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전단 근절하고, 용돈도 벌고...

송파구 노인대상 '불법 전단 수거 보상제' 인기

등록 2007.07.18 18:23수정 2007.07.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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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단속 손길이 미치기 힘든 금요일 저녁만되면 아무데나 마구 붙여지는 불법 벽보들.

단속 손길이 미치기 힘든 금요일 저녁만되면 아무데나 마구 붙여지는 불법 벽보들. ⓒ 양동정

오늘도 출근을 하자마자 등산용 베낭을 짊어지신 할머니 한 분이 사무실 문앞에 기다리고 있다.

올해 6월 27일부터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관내에 거주하는 기초생활 수급자나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길거리에 뿌려지는 청소년 유해 전단지나 벽에 붙여지는 벽보를 수거해오면 일정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취지는 불법 벽보나 청소년 유해전단을 근절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송파구청 도시경관과 신영규 광고물관리팀장은 "불법 벽보나 전단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로 수거해 오면 보상을 해 줌으로 적어도 송파에서는 광고효과가 없다는 것을 광고주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또 유흥가 주변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청소년 유해광고물을 가능한 청소년들이 접하지 않도록 신속히 수거하는데도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통상 불법 벽보의 경우 공무원들의 단속 손길이 미치기 힘든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사이에 많이 부쳐지고 뿌려진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로 금요일에 저녁에 붙여진 벽보가 토요일이 가기 전에 이미 깨끗이 제거된다. 노인들이 보상금을 타기 위해 서로 먼저 수거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13일 저녁 송파구 거여 마천동 지역 도로에 '등산화와 신발 땡처리 세일'을 알리는 불법벽보가 약 20~30m간격으로 주요도로변에 수백장 붙어있었으나 뒷날인 14일 오후에는 한장도 없이 모두 제거됐다.

우선 수거대상 불법광고물의 보상금은 불법벽보가 한장에 50원, 청소년 유해전단은 40원, 일반전단은 30원, 청소년유해명함은 20원씩이다. 한 사람에게 1회 2만원 이하로 지급하고, 한달에 4회 한도만 지급하도록 해서 월별로 한사람에게 최고 8만원까지만 지급을 한다.

얼마되지 않은 보상금일 수도 있으나 노인들이나 기초생활 수급자에게는 좋은 일거리인 동시에 용돈을 벌어 쓸수 있는 아주 인기있는 제도다.


18일 전단지를 수거해 온 최명옥(68)할머니는 "할머니들이 서로 먼저 떼려고 다툰다"며 "이제 붙이는 사람들이 더 안 붙인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의 말에는 용돈이 생기는 일이 줄어드는 안타까움도 베어 있다.

실제 송파구가 이 제도를 시행한 4주 동안 총 1만4000여건의 불법벽보, 청소년 유해전단 및 명함을 61명의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수거해 와서 65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이 제도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하면서 매주 참여인원이 늘어나고 있어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대구시 동구에서 최초로 시행한 이 제도는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처음으로 도입 시행했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시행해 볼것을 권하고 싶다.

a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의해 수거된 청소년 유해전단 및 명함류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의해 수거된 청소년 유해전단 및 명함류들. ⓒ 양동정

a "땡"처리 세일을 알리는 불법 벽보들.

"땡"처리 세일을 알리는 불법 벽보들. ⓒ 양동정

a 붙이고 난 다음날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의해서 어김없이 뜯겨져 오는 땡처리 벽보들.

붙이고 난 다음날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의해서 어김없이 뜯겨져 오는 땡처리 벽보들. ⓒ 양동정

덧붙이는 글 | 양동정 기자는 송파구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양동정 기자는 송파구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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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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