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묵고 살로 가나? 새 밥을 먹어야 살로 가제." 가족들에게 밥만은 항상 새 밥으로 해주라시던 친정 엄마가 생각납니다.이승숙
강화에는 없는 것이 없다. 산도 있고 너른 들도 있다. 그리고 바다도 있다. 하지만 강이 없다. 강이 있다 하더라도 강이라기보다는 수로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로들은 너른 들 이쪽 저쪽 구석구석 잘 닦여져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저수지가 있다.
그 많고 많은 저수지며 수로에는 붕어들이 몰려다니나 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고 있다.
우리가 가는 그 집도 저수지 근처에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주요리는 붕어찜과 매운탕이다. 길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간판을 따로 해놓은 것도 아니다. 강화도 한 구석에 숨어 있어서 아는 사람만 가는 집인데도 점심시간에 가면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항상 손님들로 넘친다.
우리가 갔을 때가 점심 때도 지났고 그렇다고 저녁 때도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이라곤 찬모들 둘뿐이었다.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니 물 묻은 손을 앞치마 자락에 쓱 닦으면서 예사롭게 사람을 맞아주었다.
돌기와를 얹은 옛집을 그대로 식당으로 이용하는지라 그 집은 볼거리도 많다. 장정의 허리통처럼 굵다란 서까래며 기둥들은 이 집이 예사 집이 아님을 이야기해 준다. 예전에는 한 살림 했을 법한 집이란 걸 말없이 보여준다.
안방을 통째로 차지하고 앉았다. 내 집인 양 두 다리도 죽 뻗고 편하게 앉았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성미 급한 사람이라면 조급증이 낫을 만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 붕어뼈가 연하게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나중에 뼈째 다 먹을 수 있는 붕어찜이 나온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있자니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어떤 걸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한데,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데 이까짓 기다림쯤이야 못 참을 게 뭐 있겠는가.
그렇게 조금 기다렸더니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순무김치며 산나물 무친 거며 부침개에 대추정과까지, 이것저것 젓가락 가도록 밑반찬이 실하게 나왔다. 그리고 밥이 나왔다.
아, 그 밥을 어찌 설명할까? 전기솥에 해두었던 밥이 아니라 가마솥에 한 밥이 나왔다. 이제 막 한 밥, 바로 우리들만을 위해서 한 밥이었다. 집에서 식구들을 위해서 해주는 그런 밥이 나왔다.
금방 한 밥 한 그릇에 대접받은 기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