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첩은 재첩인데 그 맛이 아니네~

중국산 재첩 시식기

등록 2007.05.30 17:02수정 2007.05.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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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재첩(왼쪽)과 중국산 재첩(오른쪽)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중국산은 조갯살 몇개 만으로도 숟가락에 가득 찰 정도로 씨알이 굵다. 크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산 재첩(왼쪽)과 중국산 재첩(오른쪽)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중국산은 조갯살 몇개 만으로도 숟가락에 가득 찰 정도로 씨알이 굵다. 크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맛객
며칠 전 올렸던 재첩국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경상도에서는 재첩을 갱조개라고 한다는 사실도 여러분의 의견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의견 중에 특히 "재치 사이소~" 소리치며 동틀 무렵 골목을 누비며 팔러 다녔던 아주머니에 대한 추억의 한 토막을 꺼내놓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정도로 재첩이 흔했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런 모습을 영원히 구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그 흔했던 재첩들이 개체수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동재첩도 이젠 옛말이라고 꼬집는 분들이 상당했습니다. 한마디로 대부분 중국산을 가져다가 쓴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은 맛객 블로그에 남겨주신 아이디 '세칸'님의 댓글입니다.

하동에서 섬진강 재첩을 드셨다면 분명 행운입니다. 지금은 거의 중국산 재첩을 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재첩국도 좋지만 '재첩비빕밥'도 좋습니다. 참게탕은 드셨는지요? 앞으로는 참게도 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드셔 보시라는 겁니다.ㅎㅎ

부산사는 술꾼들은 요즘엔 재첩 잘 안 먹습니다. 간혹 외지의 친지나 친구들이 안달복달해서 가긴 갑니다만, "이거 국산입니까"하고 물으면 촌사람 취급합니다. "하루에 한바가지도 안 잡히는 재첩 잡는 놈이 어데 있겠노?"하는 푸념 섞인 대답이 바로 나옵니다. 그런 말도 얼굴이나 좀 익어야 합니다.ㅎㅎ

낮선 얼굴이 물으면 "그라모, 국산이지, 그라고… 우리는 수입 핸거는 안씬다"ㅋㅋ 진짜배기 옛날 재첩국은 외지인은 줘도 잘 먹기 상그럽습니다. 특유의 냄새가 먹기가 좀 그렇습니다. 물타고 가미해서나 먹을 수 있을지, 말지… 그런 국은 부산에서도 없어진 지 오래됩니다.


섬진강 재첩을 먹었다면 행운이라… 재첩이 얼마나 귀해졌으면 행운이란 표현까지 나왔을까요? 아이디 '하늘바람'님이 주신 의견은 더욱 기가 막히게 합니다.


요즘은 하동에도 재첩이 딸려서 중국산 사다가 저녁에 섬진강에 뿌려놓고 아침에 다시 거둬들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려고 별 쇼를 다한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디 '떵강아지'님이 주신 의견은 재첩이 꿀과 같은 존재가 됐다는 내용입니다. 지 아버지도 믿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품 꿀은 별로 없다는 뜻이죠. 재첩도 직접 자기 손으로 잡아야 믿을 수 있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하동 재첩은 국내 수요에 충당 하기란 턱없이 부족하여 중국산에 하동 재첩을 섞어서 판매를 하고 섬진강에서 직접 자기 손으로 잡아야 진국 한국산 섬진강재첩을 맛 볼 수 있음.

사정이 이쯤 되니 맛객이 먹고 온 것도 100% 중국산일 가능성이 짙어졌습니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의 뒤끝이 씁쓰름해지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화살의 비난은 결국 수입업자들에게 향했습니다. 중국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질 낮은 인식은 수입업자들이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그런 것들만 수입한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중국에 자주 드나드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농수산물보다 품질이 우수한 것들이 참 많다고 합니다. 돈에 앞서 자기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수입한다면 국민들 입을 그런 식으로 무시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없던 양심들이 갑자기 생길 리는 만무하고 관계 당국의 힘을 빌리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규격을 까다롭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격 미달된 식료품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더 나아가 엄청난 벌금을 때리는 겁니다. 그럼 지금보다 나은 품질의 농수산물이 들어오게 될까요? 저의 바람입니다.

중국산 재첩 두팩 1030원, 800원, 부추 400원
중국산 재첩 두팩 1030원, 800원, 부추 400원맛객
엊그제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큰 마트에 들렀습니다. 중국산 재첩이 눈에 보이기에 두 팩 사들고 왔습니다. 400원하는 부추까지 해서 합계 2230원 주었으니 비싸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중국산 재첩은 한눈에 보더라도 씨알이 굵습니다.

국산에 비해 씨알이 굵은 중국산 재첩
국산에 비해 씨알이 굵은 중국산 재첩맛객
맛은 어떨까요? 거짓말 아니고 서너 숟가락 떠먹고 나서 다 버렸습니다. 비싸다는 느낌은 안 든 대신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이라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도 말하자면 흙냄새가 난데다 쓰고 텁텁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재첩엔 흐물흐물한 맑은 막 같은 게 많이 들었는데 중국산 재첩은 전혀 보이지가 않습니다.

다시 기억에서 꺼내고 싶지 않은 중국산 재첩국. 다 버렸다
다시 기억에서 꺼내고 싶지 않은 중국산 재첩국. 다 버렸다맛객
최근 하동에서 먹었던 그 맛과는 참 많은 차이가 나더군요. 재첩국 대신 된장찌개나 매운탕에 넣었더라면 이리 기분 나쁜 맛은 경험하지 않았을 텐데 싶은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한 가지 챙긴 소득도 있습니다. 국산과 중국산의 차이를 알았으니 하동에 가서 먹더라도 속고 먹을 일은 없다는 겁니다. 우리 재첩국에 대한 아쉬움만 더욱 커져만 갔던 하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재첩 #하동 #중국산재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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