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요"
 세번째 점거농성에서 싸움 끝낸다

[현장] 이랜드 노동자들, 뉴코아 일산점 매장 봉쇄

등록 2007.08.09 22:20수정 2007.08.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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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뉴코아 일산점 앞에서 이랜드 노동자들이 입구를 봉쇄한 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뉴코아 일산점 앞에서 이랜드 노동자들이 입구를 봉쇄한 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제3의 점거를 할 것이다 (싸움을) 8월안에 끝낸다."

9일 만난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강혜정(44)씨의 말이다. 굵은 빗방울과 후텁지근한 공기를 모두 견뎌야 했던 9일 노동부와 뉴코아 일산점 앞에서 이랜드 노동자들의 외침은 쩌렁쩌렁 울렸다.

신문과 방송에선 그들의 목소리가 사라졌지만 그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씨는 "지치지 않는다, 더욱 더 강한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강씨를 비롯한 이랜드 노조원들과 함께한 하루, 그 의지가 허풍이 아님을 느꼈다.

"제3의 점거농성 할 것이다"

강혜정씨의 모습.
강혜정씨의 모습.오마이뉴스 선대식
9일 오후 4시 반에 닿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뉴코아 일산점의 모든 입구는 막혀 있었다. 이랜드 노조 200여명이 매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쪽 매장 출입구에서는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철폐'등의 팻말을 높이 들고 서있었다. 뒤편 주차장에서는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그곳에서 강씨를 만났다. 강씨는 '파업권을 보장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강씨와는 지난달 15일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인터뷰를 한 이후 점거, 집회 현장에서 자주 인사를 나눈 사이다.


인터뷰 당시 강씨가 아들 상우(17)군에게 했던 말, '상우야 사랑해, 너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할게'는 민주노총의 공식 구호가 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 강씨에게 아들 얘기부터 꺼냈다.

- 아드님은 잘 지내세요?
"어제(8일) 상우가 비정규직 노동자 이모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뉴코아 야탑점,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선전전을 했어요. 몇 시간 동안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 아고라'에 이랜드 불매운동 글을 쓴 게 상우에요. 내일은 또 보충수업 빠지고 신촌에서 '이랜드 비정규직에 관한 청소년 단체' 회의에 간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투사가 돼서) 큰일 났죠. (웃음)"

-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일주일 내내 타격 투쟁하고, 주말에는 집중 투쟁에 참석하죠. 지난번에 평촌 뉴코아 갔을 때 점주들과 몸싸움을 심하게 벌였죠. 또 경찰들이 도로까지 밀어서 큰일 날 뻔도 했죠. 요새 날씨가 햇빛이 없어 시원해서 좀 낫네요. 올여름은 정신없이 보냈네요."

- 어제 투쟁과 관련된 회의를 했다면서요?
"어제 쟁의대책위원회, 뉴코아-이랜드 공동투쟁본부 전술준비회의를 새벽까지 했어요. 투쟁 대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이었죠. 시간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3의 점거를 할 거예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을) 8월안에 끝낼 거예요.

9월 추석까지 가면 회사와 노조 모두 지는 거예요. 특히 회사는 무너질 거예요. 노조도 힘들겠지만 노조는 잃을 게 없거든요. 회사는 '노조 죽이기'만 하면 안 되겠죠."

- 지치지 않나요?
"조직이 약간 흔들리기도 하죠. 하지만 매장 하나 점거할 정도의 사람은 충분히 있어요.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 사람들은 끝까지 갈 거예요. '악'밖에 안 남았죠."

계란 세례를 받은 뉴코아 일산점 내 킴스클럽 입구.
계란 세례를 받은 뉴코아 일산점 내 킴스클럽 입구.오마이뉴스 선대식
- 지난달 31일 뉴코아 강남점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됐는데요.
"서울 종암경찰서로 연행돼서 48시간 만에 풀려났어요.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변호사와 얘기한 후 이름, 주소 정도만 알려줬어요. 지장 찍는 건 거부했고요. '왜 침탈했냐?'는 물음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내 매장에 들어간 거다'고 말했죠.

유치장에 들어가 자물쇠가 잠기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어요. 죄 지어서 들어간 건 아니니까. 내가 당당하니까. 거기서 '빨리 나가서 다시 점거해야하는데'라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이날 '봉쇄작전'은 오후 7시께 이랜드 노동자들이 매장 입구에 달걀을 던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강씨는 "내일도 다시 투쟁을 할 것이다"며 담담히 말했다. 과거처럼 앞으로 집회 현장, 또는 제3의 점거 현장에서 강씨와 기자의 동선은 다시 겹칠 것이다. 강씨의 의지로 봐서는 그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승리할 수밖에 없다"

9일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비정규악법 전면 재개정! 노동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9일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비정규악법 전면 재개정! 노동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지치지 않았다, 계속 투쟁하겠다"는 이랜드 노조의 외침은 비단 뉴코아 강남점에서만 울린 게 아니었다.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는 이랜드 노조를 비롯해 KTX, 새마을호, 롯데호텔, 기륭전자 등에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비정규악법 전면 재개정! 노동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다.

먼저 발언대를 잡은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3D업종에서 가장 고통 받고 험한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노동부 장관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발언대를 잡은 김효상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며 공권력을 투입한 이상수 장관을 비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탄압과 착취를 당하고 인간인지 노예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들은 수치심을 참고 있다"며 "이상수 장관이 인내심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소리쳤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또한 "이랜드 싸움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그는 "보통 공권력이 투입되면 투쟁은 잠들지만 이랜드 노조는 2번이나 공권력이 투입됐지만 시퍼런 눈을 뜨고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랜드 노동자와 KTX 승무원들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4월 17일 계약해지로 일터에서 쫓겨난 호혜경씨는 "회사에서 갑자기 8월 2일 복직시켜준다고 했다"며 "회사가 약간 힘이 빠진 것 같다, 조금만 투쟁하면 모두 일할 수 있겠다"고 외쳤다.

민세원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오늘을 계기로 더 힘차게 투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은진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도 "농성 236일째 되었지만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악법'이라 쓰인 상징물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비정규악법'이라 쓰인 상징물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비정규악법'이라 쓰인 상징물에 불을 붙이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이랜드 #비정규직 #홈에버 #뉴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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