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자>, 과연 행복할까?

필요 이상으로 비틀어지고 일그러진 가족이야기

등록 2007.06.21 11:00수정 2007.06.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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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주말드라마 <행복한 여자>를 즐겨 보기 때문에 나도 가끔 보고 있다. 제목은 <행복한 여자>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경우 내용에는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고 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로 각색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몇몇 드라마들은 억지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행복한 여자>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드라마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나름대로의 기획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현실과 달리,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족의 형태에 대한 편견이 살아있다.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결손가정'이라는 편협된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결손가정의 잣대는 '가족의 구성원'이 아니라 '사랑'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 시대 변화되고 있는 가족의 형태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재조명해보는 동시에, 여자에게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


필요 이상으로 비틀어진 가족이야기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결손가정의 편견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필요 이상으로 일그러지고 비틀어진 현실을 바탕으로 출발한 가족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아버지가 나중에 재혼하기 위해서 만난 남편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는 설정은 드라마의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 하필이면 하고많은 남자들 중에 그녀가 고른 사람이 집 나간 아버지의 아들이지?’ 이쯤 되면 운명의 여신이 독하게 마음을 먹고 골탕 먹이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랫동안 연애를 해서 결혼한 남편의 외도를 적발하고 이혼한 주인공에 대해서도 약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물론 한 순간의 외도로 이혼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지만 이후의 전남편의 모습은 그야말로 순애보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한번 틀어진 마음은 전남편의 간절한 마음을 간단히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서 자신의 길을 간다.


제목은 <행복한 여자>이지만 내용은 다분히 <불행한 여자>로 전개되고 있다. 최종적인 결말이야 ‘행복’으로 마무리 되겠지만, 과정 속에서 무수한 불행을 경험하고 있는 주인공이 과연 진정으로 행복한 여자가 될 수 있을까? 과정이야 어떻든 결말이 좋다면 만사 오케이라는 ‘결과중심주의 사고’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불행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재혼을 하기로 하면서부터의 드라마 전개는 더욱 가관이다. 꼬이고 꼬인 가족관계가 행복의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어설픈 ‘집나간 아버지’의 존재로 인해 양쪽 어머니의 완고한 반대에 직면했다. 어느 한쪽이 행복해지면, 어느 한쪽이 불행해지는 그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불만적인 요소가 있다. 왜 전통적이고 고리타분한 관습의 수호자는 여성이 되어야 하는가? 주현이나 장용 같은 가장에게는 전통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이 아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해주는 모습이 나타나고, 사미자나 박순천, 고두심과 같은 어머니들은 편협하고 완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현실과는 사뭇 다른 부모의 모습은 오늘날의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규정해 버리는 듯하다. 젊은 여성은 진취적이고 삶을 스스로 개척하여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나이가 들어버린 여성은 이미 오래된 관습과 전통에 사로잡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새로운 호주제의 시행에 대해 현실에선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호주제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 남성들은 의외로 관대하다. 오히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스로 ‘이혼까지 감수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시청률은 별개 문제

여러 가지 억지 설정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여자>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시청자들 중에는 ‘욕하면서’ 뒤의 내용이 궁금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드라마의 기획 의도(결손 가정의 행복 찾기)를 그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상황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기획의도와는 상관없는 전혀 다른 생각과 시청소감을 일으킬 것이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시청률을 과연 정비례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즐겨본다고 해서 그 드라마가 완성도가 있다는 이야기는 안 맞는 것 같다. 시청률은 그야말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는 말이다. 때론 어이없는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무수한 욕을 먹고 있지만, 시청률이 좋다는 이유로 견뎌내고 있는 드라마들은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행복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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