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시는 어머니와 인터넷으로 기사를 쓰는 나.전희식
어머니를 모시고 산지 5개월이다. 그동안 듣게 된 여러 조언들에 힘입어 좋은 기운을 다시 북돋우곤 했다.
"아무리 늙어 몸을 못 써도 어머니는 여자다"는 조언은 오랫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상당히 지쳐갈 무렵, 모진 맘먹고 노인병원으로 모신지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나가신 분의 며느님이 주신 것이다. 어머니를 모실 때 항상 여성으로서의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새삼스레 확인해보게 됐다.
"내가 이토록 불효막심한 놈인가 하고 절망하곤 한다"는 말은 십수년 째 치매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남자분이 나의 사정을 듣고 해준 도움말이다. 아무리 낳아주시고 길러 주신 어머니지만 현실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이 예고 없이 닥친다는 말이었고 마음가짐을 잘하라는 말로 새겼다.
"어머니 방에 이 향을 사르도록 하시오"라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강화 사자발 쑥을 주신 분이다. 그 분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오래 전 돌아가셨는데 오래 전에 있었던 경험을 되살려 내게 선물까지 해 주셨다. 방에서 어머니에게 쑥뜸을 해 드리고 있었지만 틈틈이 선물 받은 쑥을 피우니 방에 냄새도 없고 기운이 늘 뽀송뽀송 한 듯했다. 선물을 받을 때는 몰랐는데 사용하면서 그 효용에 감사하게 되었다.
보내주신 쑥 덕분에 기운이 뽀송뽀송합니다
"어머니 모시면서 제일 우선적인 것은 당신이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고 한 사람은 부모님이 다 누워 지내시는 분이다. 어머니가 먼저 쓰러져 12년짼가 똥오줌을 받아내는데 3년 쯤 전에 아버지가 또 쓰러지셨다고 했다. 처음 한 두 해는 정말 힘든 줄 모르고 모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3~4년 되니까 몸과 마음이 지쳐가더란다.
형제들이 와서 돌보는 것은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도 않아서 모두를 자신이 도맡아 했다고 한다. 나처럼 그 분도 막내라고 했다. 마음을 바꿔 자신을 추스르기 시작했다면서 나더러 '내가 다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
"굳이 치료하려고 하지 마라"는 충고를 해 준 사람이 있다. 내가 어머니 옷에 오줌 누시는 것 때문에 집요하게 방광혈을 비롯 여성무극보양침을 놓는 걸 보고 그랬다. 어머니가 엉뚱한 이야기하고 악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우리 젊은 사람들도 체면상 참을 뿐이지 그런 악담을 마음에 담을 때가 얼마나 많으냐, 어머니는 그런 세속적인 위신이나 체통을 놨을 뿐 아니냐"고 했다. 늙어가는 모습 중 하나로 보고 잘 보살피는 것에 치중하고 고치려고 너무 애쓰면서 마음고생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 여긴다.
"복인 줄 알아라"는 도움말은 주로 부모님이 안 계시는 분들이 하는 얘기다. 부모 마음을 아프게만 하고 효도다운 효도도 못 했는데 돌아가셨다면서 아무리 힘들고 말이 안 통한다 해도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효도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인 줄 알라는 말이다. 그 분들의 부모에 대한 자식된 회한을 엿볼 수 있다.
맞긴 맞는 말인데 너무 자주 듣다보니 같은 말을 하는 사람 중에도 좀 나누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있고, 또 조심스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말은 쉽게 할 말이 아니라며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그런 '복', 다시 말해서 '치매나 거동 불편한 부모 모실 일'이 다시 생긴다면 정작 그 때 어떨지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겸손함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좀 쉽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그런 '복'이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엿보이는 듯 해서 나는 혼자 씁쓰레 웃기도 한다. 부모를 힘들여 모시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복 있는 사람임을 고백하고, 곁에서 그것을 격려하는 것이 좋은 그림일 것이다.
"복인 줄 알라"는 도움말, 맞긴 맞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