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스님으로 부터 은행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이승숙
2001년 여름 우리 '마리서당' 식구들은 나무에 이름을 지어주는 놀이를 했습니다. '마리서당'은 외지에서 강화로 이사 들어온 사람들끼리 1999년 봄에 만든 교육공동체입니다. 그때 우리는 토요일 오후에 만나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 아이까지 나이를 따지지 않고 함께 모여 공부를 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신나했던 모임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공부를 빌미로 모인 어른들은 막걸리잔을 앞에 놓고 시류와 풍류를 넘나들며 참 재미나게 살았습니다.
강화도 길상면에 있는 전등사는 역사가 1600여 년이나 되는 오래된 절입니다. 그래서 볼거리도 많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전등사에는 오래된 나무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그 나무들에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습니다.
전등사로 올라가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동문으로 해서 올라가는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문으로 해서 올라갑니다. 두 길 다 포장이 되어 있어서 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절에 가는 참맛을 느끼려면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면 상쾌한 숲 내음을 맡으면서 시원한 바람도 맛볼 수 있답니다.
길 양 옆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우쭉우쭉 솟아 있습니다. 다들 세월의 무게를 가슴에 품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우리는 그 나무들에 이름을 붙여 주었답니다.
나무도 저마다 이름이 있지요. 소나무라든가 느티나무, 또는 단풍나무, 산딸나무 같은 이름들이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그 나무들은 특별한 나무가 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잖아요.
하늘과 땅 은행나무, 만나면 불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