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애피타이저'는 보안법 폐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한반도 평화비전' 공수표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07.07.05 10:33수정 2007.07.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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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길 일이다. 대북 퍼주기를 비난하던 한나라당이 모처럼 어깨를 펴고 얼굴 가득 햇살을 받으려 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이 그렇다. 이전의 대북정책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큼 전향적이다.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설령 그것이 대선용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선거의 순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캠프 모두 환영한다. 두 캠프 모두 "이명박 후보의 기존 구상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거나 "박근혜 후보가 당 대표시절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이라고 공치사를 하는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비전'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 될 건 분명하다. 국민으로선 그 후보가 당선되든 낙선되든 대국민 약속을 했으니 지키라고 요구할 정당한 권리를 갖게 된다.

경계할 구석은 남아있다. 공약 준수 요구에 '다 알면서'란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숱한 선거와 숱한 공약이 이런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한반도 평화비전'에 맞지않는 옷, 국가보안법

그래서 필요한 게 있다. 애피타이저다. 이왕 밥상을 거하게 차릴 거라면 소화에도 도움을 줄 겸 그럴듯한 애피타이저부터 내놓는 게 도리다.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이참에 존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온당하다.


'한반도 평화비전'은 북한과의 전면적인 교류·협력은 물론 평화협정 체결 추진방안까지 포괄하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와 국가가 맺는 평화협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논리만 놓고 보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한반도 평화비전'을 기안한 정형근 당 평화통일정책특위 위원장은 현실론을 제기한다. "헌법 3조의 영토조항은 북한 급변사태 시 우리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로서 개정해선 안 된다"며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통일과정의 특수관계로서 상대방의 정치적 실체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쳇바퀴가 돌기 시작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좋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연결되는 다리가 무너진 건 아니다.

국가보안법 존재 근거는 제1조 1항에 나와 있다.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를 단속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평화비전'과 국가보안법은 호응하지 않는다. 북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것과 '반국가단체'를 단속하는 것은 병존할 수 없다. '평화협정 체결'과 '국가 변란'도 나란히 갈 수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왜일까?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한나라당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전제조건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긴장완화"를 들었다. 자구 그대로 해석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평화협정은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도 운위할 단계가 아니다.

그럴까? 아니다. 북한과 미국이, 그리고 6자회담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실행일정표를 짜는 테이블에 이 안건을 올려놓았다. 그리 먼 일이 아니다.

변수가 있긴 하다.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과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불능화 하는 것은 별개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존재 여부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설전을 거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논의 테이블에 먼지가 쌓일 공산은 있다.

진수성찬을 차리는 정성이라면...

이렇게 보면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는 목구멍으로 밀어넣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정형근 위원장이 기도를 열어준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대북정책에서 안보를 우선하고 교류협력을 그 뒷선에서 생각한 나머지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단계적 접근, 상호주의적 접근을 폐지하겠다는 취지다."

정형근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한나라당은 태세가 돼 있다. 언제라도 국가보안법 존폐논의에 응할 태세가 돼 있다.

이렇게 이해하자. '한반도 평화비전'은 순수하게 대북노선만을 담은 것이니까 국가보안법을 언급할 수 없었다고 이해하자. 지켜보고 기다리자. 한나라당이 별도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언급할지를 주시하자.

진수성찬을 차리는 정성이라면 애피타이저 또한 빼놓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한반도평화비전 #국가보안법 #정형근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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