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굿판' 기어코 펼치려나?

[지역언론 별곡-202] '새만금 樂(락)' 요란한 광고와 언론의 태도

등록 2007.07.21 16:05수정 2007.07.26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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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일 전북일보를 비롯한 지역 일간지에 게재된 '새만금 락' 행사광고.

20일 전북일보를 비롯한 지역 일간지에 게재된 '새만금 락' 행사광고. ⓒ 새만금락조직위원회

'새만금 樂(락)에 초대합니다.'
'죽어가는 갯벌에서 락 페스티벌을?'
'새만금, 죽음의 굿판을 당장 중단하라'

오는 8월 1일부터 5일간 전북 새만금 방조제 일대에서 개최될 'RaFFIS 2007–새만금 樂(락) 페스티벌'(www.raffis.or.kr)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다. 민간단체인 '청소년 경제교육재단 새만금 락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20일자 지역 일간지에 광고가 게재되면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주최, 주관, 후원, 협찬이 뚜렷이 공개됐다. '새만금 樂(락)에 초대합니다'란 제목의 광고에는 행사 조직위원과 출연진, 후원과 협찬 등이 화려하게 공개됐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 행사의 참여기관과 단체들이 다소 바뀌었다. 주최는 새만금 락 조직위원회와 전주 MBC로 명시 됐다. 당초 떠돌던 KBS와 전북도 등은 주최에서 빠졌다. 대신 대전 MBC와 전주와 대전지역민방, 군산시 등이 후원기관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땅 기념?

a '새만금 락'행사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계속 보도하고 있는 <참소리>.

'새만금 락'행사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계속 보도하고 있는 <참소리>. ⓒ 참소리

이미 지난 달 발대식을 한 새만금 락 조직위원회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땅 1억2천만 평을 소개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락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이 기간에 참가하는 연예인들도 화려하다. 주최 측이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안에는 윤도현 밴드를 비롯해 마야, 김장훈, 강산에, 여행스케치, 주현미 등 100여명의 출연진이 나와 있다. 조직위원에는 전 전북도지사를 지낸 강현욱씨를 비롯해 각계 인사 60여명이 포함됐다.

또 기네스 세계기록 도전(3만3천명)과 세계 최장 방조제 길놀이 퍼포먼스 등이 펼쳐질 예정이라면서 약 100만 명이 이 행사에 참가할 것이라고 소개해 놓고 있다. 조직위원회의 광고안 대로라면 실로 대단한 행사가 다음 달 새만금 방조제 일대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새만금생명화전북연대, 새만금연안어민피해대책위원회 등은 20일 '새만금과 군산미군기지에 생명과 평화를 위한 자전거 행진 거침없이 하이킹' 행사 출정식을 하고 2박 3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사실상 '새만금 락 페스티벌' 행사를 반대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진혼곡 아닌 축제의 노래에 통탄

a <부안21>은 '새만금 락' 행사의 중단을 외치는 여론에 주목하고 있다.

<부안21>은 '새만금 락' 행사의 중단을 외치는 여론에 주목하고 있다. ⓒ 부안21

이들은 출정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해"8월 1일부터 5일까지 진혼곡이 아닌 축제를 벌이며 노래하겠다는 새만금 락 페스티벌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새만금 락 페스티벌은) 대선정국과 맞물려 새만금 특별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정치적 여론몰이 축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대선을 앞두고 특별법 제정, 용도변경 운운하며 전북지역의 발전과는 무관한 개발 환상을 부추겨 오로지 표심을 얻기 위한 술수가 펼쳐지고 있다"며 "이번 새만금 락 페스티벌도 이에 편승한 정치놀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원단체나 협찬사 대다수가 사실무근으로 알려졌고, 음악축제 출연 예정인 가수들 상당수도 출연을 승낙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러한 새만금 락 페스티벌의 허위, 과장 행태는 뭇 생명과 어민의 고통 위에 진행되는 사기극"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도 18일 정책논평을 통해 "생명과 지역주민과 공존하지 않으며, 그들의 희망을 앗아갔으며,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의 가치를 짓밟은 거대한, 전세계 최장의 방조제의 삽질 발상이야말로 기적에 가깝다"며 "한마디로 생명의 공동묘지 위에서 벌이는 죽음의 굿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역 언론의 태도는 크게 세 부류다. 침묵, 개입, 후원그룹으로 나뉜다. 기사는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광고는 챙기고 보는 신문사들과 후원기관으로 거론되는 방송사들. 그런가 하면 지역 인터넷 신문들은 반대 측에 서서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참소리>와 <부안21>은 그 중 대표적인 지역 인터넷 매체다.

<참소리>, <부안21>, 민노당, 시민단체 "반대" 한목소리

이들 매체는 기사를 통해 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새만금락 조직위원회가 위치한 여의도 용산빌딩 앞에서 갖은 기자회견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 또 기사에서 "이번 행사가 전형적인 대형 공연 사기극이 될 수도 있고, 다수의 선량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매체는 또 "죽음의 땅에서 즐거움을 노래하겠다는 것 자체가 극단적인 언어도단"이며 "이번 행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하고, 대중적인 출연 거부 캠페인을 벌여 나가겠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후원, 협찬사 선정에서도 혼선은 계속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11일 조직위 발대식 당시 농림부, 문화관광부, 한국수자원공사 등 정부기관이 후원사로 명시되었지만 현재 이들 정부기관은 후원사에서 빠져있다는 것이다. 문광부나 농림부는 후원 사실이 없었고 어떤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농림부의 경우 조직위로부터 명의 임의사용에 관해 사과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2006년 4월 21일 새만금간척사업 중 방조제공사의 끝물막이 공사가 끝났지만 이후 계속된 보강공사와 방조제 외곽설비공사 등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방조제 완공과 내부 공사를 포함하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끝물막이 이후 방조제 내부 1억7만여 평의 활용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마당에 대규모 축제장을 여는 것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러 갈래로 갈리는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
#새만금 #락 #축제 #생명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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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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