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본 석류꽃, 나는 마당 옆에 있는 이 고운 석류꽃에 반했다.이현숙
구경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집 첫머리에 있던 개방된(문이 없는) 방으로 들어갔다. 사랑방과 정자를 절충해 놓은 공간이랄까. 아무튼 찐득찐득한 더위에도 시원하고 편안했다. 이 아주머니, 우리가 앉자마자 음료수를 주신다. 우린 공짜인 것 같아 미안해하면서도 받아 마셨다.
주인도 없는 집에 와서 친절한 안내로 집구경도 하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편히 앉아 쉬기도 하는데 거기에 음료수까지. 마음이 불편해지려는 찰나, 우리 마음을 알아챘는지 슬그머니 주인 전화번호가 적힌 말판을 뒤집어 보여준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주인이 한 술 더 뜬다. 자기가 없더라도 음료수도 마시고 커피도 타서 마시면서 마음껏 쉬었다 가란다.
참 요새 세상에도 공짜가 있다니. 우리는 그 말만 믿고 그 시원한 방에서 늘어졌다. 그즈음 우리를 안내하던 아주머니도 슬그머니 자리를 비운다. 난, 참, 과분한 대접에 감동, 마음까지 흐뭇해졌다. '아직도 이런 마음을 가진 분이 있구나' 하다가, 아니지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거지' 생각하니 기분은 최상.
돈, 돈, 하면서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달리다가 이러다간 정신이 멸망할 것 같다.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들 조만간 모두 전후좌우 살피면서 천천히 쉬었다 가자 하는 식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아무튼 아주 훌륭한 마음에 감동 받아 편안한 집에서 기분 좋게 한 두어 시간 잘 쉬었다 왔다.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경주 사람 친구가 잘 아는 카페를 보여주겠단다. 길이 많이 달라져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 '마리오 델 모나코'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들어가 앉자마자 건장하게 생긴 남자가 물컵을 가져 온다. 그런데 이 남자 한국사람 같지 않은 얼굴이다. 맥시코나 남미 쪽 사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