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장통'을 누비다

화려한 상해시장· 소박한 청도시장· 재미있는 연태 야시장

등록 2007.08.09 13:57수정 2007.08.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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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3박4일의 짧은 중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인 7월 30일엔 야경으로 유명한 상해 푸동항과 중국식 전통정원인 예원을 보았고 다음날엔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청도로 날아가 그동안 보고 싶었던 중국인과 한국인 지인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나라든 재래시장에선 가장 솔직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깔끔한 면세점도 세련된 백화점도 아닌 허름한 시장통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람냄새, 땀냄새, 음식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 어느 나라에 가든 시장부터 찾게 되는 것은 그 어느 곳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이야기가 가장 풍성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예원시장거리의 전통등을 파는 상점입니다.
예원시장거리의 전통등을 파는 상점입니다.김혜원
상해에서는 유명한 전통정원인 예원입구에 자리 잡은 예원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고풍스러운 옛날건축물을 그대로 살려 상점으로 이용하고 있는 예원시장에는 관광 상품점과 중국전통음식점은 물론 KFC, 스타벅스, 맥도날드, 하겐다즈 등 유명 해외프렌차이즈까지 들어와 있어 세계시장의 축소판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랍니다.

엄청난 인내심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예원 만두집 '남상소룡'
엄청난 인내심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예원 만두집 '남상소룡'김혜원
특히 예원 입구에 있는 만두집 남상소룡은 늘 10m 이상씩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합니다. 줄을 선 사람들이 워낙 많아 인내심 없는 사람이라면 만두를 먹기 쉽지가 않지요.

예원시장은 다양한 관광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워낙 쇼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바가지가 성행합니다. 상인들이 많게는 4배까지 높은 가격을 부르니 부조건 50% 이상 깎고 시작하는 것이 흥정의 기본입니다.

예원에서 공동품이라고 팔리는 대부분의 상품이 모조품이랍니다 .
예원에서 공동품이라고 팔리는 대부분의 상품이 모조품이랍니다 .김혜원
상점거리를 지나는 동안 여러 번 소년들의 은밀한(?) 접근이 있었는데 이들은 루이비통, 샤넬, 에트로, 프라다 등 '짝퉁'명품 사진들이 들어있는 책자를 펼쳐 보여주며 구매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사진이 그럴듯하고 가격이 싸다고 덜컥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요.

길거리에서 팔리는 짝퉁 대부분이 상품의 질이 현저히 낮고 귀국할 때 세관에 걸리면 고스란히 물건을 압수당하거나 10개가 넘는 경우 상표법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니 물건에 실망하고 세관에서 망신당하는 일을 겪지 않으려면 짝퉁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답니다.


청양의 한 거리시장. 버드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상인들
청양의 한 거리시장. 버드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상인들김혜원
상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비행기를 이용, 청도로 향했습니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 청도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요트경기가 열리는 곳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중국 내 작은 한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몇 년 전까지 만도 한적한 시골풍경이었으나 한국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경제가 활성화되어 도시전체가 크게 발전하고 있는 곳입니다.

양념한 익힌 고기를 팝니다.
양념한 익힌 고기를 팝니다.김혜원
발전하는 신도시답게 아파트가 즐비한 청도 시내 중심에는 명품 브랜드만 입점해 있는 쁘렝땅 백화점을 비롯해 까르프, 자스코 등 해외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시내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마을 어귀에는 어김없이 재래시장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40℃에 가까운 폭염이 내리쬐는 여름날이지만 작은 나무 그늘과 파라솔로 햇살을 피한 상인들이 드문드문 지나는 손님들에게 호객을 합니다. 더위가 참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팬티만 입고 강물에 뛰어들기도 하지요. 검게 그을린 상인들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우리네 시골장터 모습과 다르지 않아 정감이 갑니다.

팔리고 있는 옷들이 한국 시장에서 파는 옷과 다르지 않습니다
팔리고 있는 옷들이 한국 시장에서 파는 옷과 다르지 않습니다김혜원
시장에서 파는 잘 알지 못하는 익힌 고기는 겁이 나서 사먹지 못했지만 배와 수박같은 과일은 더위를 잊을 만큼 달고 맛있답니다. 가격이 싼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청도에서 고속도로로 2시간 30분여 거리에 있는 연태 역시 조선족들과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연태에 살고 있는 조선족 아가씨에게 시장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니 그 동네에서 유명한 야시장으로 데려다 줍니다.

백열등아래 더욱 화려한 중국풍의 상품들
백열등아래 더욱 화려한 중국풍의 상품들김혜원
그녀는 시장구경을 하는 것은 좋지만 소매치기가 많아 지갑을 분실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특히 관광객들은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녀 소매치기들의 표적이 되기 쉬우니 특히 시장통을 다닐 때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다소 긴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시장에 들어서니 걱정을 잊고 물건구경, 사람구경에 빠져 버렸습니다.

연태 야시장에서 본 '행운의 콩'. 다양한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연태 야시장에서 본 '행운의 콩'. 다양한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김혜원
글씨가 새겨진 콩을 파는 좌판. 먹는 것이냐고 했더니 '행운의 콩'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소망하는 글씨가 새겨진 콩을 심으면 그 콩에서 글씨가 쓰여진 잎이 나는 콩입니다. 귀여운 아이디어가 재미있지만 곡물이나 과일 등 생식품을 반입하지 못한다는 세관 규정을 알기에 구입은 하지 못했답니다.

야시장의 참맛은 다양한 거리의 먹거리랍니다.
야시장의 참맛은 다양한 거리의 먹거리랍니다.김혜원
야시장의 가장 큰 즐거움은 길거리 먹거리를 맛보는 것이지요. 연태 야시장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것이 먹거리 장사였답니다. 포장마차처럼 손님이 이런저런 재료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볶아주는 방식인데 워낙 손님이 많아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중국 전통 음악소리와 진동하는 음식냄새, 손님을 부르는 호객소리,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바로 내가 느끼고 싶었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중국의 풍경이었답니다.

중국의 시장구경 재미있으셨나요?

아침이 되면 생겨나는 유조라는 튀긴 빵과 함께 죽을 파는 거리 상점.
아침이 되면 생겨나는 유조라는 튀긴 빵과 함께 죽을 파는 거리 상점.김혜원
#청도 #중국 #청양 #연태 #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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