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발굴터'에 무허가 교회라니...

대전 동구청 신고 받고도 '못 본척'... 산내대책위 '반발'

등록 2007.07.30 18:28수정 2007.07.3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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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건축중지 당시 교회 모습(왼쪽)과 2004년 불법 건축 이후 모습. ⓒ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집단암매장 추정지에 들어선 무허가 교회에 대한 전면대응에 나섰다.

대전지역 희생자 유가족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회장 김종현)는 지난 27일 대전 동구청에 발송한 질의문을 통해 1학살지에 세워진 무허가 건축물을 무단사용하고 있는 교회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요구했다.

대책회의는 "해당 교회는 지난 2001년 건축도중 희생자 유골이 발견돼 제주 4·3 특별법에 의거 공사중지명령이 내려졌고 건축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 또한 공사중지명령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대책회의는 "하지만 교회측은 건물을 무단사용하고 6년째 매년 시설물을 늘려오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위령제 행사장으로 통하는 교회 앞 진입로를 봉쇄하겠다고 밝혀 위령제 행사장마저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한 바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교회의 위법성에 대해 관할 동구청에 수차례에 걸쳐 시정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공사강행과 무단 사용을 수수방관해 왔다"며 "교회측의 불법행위를 눈 감아 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6년째 불법사용, 원상회복 이행강제금도 한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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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인근 부지에서는 충남대 박물관팀에 의해 유해발굴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실제 관할 동구청은 교회 측이 건축중지된 건축물을 6년째 무단사용하고 있지만 지난 2004부터 지난해까지 단 3차례에 걸쳐 모두 327만여원의 원상회복 이행강제금만을 부과했다. 하지만 교회측은 이행강제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고, 동구청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대책회의는 "최근에는 교회 앞 농로마저 교회측에 점용허가를 내줘 사유재산화 해버렸다"며 "공공도로마저 특정인에게 점용허가를 내준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동구청측의 답변내용을 지켜본 후 관계기관과 사법기관 등에 고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대책회의 김종현 회장은 "동구청의 직무유기와 암매장 추정지에서의 불법행위로 인해 결국 희생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마저 가로막혔다"며 "구청측이 교회측의 불법행위는 눈 감고 유가족들의 현장보존 요청은 외면하는 등 불편부당한 행정이 인내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 2001년 교회 공사도중 한국전쟁당시 희생자들로 보이는 유해가 발견돼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며 "사용해서는 안되는 건물인 만큼 앞으로 원상회복될 수 있도록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교회가 들어선 부지는 골령골 첫 번째 암매장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학살지임을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주변 곳곳에서 발굴된 일부 희생자 유골이 임시 안장돼 있다.

이와 관련 충남대 박물관은 지난 27일 관할 동구청으로부터 산림형질변경허가가 내려지자 인근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유해발굴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대전 산내골령골 학살 현장은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최고 7000여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산내 골령골 #무허가 교회 #집단 암매장추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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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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