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 54회(4화 5회)

탄금대 - 5

등록 2007.08.13 08:39수정 2007.08.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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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저기 김가네 큰 아들 아닌가? 무사히 돌아와야 할텐데."

"천지신명이시여 제발 보살펴 주시옵소서."


도성의 백성들은 길가에 늘어서서 신립이 이끄는 팔천 명의 병사들이 도성을 빠져나가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유만은 난생 처음 걸쳐보는 가죽갑옷과 군모가 어색하기만 했지만 그보다 옆에서 말을 타고 오는 군관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 군관은 조유만에게 활을 준 이였다.

"어이 이길성이."

조유만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군관을 쳐다보았다. 밤송이 같은 수염을 기르고 약간 얽은 곰보자국이 있는 검붉은 얼굴이 곱상한 조유만과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난 강창억이라고 하네."

"그런데 왜 초면에 말을 놓으시우?"


옆에 있던 박산흥이 못마땅한 말투로 끼어들자 강창억은 빙긋이 웃었다.

"나야 초관이지만 자네들은 무과 응시도 입격 못한 한량들이 아닌가? 전장에 임해서는 군율이 우선인 것을 모르나?"


"누가 못했나. 안 한거지."

박산흥이 여전히 구시렁거리자 박산흥은 크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네에게 말을 건 것도 아닌데 뭘 그러나? 난 이길성이에게 말한 것이네. 내 전에는 경황이 없어 말하지 못했네만 이길성 자네는 이쯤에서 도로 한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

조유만은 그 말에 깜작 놀라 하얗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그때 활을 그리 쏜 것은 실수였습니다."

강창억은 말에서 훌쩍 뛰어 내려 말고삐를 한손으로 잡고서는 조유만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자네 이길성이 아니지?"

그 말에 조유만은 바싹 얼어붙어 붉어졌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내 듣기로 성균관 유생 하나가 고향으로 내려간다고 하고서는 사라졌다는데...... 지금 백성들의 동요를 막는다고 사대문 안에 사는 이들만큼은 통행을 단속하고 있는데도 그 놈을 못 잡았거든? 세상물정 모르는 백면서생이 사대문을 지키는 병졸들을 속이고 빠져나갈 재주는 없을 것 같단 말이지."

"거 관두시오! 무슨 사람이 그리 실이 없소!"

또다시 박산흥이 끼어들자 강창억의 얼굴에서 웃음 끼가 싹 사라지더니 눈에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봐 한량 나부랭이! 한번만 더 끼어들었다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그 기세에 박산흥은 저도 모르게 섬뜩하여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강창억은 말위로 다시 뛰어 올라 언제 인상을 썼느냐는 듯이 싱긋이 웃으며 조유만을 바라보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전쟁에 나서는 길이 자네의 길잡이 따위나 될 일은 아니네. 부디 몸조심하게나."

강창억이 말을 몰고 앞으로 가 버리자 그제야 박산흥이 주먹을 쥐어 허공에 휘둘러 보이며 큰소리를 쳤다.

"어이구! 저거 그냥 종구품 초관 따위가 어휴!"

그 순간 강창억이 다시 말머리를 돌려 돌아오자 박산흥은 깜짝 놀라 주먹으로 괜히 옆에 있던 다른 한량을 후려쳤다.

"이봐 서생! 이걸 받게나!"

강창억의 손에는 묵직한 쇠막대기 하나와 굵은 화살들이 들려있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조유만은 속이 빈 쇠막대기와 굵은 화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강창억에게 물었다.

"이게 무엇이오?"

"세총통(細銃筒)이야. 자네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치느니 이게 낫지. 쏘는 법은 충주에 도달하면 일러주지."

강창억이 가버리자 조유만은 세총통이 무엇인지 박산흥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화약으로 화살을 쏘는 도구인데 나도 얘기만 들었을 뿐 제대로 본 적은 없네. 화약으로 다루는 무기는 소리가 꽤 요란하니 알아두게나."

"그 정도는 나도 안다네."

조유만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차디찬 세총통을 어루만져 보았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덧붙이는 글 1. 두레마을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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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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