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57년만에 민간인학살터 첫 유해발굴

전남 구례 봉성산 경산 코발트광산 등 4곳 우선 선정

등록 2007.06.26 12:28수정 2007.06.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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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26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유해발굴 계획'을 발표했다. 전남 구례 봉성산,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일대,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충북 청원 분터골 등 4개 지역에 대해 올해 안에 유해발굴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 진실화해위원회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땅속의 진실을 계속 밝혀나갈 것이다."

송기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모든 영령 앞에 고개 숙여 묵념하자고 제안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3층에 위치한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말이다. 민간인 집단학살터에 대한 유해발굴에 앞선 일종의 종교의식 같았다.

1948년 11월 새벽, 경찰이 총으로 민간인을 학살한 뒤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성산 공동묘지에 매장했다는 70여 봉분들, 195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청주경찰서와 교도소 등지에 소집 구금한 뒤 재판도 없이 희생시킨 국가보도연맹원 200여명의 집단 학살터,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일대에서 국군과 경찰이 집단 학살했다는 1800여 유해들, 민간인 집단학살로 30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산 코발트 광산.

진실화해위는 이날 전국 민간인 학살 유해매장 추정지 168곳 가운데 우선 발굴 대상 37곳을 선정하고 올 연말까지 위에 언급된 4곳에 대한 유해발굴조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국가가 국군전사자에 대한 유해 발굴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민간인 집단희생에 대해서는 57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는 것”이라며 “매우 역사적으로 뜻 깊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김 위원은 "민간인 학살지역 유해발굴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이 실제 자행됐다는 점을 진실 규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진정한 화해로 이르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활동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168곳 이외에도 더 많은 집단희생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산골짜기 외진 곳이나 과거 사건에 대해 증언해줄만한 증인이 없는 곳에서는 유해 발굴 추정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유해 발굴 추정지는 현재 168곳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은 "이번 유해 발굴 작업 추진과정에서 전남 구례 봉성산 일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사유지여서 조사개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박선주 유해발굴조사단장(충북대 박물관장)은 "전문인력 50여명이 6개 조사팀으로 나뉘어 9단계에 걸친 유해발굴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올 10월까지 인류학 조사, 신분조사, 사망원인 등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박 단장은 "충북 청원 분터골과 전남 구례 봉성산은 1개월 정도의 조사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전 산내와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은 9월까지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유해들은 DNA 감식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내년 1월에는 발굴현장 결과와 DNA 감식 등을 통한 종합결과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내년 2월까지는 이번에 선정된 4곳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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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봉성산 일대. 추정 매장 유해는 약 70여구다. ⓒ 진실화해위원회


▲충북 청원군 남일면 고은리 분터골

50. 7. 4~11. 청주경찰서와 청주교도소 등지에 소집·구금되었던 청주시·청원군 관내 보도연맹원(인원 미상)이 고은리 분터골, 피반령 고개, 가덕 공원묘지, 낭성면 도장골, 미원 추정고개, 미원면 면사무소, 보은 아곡리 등 청주↔미원간 국도변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은리 분터골 중 현재 발굴 대상지에서는 경찰과 군에 의하여 약 200여명(추정)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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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남일면 고은리 분터골 매장 추정지. ⓒ 진실화해위원회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경북 경산시 평산동에 위치하며, 각기 2개의 수직갱도와 수평갱도에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유해가 확인되고 있다.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관련한 유해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으로 볼 때 현재 확인된 곳 뿐만 아니라 갱도 곳곳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3000여구의 유해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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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유해매장 추정지에는 약 3000여구의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 진실화해위원회


▲대전 형무소 사건 유해매장 추정지
1950년 초(7.8-10 추정)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일대에서, 대전형무소 재소자들이 국군, 경찰에 의해 집단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다. 대전광역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일대에 현재 유해 매장 추정지는 2~3곳 정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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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형무소 사건 유해매장 추정지. 약 1800여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 진실화해위원회

#민간인 학살 #전남 구례 봉성산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충북 청원 분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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