이기방은 늘 찢어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포시랍게 자라던 딸애는 대학에 가자 자갈밭의 잡초가 되어 버렸다. 해주는 밥 먹으면서 편히 지내다가 지 입 지가 책임져야 하는 자취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밖에서 사먹는 생활의 나날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은 밥 해 먹을 때도 있다 했다. 그럴 때를 위해서 밑반찬들을 만들어서 보낸다.
밥반찬 하라고 보낸 밑반찬들을 딸애는 군입거리로 먹을 때가 더 많단다. 오징어채며 마른새우볶음 같은 걸 해주면 군입거리로 먹는단다.
'그래, 오징어채 조림 같은 군입거리 말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거로 만들어 주자. 밥해서 비벼먹을 수 있는 양념고추장을 만들어 주자.'
딸을 위해서 양념고추장을 만들기로 했지만 사실 상추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철에는 양념고추장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또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