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불법주차, 해결방안은 없나?

말뿐인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 인천'...화물차 주차시설 태부족

등록 2007.06.11 20:57수정 2007.06.1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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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체계를 구축해 '동북아 물류의 중심도시'가 되겠다는 인천시가 정작 화물차들의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3월 한 달간 화물차 불법 밤샘주차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이는 등 기간을 정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주차는 좀처럼 근절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인천 화물차 주차시설, 등록대수 5% 수용에 그쳐

인천시가 지난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4월 30일 현재 허가한 화물자동차의 등록대수는 2만7164대이다. 하지만 화물자동차 전용주차장은 6개소 약 1424면으로 화물차 등록대수의 5% 정도만이 주차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평구가 관리하고 있는 공영 화물차 전용 주차장. 화물차 이외의 주차된 일반 차량들도 보인다.
부평구가 관리하고 있는 공영 화물차 전용 주차장. 화물차 이외의 주차된 일반 차량들도 보인다.장호영
화물차 전용주차장은 중구 2곳 430면(공영1, 민영1), 남구 2곳 759면(민영2), 부평구 1곳 81면(공영1), 계양구 1곳 154면(공영 위탁1)뿐이다. 동구·연수구·남동구·서구·강화군·옹진군 등은 아예 없다. 화물차가 20대 등록된 옹진군을 제외한 나머지 군·구가 적게는 1000여대에서 많게는 3500여대까지 화물차가 등록돼 있음에도, 화물차 전용주차장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인천항이 있는 중구의 경우 화물차 등록대수가 8422대나 되지만 화물차 전용주차장은 2개소 430면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는 지난달 임시 개장한 인천항 화물차 전용 복합휴게소 내 주차장 257면이 더해진 수치로 올 3월까지만 해도 173면의 공간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주거지역이나 아파트단지에 주차할 수 있는 1톤 미만의 화물차와 타지역으로 운행 중인 차를 제하더라도 화물차의 불법주차와 밤샘주차가 야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물차 관련법도 허술, 제도개선 필요

화물차 불법주차는 주차시설의 부족과 함께 차량등록 시의 허술한 법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영업용 화물차의 경우 등록된 차고지에만 밤샘주차가 가능하지만 법적으로 차량등록 시 같은 시·도 내의 차고지로 서류를 구비해 가면 등록이 가능하다. 도심 쪽은 화물차의 차고지로 등록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부평구에 차량등록을 하면서 강화군이나 서구의 차고지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부평구에 등록하고 영업하는 차량이 강화군이나 서구의 차고지에 가서 밤샘주차하지 않고 집 근처 도로나 골목에다 주차해 불법 밤샘주차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화물차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각 구·군에 1~2명에 머물러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 단속 주체가 틀려 업무의 혼선도 빚고 있다.

부평구의 경우를 예로 들면 대낮에 화물차가 도로나 주택가에 주차한 경우에는 교통단속팀에서 단속하지만, 밤샘 주차의 경우는 교통지도팀이, 화물차가 건설장비로 등록된 경우에는 건설행정과가 담당한다. 아울러 밤샘주차 단속을 맡고 있는 교통지도팀은 영업용 화물차만 대상으로 단속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집 앞 도로에 건설장비로 등록된 화물차가 밤샘주차하고 있는 경우에는 민원인이 신고해도 실제로는 단속이 불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인해 부평구가 일제 단속기간인 3월에 계도 129건과 단속 150건의 실적을 올리는 등 매월 100건 정도의 계도와 단속을 하고 있지만 화물차 불법주차에 대한 민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화물차의 불법주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화물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공동 주차장이나 차고지의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하지만, 한편으론 차고지를 해당 자치구에서만 등록이 가능하게 하거나 아니면 바로 인접한 자치구까지만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인 보완도 필요한 실정이다.

인천시 산하 각 군·구의 화물차 담당 공무원들은 군·구에 상관없이 시내 어디서든 차고지를 등록하면 화물차 등록이 가능한 지금의 법으로는 화물차의 불법주차를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평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화물차 공동차고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불법주차는 근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화물차 등록 시 허가 가능한 차고지의 범위를 좁히는 등의 법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심 한가운데 화물차 주차장이나 차고지를 만드는 것은 주민들의 또 다른 민원을 야기할 수 있기에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정구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인천지부장은 "외국의 경우 화물차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은 한가한 도로의 한쪽 면에 화물차 주차공간을 마련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며 "우리도 무조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도심에서 정말 한가한 도로의 경우 화물차들의 밤샘 주차를 허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사고가 안 나도록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준다면 불법주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구 갈산동에 불법 주차돼있는 화물차량들의 모습. 야간 불법 밤샘주차는 대낮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부평구 갈산동에 불법 주차돼있는 화물차량들의 모습. 야간 불법 밤샘주차는 대낮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장호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 6월 12일자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 6월 12일자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화물차 #주차시설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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